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동안 셔터를 내렸던 가게의 영업정지가 판결로 취소되면, 그 두 달 치 매출부터 떠오르시죠. 그 손해는 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처분이 취소됐다는 사실만으로 배상이 정해지지는 않습니다. 국가배상법이 요구하는 공무원의 고의나 과실을 따로 인정받아야 하고, 그 과실이 인정될지는 법원이 어떤 이유로 처분을 취소했는지를 보면 대부분 가늠이 됩니다.
구청 영업정지 처분이 소송에서 취소됐습니다. 두 달 동안 가게 문을 닫았는데 그 손해를 구청에 물어낼 수 있나요?
Q. 처분이 취소되면 배상도 받을까요
한 음식점이 구청에서 영업정지 2개월 처분을 받고 다음 날부터 문을 닫았다고 가정합니다. 사장은 처분을 없애 달라는 행정소송, 곧 취소소송을 냈고, 1년쯤 지나 처분을 취소하는 판결이 확정됐습니다. 판결 이유는 다음 세 가지 가운데 하나일 수 있습니다.
세 판결 모두 처분이 위법해 효력을 잃었다는 점은 같습니다. 그러나 첫째는 배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둘째는 어렵습니다. 셋째는 과실보다 처분과 손해 사이의 연결, 곧 인과관계가 쟁점이 됩니다.
이긴 판결은 하나인데 손해배상의 전망은 셋으로 나뉘는 셈이죠.
Q. 취소판결만으로 과실이 인정될까요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은 공무원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반해 타인에게 손해를 입히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배상하도록 정합니다. 영업정지는 구청장이 법령에 따라 내리는 직무 행위여서 이 조항이 그대로 적용됩니다.
대법원은 처분이 취소소송에서 취소됐다는 사정만으로 공무원의 고의나 과실에 의한 불법행위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봅니다. 기준은 보통의 공무원을 표준으로 할 때, 담당 공무원이 객관적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아 처분이 객관적 정당성을 잃었다고 인정될 정도인가입니다.
두 소송이 묻는 질문은 다릅니다. 취소소송은 '그 처분이 법에 맞았는가'를 묻고, 국가배상 소송은 '담당 공무원이 처분 당시 해야 할 확인과 판단을 다했는가'를 묻습니다. 앞의 질문에서 이겼더라도 뒤의 질문은 새로 증명해야 하고, 그 증명 책임은 배상을 청구하는 업주에게 있습니다.
취소판결은 처분이 법에 맞지 않았다는 판단입니다. 국가배상을 받으려면 담당 공무원이 해야 할 확인을 다하지 않았다는 점을 따로 증명해야 합니다.
지금 판결문을 옆에 두고 두 달 매출을 계산해 보고 계셨다면, 계산은 잠시 미루고 판결문의 '이유' 부분부터 다시 읽어 보셔도 됩니다. 법원이 무엇을 위법하다고 했는지가 국가배상 소송의 첫 쟁점이거든요.
Q. 어떤 취소 사유면 과실이 인정될까요
과실이 가장 쉽게 인정되는 경우는 구청이 확인했어야 할 사실을 확인하지 않아 처분이 어긋난 때입니다. 현장 점검 없이 민원만 믿었거나 업주가 낸 반박 자료를 들여다보지 않았다면, 보통의 공무원이라도 피할 수 있었던 잘못으로 평가됩니다. 사례의 첫째 판결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근거 조항이 적용되지 않는 업종에 처분했거나 바뀐 처분 기준을 옛 기준대로 적용한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법령 조문만 확인했어도 알 수 있었던 잘못이기 때문입니다.
국가배상 소송에서 구청은 대개 '처분 당시 가진 자료로는 위반으로 볼 근거가 충분했다'고 맞설 겁니다. 단속 보고서나 사진, 경찰의 위반 통보처럼 당시 근거가 있었다면, 결과적으로 틀렸어도 주의의무는 다했다는 논리입니다. 그래서 이 소송의 승부는 처분 직전에 구청이 무엇을 갖고 있었고 무엇을 확인하지 않았는지에서 갈립니다.
현장 확인 없이 민원만 믿고 내린 처분이었다면 과실이 인정되기 쉽습니다. 처분 당시 구청이 가진 자료가 승부를 가릅니다.
