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령 아버지 장례를 치르고 석 달쯤 지난 어느 집의 일입니다. 어머니가 사는 아파트를 어머니 명의로 옮기려는데 상속인 전원의 인감이 필요하다고 하고, 큰형은 10년째 소식이 없습니다. 형을 빼고 나눌 수는 없습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형이 10년째 연락이 끊겨 행방을 모릅니다. 형 없이 상속재산을 나누고 등기할 수 있나요?
하지만 법원이 형 대신 서명할 부재자 재산관리인을 세우고 그 관리인이 법원 허가를 받으면, 분할과 등기까지 갈 수 있습니다. 허가가 나는지는 형에게 돌아갈 몫이 법이 정한 기본 비율인 법정상속분만큼 지켜지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한 사람이 빠진 협의서
형을 뺀 분할협의서는 효력이 없습니다. 상속재산 분할협의는 공동상속인 전원이 참여해야 성립하고, 한 명이라도 빠지면 나머지가 모두 동의했어도 무효입니다. 등기소도 인감증명서 한 장이 빠진 협의서로는 협의분할 등기를 받아 주지 않습니다.
그때는 가족이 형의 도장을 대신 찍자는 말이 나오기도 합니다. 그러나 본인 동의 없이 이름을 써넣고 도장을 찍으면 사문서위조가 되고, 그 협의서로 마친 등기도 무효입니다.
협의 없이도 할 수 있는 일은 있습니다. 민법 제1009조가 정한 법정상속분대로 네 사람 공동명의로 올리는 상속등기는 형의 협력이 없어도 됩니다. 이 등기는 공유재산을 지키는 보존행위로 보기 때문에 상속인 한 사람이 전원을 위해 신청할 수 있습니다. 가족관계 서류를 떼어 등기소에 직접 내는 일까지는 전문가 없이 처리해도 되는 범위입니다.
다만 이렇게 등기하면 등기부에 형의 지분이 그대로 남습니다. 나중에 아파트를 팔거나 담보를 잡으려 하면 그 지분을 처분할 사람이 다시 필요해집니다. 이름을 올리는 일과 재산을 나누는 일은 이렇게 갈립니다.
행방을 모르는 상속인을 빼고 쓴 분할협의서는 무효입니다. 법원이 세운 부재자 재산관리인이 그 자리에 서명해야 합니다.
법이 말하는 부재자
관리인 제도를 쓰려면 형이 법이 말하는 부재자여야 합니다. 부재자란 종래의 주소나 거소를 떠나 쉽게 돌아올 가망이 없어, 자기 재산을 스스로 관리할 수 없는 사람입니다. 민법 제22조는 이런 사람이 관리인을 두지 않았으면 이해관계인이나 검사의 청구로 법원이 재산관리에 필요한 처분을 명하도록 정합니다. 어머니와 동생들이 바로 여기서 말하는 이해관계인입니다.
연락을 피하는 형과 행방을 모르는 형은 다릅니다. 형이 주소지에 실제로 살면서 전화만 피한다면 부재자가 아니어서 관리인을 세울 수 없습니다. 이때 형이 끝내 협의에 응하지 않으면 민법 제1013조 제2항에 따라 가정법원에 분할을 청구하는 심판으로 갑니다.
아마 지금 형의 옛 번호로 문자를 보내 보거나, 형이 마지막으로 살던 동네를 떠올리고 계실 텐데요. 그보다 먼저 볼 것은 형의 주민등록초본입니다. 상속 절차에 쓸 목적을 소명하면 발급되는 경우가 많고, 최근 전입 기록이 있는지나 거주불명으로 등록돼 있는지가 여기서 드러납니다.
법원도 부재 여부를 서류로 판단합니다. 거주불명 등록, 경찰 실종신고 기록, 오래 연락이 없었다는 가족의 진술이 함께 있으면 대체로 부재를 인정합니다. 반대로 최근 전입신고 기록이 있으면 그 주소부터 확인하라는 보정 명령이 나올 수 있습니다.
