2026.10.2010분 읽기

전 배우자 재혼 양육비 감액 청구, 정말 줄어들까?

전 배우자가 재혼과 출산을 이유로 양육비 감액을 청구했다면? 법원은 재혼 사실이 아니라 소득의 실제 변화와 아이의 복리를 봅니다. 대응 절차까지 정리합니다.

이혼 때 정한 양육비를 몇 년째 받아 왔는데, 재혼해 새 아이를 얻은 전남편이 이를 줄여 달라는 청구를 냈다는 서류가 법원에서 왔습니다. 양육비는 줄어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재혼했다는 사실, 새 아이가 태어났다는 사실만으로는 줄지 않습니다.

재혼해 새 아이를 얻은 전남편이 새 가정이 생겼다며 양육비를 줄여 달라는 청구를 냈습니다. 정말 줄어들 수 있나요?

법원이 묻는 것은 이혼 뒤 달라진 사정, 곧 사정변경 때문에 그때 정한 금액이 이제는 부당해졌느냐입니다. 그 판단에서 가장 먼저 놓이는 것은 이미 자라고 있는 아이의 복리입니다.

같은 재혼, 같은 출산인데 결론이 엇갈리는 두 집을 나란히 놓으면 무엇이 그 둘을 가르는지 보입니다.

이미 정해진 금액의 효력

청구서가 왔다고 이번 달 양육비가 줄어드는 것은 아닙니다. 이혼 판결, 조정조서, 협의이혼의 양육비부담조서에 적힌 금액에는 모두 집행력이 있습니다. 집행력은 상대가 안 내면 강제집행을 할 수 있는 힘을 말하고, 이 금액은 새 심판이 나기 전까지 그대로 유효합니다. 상대가 청구를 냈다는 이유로 송금액을 먼저 줄였다면 그 차액은 밀린 양육비입니다.

상대 청구의 근거는 민법 제837조 제5항입니다. 이 조항에 따라 가정법원은 자녀의 복리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부모 등의 청구나 직권으로 자녀의 양육에 관한 사항을 변경할 수 있습니다. 양육비도 이 '양육에 관한 사항'이므로 이혼 때 정한 금액을 다시 정할 수 있습니다. 다만 변경의 잣대는 청구한 사람의 형편이 아니라 자녀의 복리입니다.

절차의 이름도 소송과는 다릅니다. 양육에 관한 처분의 변경은 가사소송법상 마류 가사비송사건입니다. 그래서 법원의 판단은 판결이 아니라 '심판'의 형식으로 나옵니다. 같은 법 제50조에 따라 이런 사건은 조정을 먼저 거치는 것이 원칙입니다.

판이 시작되는 자리는 지금의 금액입니다.

엇갈린 두 집

두 집을 가정해 봅니다. 두 집 모두 아이가 일곱 살 때 이혼했고, 전남편이 매달 80만 원을 내기로 정했습니다. 3년 뒤 두 전남편 모두 재혼해 새 아이를 얻었습니다.

청구 내용도 같습니다. "새 가정이 생겨 부담이 커졌으니 40만 원으로 줄여 달라."

첫째 집의 전남편은 같은 회사에 다니고 있고, 월급은 그사이 조금 올랐습니다. 둘째 집의 전남편은 다니던 회사가 문을 닫아 1년 가까이 쉬었습니다. 그러다 이전 월급의 절반을 받는 곳에 들어갔습니다. 법원의 판단 흐름에 비추면 첫째 집의 청구는 받아들여지기 어렵고, 둘째 집은 금액이 일부 줄어들 여지가 큽니다.

돌이켜보면 80만 원이라는 숫자는 이혼 당시 두 사람의 소득과 일곱 살 아이에게 드는 돈을 놓고 나온 것이었습니다. 첫째 집은 그 바탕이 거의 그대로입니다. 둘째 집은 바탕 하나가 무너졌습니다.

갈린 곳은 결혼식장이 아니라 급여명세서였습니다.

재혼과 출산만으로는 양육비가 줄지 않습니다. 법원은 이혼 뒤 소득이 실제로, 본인이 고를 수 없는 이유로 줄었는지를 봅니다.