그 자료의 상당 부분은 취소소송 기록에 이미 들어 있습니다. 빠진 부분은 구청에 정보공개를 청구해 받아 볼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Q. 재량 초과나 절차 위반이면 어떨까요
구청이 법령에 정해진 행정처분 기준대로 기간을 정했는데 법원이 업주의 사정을 참작해 2개월은 과하다며 취소했다면, 국가배상까지 받기는 어렵습니다. 구청이 정할 수 있는 폭 안에서 내린 판단을 재량 판단이라고 하는데, 그 결과가 지나쳤다는 이유만으로는 처분이 객관적 정당성을 잃었다고 보지 않는 것이 법원의 대체적인 흐름입니다. 학설과 판례가 엇갈리던 법령 해석 문제에서 공무원이 합리적 근거로 한쪽 해석을 따랐다면, 그 해석이 나중에 틀린 것으로 드러났어도 대법원은 과실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사전 통지와 의견 제출 기회는 행정절차법 제21조와 제22조가 불이익 처분 전에 거치도록 정한 절차입니다. 이를 빠뜨렸다면 법이 정한 절차를 지키지 않은 것이므로 과실을 인정받을 여지가 큽니다. 문제는 인과관계인데요, 절차를 제대로 밟았어도 같은 영업정지가 내려졌을 사정이 드러나면 두 달 휴업 손해를 절차 위반 탓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취소판결은 같은 절차상 잘못을 되풀이하지 못하게 할 뿐입니다. 그래서 절차 위반으로 취소됐다면 구청은 사전 통지와 의견 제출을 거쳐 같은 내용의 영업정지를 다시 내릴 수 있습니다.
판결문 이유의 한 줄이 이만큼 많은 것을 정합니다.
Q. 두 달 휴업 손해는 얼마로 볼까요
과실이 인정되면 배상 범위는 보통 두 가지를 더해 잡습니다. 문을 열었다면 남았을 이익과, 문을 닫은 동안에도 나간 비용입니다. 처분 전 1년 동안 월평균 순이익이 600만 원이었고, 휴업 중에도 월세와 관리비로 매달 300만 원이 나간 경우를 생각해 봅니다.
순이익은 이미 월세와 관리비를 뺀 금액입니다. 따라서 휴업 한 달의 손실은 600만 원에 300만 원을 더한 900만 원이고, 두 달이면 1,800만 원입니다.
순이익은 처분 전 부가가치세 신고 자료와 카드 매출 내역으로 증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 매출이 신고보다 많았다고 주장하려면 그만큼 객관적인 자료가 따라와야 합니다.
업주에게도 위반의 원인이 일부 있었다면 법원은 그 몫만큼 배상액을 줄입니다. 위자료는 재산상 손해를 배상받으면 정신적 고통도 회복된다고 보는 것이 원칙입니다. 그래서 특별한 사정이 있어야 따로 인정됩니다.
과징금 처분을 받아 돈을 냈다가 그 처분이 취소된 경우는 결론이 다릅니다. 취소판결로 처분은 처음부터 없던 것이 되므로, 이미 낸 과징금은 구청이 근거 없이 가진 돈이 되어 공무원의 과실과 상관없이 돌려받습니다. 문을 닫아 생긴 영업손실은 구청이 가져간 돈이 아니거든요. 그래서 국가배상으로만 청구할 수 있고, 과실 요건을 넘어야 합니다.
Q. 누구에게 언제까지 청구할까요
청구 상대방은 처분을 한 구청장이 속한 자치구, 예컨대 서울특별시 ○○구입니다. 그 처분이 위임받은 사무였더라도, 국가배상법 제6조 제1항이 공무원 급여 같은 비용을 대는 쪽에도 배상책임을 지우므로 자치구를 상대로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수원시 장안구처럼 자치구가 아닌 일반 시의 구청이 처분했다면 상대방은 그 시가 됩니다.
처분을 한 공무원 개인에게도 받을 수 있느냐고 되물으실 텐데요. 대법원은 공무원에게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있을 때에만 개인도 직접 배상책임을 진다고 보고, 가벼운 과실이면 자치구만 책임을 집니다. 자치구가 물어준 돈을 고의나 중과실이 있는 공무원에게 다시 청구하는 것을 구상이라고 하며, 이는 국가배상법 제2조 제2항이 정하고 있습니다.
국가배상청구권에는 국가배상법 제8조에 따라 민법 제766조 제1항이 적용되어, 손해와 가해자를 안 날부터 3년이 지나면 소멸합니다. 불법행위를 한 날부터 5년이 지나도 청구할 수 없게 되는데,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금전 채권의 시효를 정한 지방재정법 규정이 적용되기 때문입니다. 두 기간 가운데 먼저 끝나는 쪽이 기준입니다.
'안 날'은 손해와 가해자뿐 아니라 그 행위가 위법하다는 점까지 현실적으로 안 때를 말합니다. 취소판결이 확정된 날을 그때로 볼 여지가 있지만, 사안에 따라 법원이 그보다 앞서 알았다고 판단할 수도 있습니다.
정리하면, 소송 상대는 처분한 구청이 속한 자치구이고, 쟁점은 판결 이유에 드러난 공무원의 과실입니다. 기한은 처분서를 받은 날부터 3년으로 세는 편이 안전합니다.
이 사안에서 가장 먼저 돌아올 수 있는 기한은 '안 날'부터 3년입니다. 그 시작을 판결 확정일로 잡을지 더 앞당길지 다툼이 남는 만큼, 영업정지 처분서를 받은 날을 기준으로 3년을 세면 기한을 넘길 일이 없습니다. 처분서 봉투나 송달 기록에 찍힌 날짜가 그 계산의 출발점입니다.
02-522-7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