선임과 허가의 순서
절차는 관리인 선임과 분할 허가, 두 번의 법원 결정을 거칩니다. 걸리는 기간은 법원 사정에 따라 다르지만 흐름은 이렇습니다.
1. 부재 소명: 형의 초본과 실종신고 확인서 같은 자료를 모읍니다. '연락이 안 된다'는 진술만 내면 보정 명령이 나와 한두 달이 더 걸리기 쉽습니다.
2. 관리인 선임 청구: 형의 마지막 주소지를 관할하는 가정법원에 냅니다. 심판까지 두세 달이 흔하고, 다른 상속인을 후보로 올리면 이해가 부딪친다며 법원이 제3자를 고르기도 합니다.
3. 분할 허가 청구: 선임된 관리인이 분할협의안을 붙여 청구하며, 보통 한두 달 걸립니다.
4. 협의서와 등기: 관리인이 형의 자리에 서명한 협의서에 허가 심판문을 붙여 상속등기를 신청합니다.
허가를 따로 받는 것은 관리인의 권한이 좁기 때문입니다. 민법 제25조에 따르면 관리인이 제118조의 범위, 곧 재산을 보존하거나 성질을 바꾸지 않는 선에서 이용·개량하는 범위를 넘으려면 법원 허가가 있어야 합니다. 분할협의는 형의 상속분을 확정해 처분하는 행위라서, 이 허가가 있어야 관리인의 서명이 효력을 가집니다.
선임된 관리인은 가족의 편이 아닙니다. 관리인은 형의 재산을 지키는 사람이어서, 가족이 바라는 분할안이 형에게 불리하면 서명하지 않거나 그 사정을 법원에 알립니다. 가족 입장에서는 협의 테이블 맞은편에 형 대신 앉은 사람인 셈입니다.
선임 청구부터 등기까지 통틀면 반년 안팎을 잡는 집이 많습니다. 기간을 가장 크게 늘리는 것은 분할안이 형에게 불리해 허가 단계에서 다시 짜이는 일입니다. 그래서 분할안은 처음부터 형의 몫을 기준으로 세워 두는 편이 빠릅니다.
법원 허가는 행방불명 상속인의 몫이 법정상속분만큼 지켜지느냐로 갈립니다.
허가를 가르는 9분의 2
법원은 형에게 돌아가는 몫이 법정상속분에 못 미치는지부터 봅니다. 숫자를 넣어 보면, 민법 제1009조 제2항에 따라 어머니 상속분은 자녀 상속분에 5할을 더한 1.5입니다. 1.5 대 1 대 1 대 1이니 합계 4.5 가운데 형의 몫은 1, 곧 9분의 2가 됩니다. 아파트 시가가 6억 원이라면 형의 몫은 약 1억 3,333만 원에 해당합니다.
어머니 단독 명의로 하려면 그만큼을 형에게 따로 내줘야 합니다. 어머니가 아파트를 갖고 그 대가로 1억 3,333만 원을 관리인에게 내놓는 방식이며, 이를 대상분할이라고 부릅니다. 형에게 아무것도 돌아가지 않는 안은 가족 사정이 아무리 절실해도 허가받기 어렵습니다.
