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령 석 달 숙려기간의 둘째 달에 "그 집 부동산에 나왔던데요"라는 말을 들었다고 해 봅시다. 아파트가 아직 남편 명의라면 가정법원에 처분금지가처분이나 가압류를 신청해 등기부에 먼저 기록을 올릴 수 있습니다. 그 뒤에 이루어진 매매나 근저당은 나중에 재산분할을 받는 나에게 맞서지 못합니다.
협의이혼 숙려기간인데 남편이 아파트를 부동산에 내놓았다고 합니다. 재산분할 전에 팔아 버리면 어떻게 하나요?
결론을 가르는 것은 매물 광고가 아닙니다. 매수인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가 넘어갔느냐입니다.
숙려기간의 빈틈
협의이혼 절차에는 재산을 묶어 두는 장치가 없습니다. 법원이 확인하는 것은 이혼 의사와 자녀 양육·친권에 관한 협의입니다. 재산분할에 합의하지 못해도 이혼은 성립합니다.
숙려기간은 민법 제836조의2 제2항이 정합니다. 가정법원에서 이혼 안내를 받은 날부터 양육할 자녀(임신 중 포함)가 있으면 3개월, 없으면 1개월이 지나야 이혼 의사를 확인받습니다. 이 조문이 정한 한 달이나 석 달 동안 재산은 아무 제약 없이 남편 손에 있습니다.
재산분할을 청구할 권리는 이혼이 성립한 때 비로소 생깁니다. 민법 제839조의2 제3항은 이혼한 날부터 2년이 지나면 이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게 합니다. 협의이혼은 신고로 성립하므로 그 2년은 신고일부터 셉니다. 돌이켜보면 앞의 가정에서 위험이 시작된 날은 매물이 올라온 날이 아니라 재산 이야기를 이혼 뒤로 미룬 날이었죠.
집이 팔린다고 재산분할을 청구할 권리까지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다만 협의이혼 뒤 재산분할은 이혼한 날 남은 재산을 기준으로 나눕니다. 그 전에 집이 현금으로 바뀌어 흩어지면 무엇을 나눌지부터 다투게 됩니다. 심판에서 이겨도 남편 명의 재산이 없으면 결정문만 손에 남는데요, 가압류와 가처분은 이 마지막 단계를 지키는 장치입니다.
협의이혼 절차에는 재산을 묶는 장치가 없습니다. 숙려기간에 재산이 팔릴까 걱정된다면 가압류나 처분금지가처분으로 먼저 묶어야 합니다.
가압류와 가처분의 갈래
무엇을 신청할지는 재산분할로 무엇을 받으려 하느냐가 정합니다. 몫을 돈으로 받으려면 가압류, 아파트 자체를 넘겨받으려면 처분금지가처분입니다. 둘을 묶어 보전처분이라 부릅니다. 재산분할이 결정되기 전까지 재산을 붙잡아 두는 임시 조치라는 뜻입니다.
가압류는 돈으로 받을 권리를 지키려고 상대방 재산을 미리 붙잡아 두는 처분입니다(민사집행법 제276조). 가압류 등기가 들어가도 남편이 집을 파는 것 자체는 가능합니다. 하지만 매수인이 그 부담을 떠안아야 하므로 거래는 대개 멈춥니다.
처분금지가처분은 특정한 물건을 받을 권리를 지키려고 그 물건의 현재 상태를 고정하는 처분입니다(같은 법 제300조). 재산분할을 정하는 재판을 본안이라고 하는데, 본안에서 내가 이기면 가처분 등기 뒤의 소유권 이전이나 근저당은 나에게 맞서지 못합니다.
이혼 전인데도 이 제도를 쓸 수 있는 근거는 같은 법 제276조 제2항입니다. 이 조항은 조건이 붙었거나 기한이 차지 않은 채권도 가압류할 수 있게 했습니다. 실무는 이혼해야 생기는 재산분할청구권도 이 조항에 기대어 미리 보전합니다.