재혼보다 무거운 소득

법원은 부양할 식구가 늘었다는 사정을 고려하기는 합니다. 하지만 그것 하나로 기존 아이의 몫을 덜어 내지는 않습니다. 새 아이와 기존 아이는 같은 부모에게 같은 순위로 부양받을 권리가 있고, 재혼과 출산은 청구인이 스스로 선택한 변화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숫자를 움직이는 것은 소득입니다. 서울가정법원이 2021년 개정한 양육비 산정기준표는 부모 합산 소득과 아이 나이로 표준양육비를 정합니다. 그리고 아이와 따로 사는 부모, 곧 비양육친이 그중 자기 소득 비율만큼 부담하게 합니다. 이혼 당시 전남편이 월 400만 원, 엄마가 월 200만 원을 벌었고 표준양육비가 120만 원이었다고 해 보겠습니다.

전남편 몫은 3분의 2인 80만 원입니다. 둘째 집처럼 전남편 소득이 200만 원으로 줄면 비율은 절반이 됩니다. 합산 소득이 내려가 표준양육비가 100만 원이 된다고 가정하면 전남편 몫은 50만 원입니다.

소득이 줄었다는 서류가 있다고 그대로 통하지는 않습니다. 법원은 다음과 같은 경우 그 사람이 벌 수 있는 능력을 함께 봅니다. 스스로 일을 그만둔 경우, 소득을 낮춰 신고한 경우, 소득 감소가 청구 직전에 갑자기 나타난 경우입니다. 둘째 집의 청구에 힘이 실린 것도 본인이 고를 수 없었던 폐업이 원인이었기 때문입니다.

같은 재혼이라도 이혼할 때 이미 재혼이 예정되어 있었다면 사정이 다릅니다. 금액을 정할 때 알았거나 내다볼 수 있었던 일은 그 금액에 반영된 것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래서 그 일이 예정대로 일어났다는 것만으로는 사정변경이 되기 어렵습니다. 이혼 직후 몇 달 만에 같은 이유로 청구가 들어왔다면 이 점이 첫 번째 반박이 될 것입니다.

아이 쪽에 쌓인 변화

앞의 계산에서 일부러 뺀 것이 있습니다. 아이의 나이입니다. 기준표는 나이 구간이 올라갈수록 표준양육비가 높아집니다.

일곱 살 아이가 열 살이 되는 3년 사이에 구간이 바뀌면, 같은 소득에서도 금액이 오릅니다. 사정변경은 양쪽 사정을 함께 따지므로 이 상승분이 감액 폭을 상당 부분 상쇄할 수 있습니다.

아이 쪽 사정은 이혼 뒤 새로 생긴 지출을 항목별로 보여 줄 때 힘을 얻습니다. 표준양육비에는 평균적인 생활비와 교육비가 이미 들어 있습니다. 그래서 고액의 치료비나 교육비처럼 그 범위를 넘는 지출이어야 따로 더해지기 쉽습니다.

아이가 자라 나이 구간이 바뀌면 같은 소득에서도 표준양육비가 오릅니다. 이 상승분이 감액 폭을 상쇄할 수 있습니다.

지금 상대의 청구서에 붙은 가족관계증명서와 대출 내역을 몇 번이고 다시 넘겨 보고 계실 텐데요. 그 서류들은 지출이 늘었다는 자료일 뿐, 소득이 줄었다는 자료는 아닙니다. 상대가 소득 자료를 일부만 냈다면 원천징수영수증 같은 자료를 내라고 요구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내지 않으면 법원에 재산명시를 신청하거나, 국세청 같은 기관에 소득을 직접 묻는 과세정보 사실조회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같은 잣대는 양육하는 쪽에도 적용됩니다. 이혼 뒤 내 소득이 크게 늘었다면 그것은 감액 쪽에 놓이는 사정입니다. 반대로 아이 지출이 이혼 때 금액으로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늘었다면, 같은 절차에서 증액을 함께 구할 수도 있습니다.