숫자로 놓고 보면 길이 하나 더 보입니다. 형의 9분의 2는 지분으로 남겨 두고, 동생 둘의 몫만 어머니에게 옮겨 어머니가 9분의 7을 갖는 안입니다. 형의 몫은 한 푼도 줄지 않으니 법원이 받아들이기 쉬운 구조입니다. 다만 나중에 이 집을 팔 때는 형 지분을 두고 관리인이 다시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형이 집을 나가기 전 아버지에게 목돈을 받아 갔다면 그만큼 덜 줘도 되느냐는 물음이 따라옵니다. 민법 제1008조는 생전에 증여를 받은 상속인의 몫을 그만큼 줄이도록 정하고 있어, 법리상 반영은 가능합니다. 다만 형은 반박할 수 없는 처지라, 이체 기록 같은 객관적 자료 없이는 관리인도 법원도 잘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실종선고라는 다른 길
10년째 소식이 없다면 실종선고도 길이 되고, 이 길에서는 형이 상속인에서 빠질 수 있습니다. 민법 제27조 제1항은 부재자의 생사가 5년간 분명하지 않으면 법원이 실종선고를 하도록 정합니다. 제28조에 따라 선고를 받은 사람은 그 5년이 끝난 때 사망한 것으로 봅니다.
마지막 소식이 10년 전이면 실종기간은 5년 전에 끝났고, 형은 아버지보다 5년쯤 먼저 사망한 것이 됩니다. 상속인은 상속이 시작될 때 살아 있어야 하므로 형은 아버지의 상속인이 되지 못합니다. 형에게 배우자도 자녀도 없다면 어머니 7분의 3, 동생들 각 7분의 2로 다시 계산됩니다.
형에게 배우자나 자녀가 있으면 사정이 또 바뀝니다. 민법 제1001조와 제1003조 제2항에 따라 형의 자녀와 배우자가 형의 자리를 잇는 대습상속이 일어납니다. 이번에는 그들을 찾아 협의해야 합니다.
두 제도는 형을 다루는 방식이 정반대입니다. 부재자 재산관리인은 형을 살아 있는 상속인으로 두고 그 몫을 지킬 사람을 세우는 제도이고, 실종선고는 형을 법적으로 사망한 사람으로 정리하는 제도입니다. 실종선고에는 6개월 이상의 공고 기간이 있어 대개 더 오래 걸리고, 가족은 형의 사망을 서류로 받아 들게 됩니다.
같은 10년이라도 어느 제도로 읽느냐에 따라 형의 자리가 남기도, 사라지기도 합니다.
살아 돌아온 형의 자리
어느 길이든 형이 살아 돌아오면 형의 몫은 형에게 돌아갑니다. 관리인 경로라면 관리인이 맡아 두던 지분이나 돈을 넘기고, 형이 스스로 관리할 수 있게 되면 법원은 관리 처분을 취소합니다. 허가를 받아 마친 분할은 그대로 유지되므로 어머니 명의 등기가 흔들리지 않습니다.
관리가 길어지면 형의 몫은 조금씩 줄어듭니다. 민법 제26조 제2항에 따라 법원은 관리인에게 부재자의 재산에서 상당한 보수를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형 몫을 현금으로 남기는 안이라면 이 보수가 그 돈에서 나간다는 점도 계산에 넣어 둘 일입니다.
실종선고 경로는 뒤처리가 더 무겁습니다. 민법 제29조에 따라 실종선고가 취소되면, 선고로 재산을 받은 가족은 형의 생존을 몰랐을 때 남아 있는 이익만 돌려줍니다. 알고도 선고를 받았다면 이익에 이자를 붙여 돌려주고 손해도 물어야 합니다. 형이 어딘가 살아 있을 가능성이 보인다면 형의 자리를 남겨 두는 쪽이 가족에게도 뒤탈이 적을 겁니다.
정리하면, 행방불명 상속인이 있으면 부재자 재산관리인 선임과 법원 허가를 거쳐 분할합니다. 5년 넘게 생사를 모르면 실종선고라는 다른 길도 있습니다.
돌이켜보면 상속인 전원의 인감이 필요하다는 그때의 말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다만 그 빈칸을 채우는 것은 형의 도장이 아니라 형의 몫을 지키는 방식이었고, 법원이 그 방식을 확인해 주면 협의서는 완성됩니다. 어머니 이름 옆에 형의 9분의 2가 지분으로 남을지 돈으로 남을지, 이제는 가족이 먼저 그려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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