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10.289분 읽기

주차장 접촉사고 물피도주 처벌, 뺑소니와 범칙금 차이

마트 주차장에서 세워 둔 차만 긁고 떠났다면 뺑소니일까요? 도로교통법 제156조 제10호 적용 기준과 사고 인식 판단, 범칙금·즉결심판 절차를 정리했습니다.

마트 주차장에서 차를 빼다 옆 차를 스친 것 같았지만 그냥 나왔는데, 며칠 뒤 경찰 연락을 받으면 뺑소니라는 단어부터 떠오르죠. 상대 차가 사람 없이 세워져 있었고 그 차만 긁었다면, 적용되는 조항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의 도주 처벌이 아니라 도로교통법 제156조 제10호입니다. 이 조항의 법정형은 2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또는 과료이고, 경찰 단계에서 범칙금 통고로 정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마트 주차장에서 옆 차를 살짝 긁은 것 같은데 그냥 나왔습니다. 경찰에서 연락이 왔는데 뺑소니로 처벌받나요?

이 결론은 세 가지 사실을 전제로 합니다. 상대 차 안이 비어 있었는지, 긁는 순간을 알아챘는지, 상대가 달리던 차가 아니라 세워 둔 차였는지입니다. 흔한 오해 세 가지를 바로잡으면 그 이유가 드러날 겁니다.

01 물피도주와 뺑소니 차이

흔히 뺑소니라고 부르는 것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제5조의3의 도주차량 운전자 가중처벌입니다. 이 조항은 교통사고로 사람을 다치게 하거나 숨지게 한 운전자가 구호 등 필요한 조치 없이 달아난 경우에 적용됩니다. 다친 사람이 없는 주차 차량 손괴는 이 조항의 대상이 아닙니다. 그러니 경찰 연락이 왔으니 곧 뺑소니라는 첫 번째 오해는 출발점부터 맞지 않습니다.

물피도주는 법률 용어가 아닙니다. 사람이 아니라 물건만 망가뜨린 사고를 내고 필요한 조치 없이 현장을 떠나는 일을 흔히 그렇게 부릅니다. 그 조치를 정한 조문이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입니다.

이 조문에 따라 사고를 낸 운전자는 즉시 정차해 필요한 조치를 하고, 피해자에게 성명·전화번호·주소 같은 인적 사항을 제공해야 합니다. 빈 차를 긁은 운전자에게 실제로 남는 의무는 이 가운데 뒤쪽, 곧 내가 누구인지 피해자에게 알리는 일입니다.

사람 없이 세워 둔 차만 긁고 떠났다면 뺑소니가 아니라, 피해자에게 인적 사항을 알리지 않은 도로교통법 위반이 문제 됩니다.

같은 물피도주라도 상대 차가 세워져 있었는지에 따라 처벌 조항이 달라집니다. 도로교통법 제148조는 사고 후 조치를 하지 않은 운전자를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합니다. 그러면서 주·정차된 차만 손괴한 것이 분명한 경우의 인적 사항 미제공은 괄호 안에서 따로 빼 두었습니다. 빠진 그 행위를 처벌하는 조문이 제156조 제10호이고, 법정형은 2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또는 과료입니다.

'그냥 떠났다'는 행동 하나에 법이 전혀 다른 값을 매겨 둔 셈이죠.

02 마트 주차장 도로교통법 적용

두 번째 오해는 마트 주차장은 도로가 아니어서 도로교통법이 미치지 않는다는 생각입니다. 도로교통법 제2조 제26호는 '운전'을 정의하면서, 제54조 제1항과 제148조, 제156조 제10호 등에 대해서는 도로 외의 곳을 포함한다고 정해 두었습니다. 주차 칸에서 차를 빼다 옆 차를 긁은 일도 차를 본래 용도대로 쓰던 중에 난 사고입니다.

따라서 사고 후 조치 의무와 그 처벌은 마트나 아파트 단지 주차장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주차장이 사유지라거나 입구에 차단기가 있다는 사정도 이 조항들에서는 따질 대상이 아닙니다.