조정에서 심판까지

심판이 나오기까지는 법원 사정에 따라 반년에서 1년 안팎이 걸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단계마다 흔한 실수도 있습니다.

1. 청구서 송달: 함께 온 안내문에 적힌 기한 안에 답변서를 냅니다. 답변 없이 첫 기일만 기다리면 상대 주장만 기록에 남은 채 조정이 시작됩니다.

2. 조정기일: 대개 청구 후 한두 달에서 석 달 사이에 잡힙니다. 그 자리에서 합의한 금액이 조서에 적히면 재판상 화해와 같은 효력이 생겨 되돌리기 어렵습니다.

3.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 합의가 안 되면 법원이 직권으로 금액을 정해 결정할 수 있습니다. 송달받은 날부터 2주 안에 이의신청이 없으면 그대로 확정되는데, 이 결정문을 단순한 안내로 여겨 넘기는 일이 흔합니다.

4. 심리와 심판: 조정이 성립하지 않으면 재판부가 소득 자료와 사실조회 결과를 봅니다. 필요하면 가사조사관의 조사까지 거쳐 심판하며, 이 단계에 몇 달이 더 걸립니다.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상대가 먼저 송금액을 줄여 보내기도 하는데요. 이 차액에 대해서는 가정법원에 이행명령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이행명령은 기한을 정해 밀린 돈을 내라고 명하는 것입니다.

상대가 월급을 받는 사람이고 정당한 사유 없이 2회 이상 양육비를 내지 않았다면, 직접지급명령도 가능합니다. 이 명령을 받으면 회사가 월급에서 양육비를 떼어 직접 보내게 됩니다.

답변서를 내고, 조정기일에 나가 아이에게 드는 돈을 지출 내역과 함께 설명하는 일까지는 당사자가 직접 해도 충분합니다. 상대 소득을 다투게 되면 사실조회 신청서에 조회할 기관과 기간을 특정하는 작업이 더해집니다.

심판 뒤의 셈법

심판 결과를 다투려면 심판을 고지받은 날부터 14일 안에 즉시항고를 해야 합니다. 즉시항고는 윗법원에 다시 판단을 구하는 절차입니다. 심판문을 송달받은 날의 다음 날부터 세어 14일째 되는 날이 마지막 날이고, 이때까지 항고가 없으면 심판은 확정됩니다.

감액이 받아들여져도 새 금액을 어느 달부터 적용할지는 심판에서 정합니다. 청구 전에 이미 지급일이 지난 양육비는 깎이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다만 절차 중의 달치와 그사이 상대가 줄여 보낸 차액은 이 적용 시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감액이 확정되어도 그 금액이 아이가 성년이 될 때까지 고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같은 민법 제837조 제5항에 따라 상대 소득이 회복되거나, 아이가 중학교에 들어가 지출이 늘면 이번에는 양육하는 쪽이 증액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둘째 집의 50만 원도 전남편 소득이 돌아오면 다시 다툴 수 있는 숫자가 될 것입니다.

위 설명은 이혼 때 금액이 판결이나 조정조서, 양육비부담조서로 정해졌다는 것을 전제로 합니다. 그 뒤 두 사람이 말로만 금액을 바꿔 지내 왔다면 어느 금액이 출발점인지부터 다툼이 됩니다.

정리하면, 감액 청구가 들어와도 새 심판 전까지는 기존 금액을 받을 수 있고, 결론은 상대 소득의 실제 변화와 아이 쪽 지출 변화로 갈립니다.

청구서 맨 앞에는 새 아이의 출생이 적혀 있겠지만, 답은 그 뒤의 사정이 정합니다. 전남편의 소득이 이혼 때보다 실제로 줄었는지, 그 이유가 폐업처럼 본인이 고를 수 없던 일인지, 그사이 아이의 지출은 얼마나 늘었는지를 내 사안에 맞춰 보면 됩니다. 소득이 그대로이거나 스스로 줄인 것이고 아이 쪽 지출은 오히려 늘었다면, '새 가정'이라는 말만으로 그때 정한 금액이 흔들리기는 어렵습니다.

02-594-2353

유지은

유지은변호사

이혼/가사서울법률사무소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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