가처분을 고르면 설명할 것이 하나 늘어납니다. 아파트를 누구에게 줄지는 법원이 정하므로, 왜 그 집 자체를 받아야 하는지 신청 단계에서 보여 줘야 하거든요. 아이와 그 집에 계속 살고 있다거나 매수 자금의 상당 부분을 내가 댔다는 사정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예금은 가압류로 묶습니다. 남편에게 돈을 내줄 의무가 있는 은행을 제3채무자라고 합니다. 은행에 가압류 결정이 송달되면 남편은 그 금액을 찾지 못합니다.
다만 어느 은행인지는 신청하는 쪽이 특정해야 합니다. 은행을 모르면 본안이 시작된 뒤 재산명시·재산조회 제도로 찾게 됩니다.
신청에서 등기까지의 순서
보전처분은 대부분 남편을 부르지 않고 서면만으로 결정됩니다. 결정이 나면 법원이 등기소에 기입을 요청합니다. 이 집행은 결정문이 남편에게 송달되기 전에도 할 수 있습니다. 남편이 눈치채고 먼저 팔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신청 사실이 새어 나가지 않는 한 크게 줄어듭니다.
순서는 이렇습니다.
1. 인터넷등기소에서 등기부를 열람해 소유자, 공동명의 여부, 기존 근저당을 확인합니다. 동·호수를 잘못 적으면 보정명령으로 며칠이 흘러갑니다.
2. 본안을 맡을 가정법원에 신청서를 냅니다. 혼인 중 함께 모은 재산이라는 점과 팔릴 우려를 판사가 수긍할 만큼 보여 줘야 하는데, 매물 캡처만 내고 앞의 것을 빠뜨리는 일이 잦습니다.
3. 담보제공명령이 나오면 정해진 기간 안에 공탁하거나 보증보험증권을 냅니다. 기간을 넘기면 신청이 각하됩니다.
4. 결정이 나면 등기부에 기록이 올라가고, 그 시점이 이후 매수인과의 순서를 정합니다.
신청부터 등기부 기재까지는 대체로 1주에서 3주가 걸립니다. 법원 사정과 보정 여부에 따라 길어지기도 합니다. 그사이 매매계약이 먼저 체결되더라도, 이전등기 전에 기록이 들어가면 순서는 여전히 내 쪽에 있습니다.
등기부 열람, 매물과 실거래가 확인, 매수 자금의 출처를 보여 줄 통장 내역 모으기는 변호사 없이 지금 할 수 있습니다. 신청서도 본인 이름으로 낼 수 있습니다. 결정을 가르는 것은 서류의 형식이 아닙니다. 분할 대상이라는 점과 처분 우려를 얼마나 구체적으로 보여 주느냐입니다.
잔금 전과 등기 후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어도 잔금을 치르고 이전등기를 마치기 전이라면 아파트는 여전히 남편 명의입니다. 이때는 가압류나 가처분을 올릴 수 있습니다. 매수인 앞으로 등기가 넘어간 뒤에는 그 집을 남편 재산으로 묶을 수 없습니다.
아마 지금도 부동산 앱에서 그 단지 매물을 몇 번이고 새로 고치고 계실 텐데요. 광고가 올라와 있다는 사실만으로는 법적으로 달라지는 것이 없습니다. 기준이 되는 화면은 등기부의 갑구, 곧 소유자가 기록되는 칸입니다.
앞의 가정에서 그때 이미 잔금일만 남아 있었다면 어떨까요. 아파트를 묶는 대신 남편이 매수인에게서 받을 잔금을 가압류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매수인을 제3채무자로 삼아 잔금 지급을 막으면, 집이 넘어가도 그 대가인 돈이 붙잡힙니다.
등기가 이미 넘어갔다면 민법 제839조의3으로 대응합니다. 부부 한쪽이 상대방의 재산분할청구권을 해치는 줄 알면서 재산을 처분하면, 다른 쪽이 가정법원에 그 취소와 원상회복을 청구할 수 있다는 조문입니다. 숙려기간 중에 집을 판 경우가 이 조문이 적용되는 전형적인 장면입니다. 청구는 취소 사유를 안 날부터 1년, 처분한 날부터 5년 안에 해야 합니다.
여기서부터는 싸움의 성격이 달라집니다.
