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를 폭행하고 돈을 빼앗은 자녀가 부모 사망 후 다른 형제와 똑같이 재산을 상속받겠다고 나선다면 어떨까요?
가족들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렵지만, 과거에는 이처럼 비윤리적인 행동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자녀의 상속권을 박탈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다만 2026년 3월 민법이 개정되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이제는 상속결격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부모에 대한 부양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하거나 중대한 범죄행위·심히 부당한 대우를 한 자녀라면 가정법원의 선고를 통해 상속권을 잃게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행위가 있어야 패륜 자녀를 상속에서 제외할 수 있고, 부모가 생전에 준비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요?
오늘은 기존 상속결격 제도의 한계와 개정 민법상 상속권 상실 요건, 부모가 생전에 남겨야 할 유언과 증거, 유언 없이 사망한 경우 다른 형제가 취할 수 있는 절차까지 차례로 살펴보겠습니다.
부모를 폭행한 자녀는 상속결격자가 될까요?
민법 제1004조의 상속결격은 단순한 불효나 학대가 아니라 법률에 정해진 중대한 행위가 있을 때 인정됩니다. 대표적인 사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상속결격은 별도의 선고가 없어도 법률상 당연히 상속인 자격을 잃게 하는 제도입니다. 그만큼 법원도 그 요건을 엄격하게 판단합니다.
2026년 개정 민법으로 패륜 자녀의 상속권도 상실시킬 수 있을까요?
2026년 3월 17일 개정된 민법 제1004조의2는 상속권 상실의 대상을 부모 등 직계존속에 한정하지 않고 자녀·배우자를 포함한 모든 상속인으로 확대했습니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사유가 있다면 가정법원에 상속권 상실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부모를 지속적으로 폭행하거나 협박한 행위, 생활비·병원비를 빼앗거나 재산을 갈취한 행위, 중병에 걸린 부모를 의도적으로 방치한 행위 등은 상속권 상실 사유로 검토할 수 있습니다.
다만 가족이 '패륜'이라고 느낀다는 이유만으로 상속권이 자동 박탈되는 것은 아닙니다. 가정법원은 행위의 경위와 정도, 부모와 자녀의 관계, 상속재산의 규모와 형성 과정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 청구를 인용하거나 기각할 수 있습니다. 단순한 불화나 연락 단절, 부모의 일방적인 섭섭함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이 개정 규정은 원칙적으로 2024년 4월 25일 이후 상속이 개시된 경우부터 적용됩니다. 따라서 2024년 4월 25일 이후 상속이 개시됐다면 종전의 상속결격 요건만으로 판단하지 말고, 개정 민법에 따른 상속권 상실 청구가 가능한지도 함께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부모가 생전에 자녀의 상속권을 박탈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부모가 살아 있는 동안 임의로 호적에서 파겠다거나 상속권을 박탈한다고 말하는 것만으로는 효력이 없습니다. 가족관계등록부에서 자녀를 빼거나 일반적인 각서를 받는 방식으로 상속권을 없앨 수도 없습니다.
부모가 상속권 상실을 원한다면 공정증서 유언으로 해당 자녀의 상속권을 상실시키겠다는 의사를 표시해야 합니다. 이후 부모가 사망하면 유언집행자가 가정법원에 상속권 상실을 청구하고, 법원의 선고를 받아야 합니다.
유언에는 단순히 불효했으므로 재산을 주지 않는다고 적기보다 다음 내용을 구체적으로 남기는 편이 좋습니다.
상속권 상실 대상자로 지목된 자녀는 유언집행자가 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실제로 절차를 진행할 수 있는 다른 자녀나 신뢰할 만한 제3자를 유언집행자로 지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부모가 유언을 남기지 못하고 사망했다면 형제가 대신 청구할 수 있을까요?
부모 사망 후 공동상속인은 패륜행위를 한 자녀가 상속인이 되었다는 사실을 안 날부터 6개월 이내에 가정법원에 상속권 상실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공동상속인이 없거나 공동상속인 모두에게 상속권 상실 사유가 있다면, 상실 선고로 새롭게 상속인이 될 사람이 청구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단순히 형제간 사이가 나빴다는 사정이 아니라, 해당 자녀가 부모에게 어떤 행위를 했는지가 핵심입니다. 부모가 생전에 경찰에 신고한 자료, 접근금지 결정, 병원 진료기록, 계좌 출금 내역, 통화 녹음 등이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상속권 상실 선고가 확정되면 해당 자녀는 상속이 개시된 때로 소급하여 상속권을 잃습니다. 상속권을 전제로 하는 유류분도 청구할 수 없습니다. 다만 선고 확정 전에 제3자가 취득한 권리까지 해칠 수는 없으므로, 상속재산을 임의로 처분할 우려가 있다면 상속재산관리인 선임이나 재산 보존을 위한 처분도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패륜 자녀의 상속권을 박탈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한 현재의 답은 '가능하지만, 가족의 평가가 아니라 법정 요건과 절차를 갖춰야 한다'입니다.
특히 2024년 4월 25일 이후 발생한 상속이라면 종전 법리만으로 포기하지 말고 개정법의 소급 적용 여부까지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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