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남개발공사가 법원의 가압류 결정이 내려진 중도금 76억 원을 계약 상대방에게 반환했다가 거액을 다시 지급할 수 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전남개발공사는 한옥호텔 매매계약이 해제되자 매수인에게 돌려줄 중도금을 지급했는데, 당시 해당 반환금에는 다른 채권자가 신청한 가압류 결정이 내려져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공사 측이 돈을 지급한 뒤 가압류채권자가 제기한 소송에서 패소하면서 이중 지급과 배임 논란까지 불거졌습니다.
대부분의 채권자는 법원에서 가압류 결정을 받았으니 돈이 안전하게 묶여 있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이번 사례처럼 제3채무자가 이를 확인하지 않고 채무자에게 돈을 지급했다면 가압류는 어떻게 되는 걸까요?
이 글에서는 채권가압류에서 제3채무자가 누구인지, 가압류 결정이 송달된 뒤 채무자에게 돈을 지급하면 어떤 책임을 지는지, 채권자가 실제로 돈을 받으려면 어떤 절차를 밟아야 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채권가압류에서 제3채무자는 누구일까요?
채권가압류는 채무자의 통장만 동결하는 절차가 아닙니다. 채무자가 다른 사람이나 회사로부터 받을 돈도 가압류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건설업체 A가 발주처 B로부터 공사대금 1억 원을 받을 예정이라고 해보겠습니다. A에게 받을 돈이 있는 채권자 C는 법원에 A의 공사대금채권을 가압류해 달라고 신청할 수 있습니다. 이때 관계는 다음과 같이 정리됩니다.
채권자 C: A에게 돈을 받아야 하는 사람
채무자 A: B로부터 공사대금을 받을 사람
제3채무자 B: A에게 공사대금을 지급해야 하는 발주처
법원이 가압류 결정을 내려 제3채무자인 B에게 송달하면, B는 가압류된 범위의 공사대금을 A에게 지급해서는 안 됩니다.
은행 예금이 가압류됐다면 은행이 제3채무자가 되고,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을 가압류했다면 임대인이 제3채무자가 됩니다. 급여채권은 회사, 물품대금채권은 거래처가 제3채무자가 될 수 있습니다.
제3채무자가 채무자에게 돈을 지급하면 가압류가 없어질까요?
가압류 결정은 제3채무자에게 송달된 때부터 효력이 발생합니다. 법원이 결정을 내린 날짜나 채권자가 신청서를 접수한 날짜만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 아닙니다.
민사집행법은 압류명령이 제3채무자에게 송달되면 효력이 발생하고, 제3채무자는 채무자에게 지급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이 규정은 채권가압류에도 준용됩니다.
제3채무자가 가압류 결정을 송달받은 뒤에도 채무자에게 돈을 지급했다면, 그 지급 사실을 가압류채권자에게 내세울 수 없습니다. 쉽게 말하면 '나는 이미 채무자에게 돈을 줬으니 더 이상 지급할 돈이 없다'고 주장하기 어렵다는 뜻입니다.
채권자가 본안소송에서 승소한 다음 가압류를 본압류로 옮기고 추심명령을 받으면, 제3채무자는 같은 돈을 다시 지급해야 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도 채권가압류 후 제3채무자가 채무자에게 변제하더라도 그 변제로 가압류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전남개발공사의 사례를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법원이 '이 돈을 업체에 지급하지 말라'고 했는데 전남개발공사가 업체에 먼저 지급했다면, 가압류채권자는 승소판결과 추심명령을 받은 뒤 전남개발공사에 다시 돈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전남개발공사는 가압류채권자에게 이중으로 지급한 뒤, 먼저 돈을 받아 간 업체를 상대로 반환을 청구해야 하는 식입니다.
가압류 결정만으로 제3채무자에게 바로 돈을 청구할 수 있을까요?
가압류는 재산을 임시로 묶어두는 절차입니다. 아직 채권자에게 그 돈을 직접 받아 갈 권한까지 주는 것은 아닙니다.
채권자가 실제로 돈을 받으려면 채무자를 상대로 본안소송이나 지급명령 절차를 진행해 판결, 확정된 지급명령 또는 집행력 있는 공정증서와 같은 집행권원을 확보해야 합니다. 진행 순서는 다음과 같습니다.
제3채무자가 이미 채무자에게 지급했다는 이유로 거절한다면, 제3채무자를 상대로 추심금 청구소송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추심금 소송을 하면 가압류 금액 전부 받을 수 있을까요?
추심명령을 받았다고 해서 가압류 결정문에 적힌 금액을 제3채무자로부터 그대로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채권자가 돌려받을 수 있는 돈은 가압류한 금액과 채무자가 제3채무자에게 실제로 받을 수 있었던 금액 중 적은 금액을 기준으로 합니다. 가령 1억 원을 가압류했더라도 채무자가 제3채무자에게 받을 공사대금이 6천만 원뿐이었다면 원칙적으로 6천만 원의 범위에서 추심할 수 있습니다.
제3채무자는 추심금 청구를 받으면 채무자에게 지급할 돈이 원래 없었다고 다툴 수 있습니다. 공사가 완료되지 않아 공사대금이 발생하지 않았거나, 하자보수비와 지체상금을 공제하면 남은 돈이 없다는 주장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가압류 결정이 송달되기 전에 대금을 이미 지급했거나 계약이 해제돼 해당 채권이 소멸했다는 항변도 가능합니다.
이때 채권자는 채무자와 제3채무자 사이의 계약서, 세금계산서, 거래명세표, 기성고 확인서, 정산서 등을 통해 실제 채권이 존재한다는 점을 밝혀야 합니다. 제3채무자가 가압류 송달 후 채무자에게 지급한 사실을 확인하려면 계좌이체 내역과 지급결의서, 회계자료도 필요합니다. 관련 자료를 임의로 받기 어렵다면 소송 과정에서 사실조회나 문서제출명령을 신청하는 방법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
다른 채권자의 압류나 가압류가 함께 들어와 있다면 배당관계도 확인해야 합니다. 여러 채권자가 동일한 채권을 압류한 사건에서는 한 채권자가 가압류 금액 전부를 단독으로 받을 수 없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추심금 소송에서는 가압류 결정이 있었다는 사실보다 채무자가 제3채무자에게 실제로 받을 돈이 얼마였는지가 더 치열하게 다뤄집니다. 따라서 가압류 당시 작성한 채권의 표시와 실제 계약관계가 일치하는지, 대금이 발생한 시점과 지급된 금액은 얼마인지부터 정리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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