피해 차주는 보통 자기 차 블랙박스나 주차장 CCTV로 번호판을 확인해 경찰에 신고합니다. 경찰은 그 번호로 차 소유자를 찾아 연락하고, 그 시각에 누가 운전했는지부터 묻죠. 처벌 대상은 차 소유자가 아니라 실제 운전자이므로, 가족이 몰았다면 그 사실을 그대로 밝히면 됩니다.

03 사고 인식 여부 판단 기준

세 번째 오해는 살짝 스쳤으니 몰랐다고 하면 끝난다는 생각입니다. 사고 후 미조치는 사고가 난 사실을 알고 떠났을 때 성립하므로, 정말 몰랐다면 처벌할 수 없습니다. 다만 법원은 확실한 인식까지 요구하지 않습니다. 부딪혔을지 모른다고 느끼고도 확인 없이 떠났다면 인식이 있었다고 보고, 이를 미필적 인식이라고 합니다.

그 인식은 운전자의 말보다 객관적인 흔적으로 판단됩니다. 접촉 순간 차체가 흔들렸는지, 긁히는 소리가 블랙박스에 담겼는지, 두 차에 남은 흔적의 높이가 맞는지, 사고 직후 잠깐 멈췄다가 출발했는지가 하나씩 쌓여 결론을 만듭니다. 범퍼 모서리가 스친 정도라 차 안에서 느끼기 어려웠다는 점이 영상으로 확인되면, 몰랐다는 주장이 받아들여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몰랐다는 말보다 영상 속 흔적이 먼저 판단됩니다. 부딪혔을지 모른다고 느끼고도 떠났다면 인식이 있었다고 봅니다.

지금 그날 블랙박스 영상을 몇 번이고 다시 돌려 보고 계실 수도 있는데요. 경찰도 같은 영상을 보고, 피해 차 쪽 영상까지 함께 봅니다. 영상 속 내 차가 멈칫하거나 속도를 줄이는데도 전혀 몰랐다고 말하면, 나머지 진술까지 믿기 어려워집니다. 긁은 것 같다고 느낀 기억이 있다면 그 기억도 인식을 뒷받침하는 사정으로 쓰입니다.

04 탑승자 있는 차량 접촉 사고

앞의 계산은 상대 차 안에 아무도 없었다는 전제에서만 맞습니다. 운전석이나 뒷좌석에 사람이 있었고 그 사람이 다쳤다며 진단서를 낸다면, 사람이 다친 사고가 되어 제156조 제10호로 처리할 수 없습니다. 이때는 제148조의 사고 후 미조치가, 나아가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제5조의3의 도주치상이 문제 됩니다.

그렇다고 진단서 한 장으로 곧바로 뺑소니가 되지는 않습니다. 법원은 상처가 극히 가벼워 따로 구호할 필요가 없었다고 보이는 경우 도주치상을 인정하지 않아 왔습니다. 충격의 세기, 진단 내용, 사고 직후 피해자가 어떻게 움직였는지가 그 판단의 재료가 되죠.

착각하기 쉬운 장면이 하나 더 있습니다. 주차 칸에서 막 빠져나오던 차나 출구 앞에서 정산을 기다리던 차와 스쳤다면, 상대 운전자가 차 안에 있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빈 차를 긁은 경우의 계산을 그대로 가져올 수 없습니다.

05 수리비 변상과 합의 효과

합의하면 없던 일이 되느냐는 질문에는 행위를 둘로 나눠 답해야 합니다. 옆 차를 긁은 행위는 운전 중 실수로 남의 물건을 망가뜨린 과실 손괴입니다. 이 부분은 자동차종합보험에 가입돼 있거나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3조 제2항과 제4조에 따라 공소를 제기할 수 없습니다. 반면 연락처 없이 떠난 행위는 제156조 제10호의 별개 위반이어서,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사라지지 않습니다.