매수인 앞으로 등기가 넘어가기 전이라면 아직 묶을 수 있습니다. 넘어간 뒤라면 안 날부터 1년 안에 사해행위 취소를 청구합니다.
결과는 매수인이 누구냐에 따라 갈립니다. 남편의 형제나 지인에게 싸게 넘겼다면 사정을 몰랐다는 주장이 통하기 어렵습니다. 반면 중개사무소를 거쳐 시세대로 산 매수인이 정말 몰랐다면 취소는 인정되지 않습니다.
그때는 대금의 행방을 쫓게 됩니다. 대금을 어디에 썼는지 설명되지 않으면 법원이 그 돈을 분할 대상에 넣어 계산하기도 합니다.
명의라는 변수
아파트가 부부 공동명의라면 남편 혼자 집 전체를 팔 수 없습니다. 남편이 처분할 수 있는 것은 자기 지분뿐입니다. 집 전체를 넘기려면 아내가 계약과 등기에 직접 응해야 합니다. 같은 매물 소식이라도 공동명의라면 급한 정도가 다르죠.
다만 남편 지분만 따로 팔거나 그 지분을 담보로 대출받는 일은 아내 동의 없이도 됩니다. 대출이 늘면 나눌 몫이 그만큼 줄어듭니다. 이때는 남편 지분에 한정해 가압류나 가처분을 신청합니다.
"우리 집"이라 부르던 아파트가 시부모 명의라면 결론이 전혀 다릅니다. 가압류와 가처분은 남편 명의 재산에만 걸 수 있습니다. 등기부에 시부모 이름이 있으면 그 집은 직접 묶지 못합니다.
명의 한 줄이 이렇게 많은 것을 정합니다.
묶은 뒤의 공방
결정이 송달되면 남편 쪽은 보통 다툴 방법부터 찾습니다. 이의를 신청해 심문을 열 수도 있고, 본안을 내라는 제소명령을 신청할 수도 있습니다. 가압류라면 법원이 정한 해방금액을 공탁하고 가압류를 풀 수도 있습니다.
해방금액은 가압류를 풀려고 맡기는 돈입니다. 집은 풀려도 지키려던 금액은 공탁금으로 남습니다.
남편이 제소명령을 신청하면 법원은 2주 이상의 기간을 정해 본안을 내라고 명합니다(민사집행법 제287조). 그 기간 안에 본안을 냈다는 증명을 하지 못하면 남편의 신청으로 보전처분이 취소됩니다. 아직 숙려기간이라면 협의이혼 전이어서 재산분할만 따로 청구할 수 없습니다.
이혼소송에 재산분할을 붙여 내는 쪽으로 방향을 틀어야 하죠. 정해진 기간 안에 이혼신고까지 마친다면 재산분할 심판을 청구하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가압류를 하면 협의이혼이 깨지느냐는 물음이 남습니다. 두 절차는 별개입니다. 등기부에 가압류가 있다는 이유로 법원이 이혼 의사 확인을 거부하지는 않습니다.
재산분할 심판이 확정되면 가압류는 본압류로 옮겨져 경매나 추심으로 이어집니다. 가처분은 아내 앞으로 소유권을 옮길 때 그 뒤에 들어온 등기를 지우는 근거가 됩니다. 합의로 끝날 때는 분할금 지급과 등기 말소 중 무엇을 먼저 할지 합의서에 적어 두는데요, 그 순서에 따라 누가 위험을 지는지가 정해집니다.
정리하면, 몫을 돈으로 받으려면 가압류, 아파트 자체를 받으려면 처분금지가처분입니다. 기준은 매물 광고가 아니라 등기부의 소유자 기록입니다.
먼저 등기부 갑구에서 가장 최근의 소유권 기록에 아직 남편 이름이 있는지 대어 보세요. 그다음은 재산분할로 받고 싶은 것이 그 아파트인지, 몫에 해당하는 돈인지입니다. 여기에 이혼신고를 마쳤는지, 등기가 넘어갔다면 그 사실을 언제 알았는지까지 겹쳐 보면 됩니다. 그러면 무엇으로 묶을지, 혹은 취소 청구의 1년이 이미 흐르고 있는지가 드러납니다.
02-594-23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