두 행위를 나눠 보면, 수리비를 다 물어 주고도 범칙금 통고를 받는 이유가 이해됩니다.

피해 차주는 신고와 함께 수리비 견적을 보내며 직접 변상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내 보험의 대물배상으로 처리하면 보험사가 수리 범위와 금액을 따져 줍니다. 다만 이후 보험료가 오를 수 있어서, 수리비가 크지 않으면 직접 변상을 택하는 운전자도 적지 않죠.

그렇다면 경찰 연락 전에 내가 먼저 피해 차주를 찾아 연락했다면 어땠을까요. 제54조 제1항은 사고 직후 즉시 정차해 알리라고 요구하므로, 나중에 연락해도 이미 떠난 사실은 되돌릴 수 없습니다. 다만 경찰이 찾기 전에 스스로 변상한 사정은 사고를 숨길 생각이 없었다는 정황으로 읽힐 여지가 있습니다.

06 경찰 연락 이후 처리 절차

사람 없는 주차 차량만 긁은 사안이라면 경찰 연락 이후의 흐름은 대체로 이렇습니다.

1) 운전자 확인과 조사: 경찰이 전화나 출석 조사로 운전자, 사고 시각, 사고를 알았는지를 묻습니다. 흐린 기억을 단정해 말하는 것이 이 단계의 흔한 실수입니다.

2) 범칙금 통고: 위반이 인정되면 경찰서장이 범칙금 납부통고서를 발부합니다. 이 통지를 통고처분이라고 합니다.

3) 납부 기간: 통고서를 받은 날부터 10일 이내에 내야 합니다. 이 기간을 넘기면 납부기간이 끝나는 날의 다음 날부터 20일 이내에 100분의 20을 더한 금액을 내야 합니다(도로교통법 제164조).

4) 즉결심판: 두 번째 기간까지 내지 않으면 경찰서장이 즉결심판을 청구합니다(도로교통법 제165조).

범칙금을 내면 그 범칙행위로는 다시 처벌받지 않습니다(도로교통법 제164조). 통고처분은 법원이 선고하는 형벌이 아니라서 범칙금을 냈다고 전과가 생기지는 않고, 이 점에서 벌금형과 다릅니다. 형사 쪽이 이렇게 정리돼도 수리비 같은 민사상 배상 책임은 따로 남습니다.

사고를 몰랐다는 주장을 끝까지 다투려면 범칙금을 내지 않고 즉결심판에서 다툴 수 있습니다. 그 결과에도 불복하면 선고·고지를 받은 날부터 7일 이내에 정식재판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즉결심판에 관한 절차법 제14조).

정리하면, 빈 차만 긁고 떠났다면 20만원 이하 벌금 조항이 적용되고 범칙금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상대 차에 사람이 있었다면 계산이 달라집니다.

그날의 블랙박스 영상을 다시 틀 때는 세 장면만 보면 됩니다. 상대 차 운전석이 비어 있었는지, 긁는 순간 내 차가 흔들리거나 소리가 났는지, 상대 차가 움직이지 않고 서 있었는지를 차례로 대어 보세요. 그러면 지금 받은 연락이 범칙금 선에서 끝날 일인지 스스로 가늠할 수 있을 겁니다.

062-223-7877

김정웅

김정웅변호사

민사 · 노동/산재 · 형사 · 부동산 · 교통사고 · 파산/회생 · 기업법무 · 의료 · 성범죄 · 행정 · 이혼/가사전남법무법인 양영앤정훈

2013. 장흥군, 강진군 자문변호사 2018. 삼성전자 광주법인 자문변호사 2020. 장흥군의회 자문변호사 장흥교도소, 장흥경찰서, 장흥군, 강진군 다수 위원회 위원 활동 전) 법무법인 정훈 대표변호사 現 법무법인 양영&정훈 대표변호사 법무법인 양영&정훈은 광주와 전남 지역의 든든한 법률 파트너로서 고객의 권리와 이익을 최우선으로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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