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 국가배상청구의 현실
억울하게 조작된 사건, 국가의 폭력, 부당한 구금과 고문. 그런데 그 피해자가 이미 고인이 된 상태라면, 그 억울함은 누가 어떻게 회복해야 할까요?
과거사 국가배상 소송에서 유족이 제기하는 손해배상 청구는 생각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냉정합니다. 피해자가 생존해 있을 때와는 완전히 다른 기준이 적용되기 때문입니다.
피해자 본인이 모든 고통을 겪고 떠났는데, 그 피해가 국가의 불법행위로 발생한 것이 명확하다면 국가도 책임을 져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유족이 직접 나서서 소송을 해도, 현실에서는 국가가 "구체적 증거를 제시하라"고 맞서는 경우가 너무나 많습니다.
유족의 청구, 원칙적으로 가능하다
기본적으로 대한민국 민법은 피해자가 사망한 경우 손해배상청구권이 상속된다고 봅니다. 따라서 고인이 된 피해자의 직계 유족, 보통 배우자나 자녀가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은 법적으로 당연히 가능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위자료라는 개념이 극도로 주관적이라는 점입니다.
사망 이전 피해자가 어떤 고통을 받았는지, 어떤 방식으로 삶이 무너졌는지, 어떤 질병을 얻었는지, 어떤 정신적 충격을 받았는지를 유족이 직접 입증해야 하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망인의 고통'을 증명하는 방식
고인이 된 피해자는 스스로 말하지 못합니다. 따라서 유족은 피해 당시 상황, 그 이후의 삶, 정신적·육체적 손상의 흔적 등을 입증할 객관적 자료를 제출해야 합니다. 다음과 같은 자료들이 대표적입니다.
이런 입증이 부족하면 재판부는 위자료를 극히 제한적으로만 인정하거나, 심지어 전혀 인정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국가의 항변, 법원의 판단
이런 유족 소송에서 국가가 자주 주장하는 논리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피해자와 유족이 별도로 위자료를 받아야 하니 유족이 직접적인 고통을 겪은 증거가 없으면 줄 수 없다는 주장입니다.
둘째, 피해자가 사망하기 전까지의 정신적 고통을 객관적으로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주장입니다.
이런 논리는 불합리해 보일 수 있지만, 법원은 "불법행위 당시와 사망 사이의 기간이 길고, 고통의 연속성이 입증되지 않으면 위자료를 제한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즉, 피해자가 세상을 떠난 지 오래되었고 관련 기록이 충분하지 않다면 위자료 청구는 아주 어렵다는 뜻입니다.
단 한 줄의 기록이 결과를 바꾼다
실제로 유족 소송에서 고인이 생전에 병원에 남긴 '외상 후 스트레스' 진단서 한 장이 판결 금액을 수천만 원 차이 나게 만든 사례도 있습니다.
또는 가족의 진술서와 과거 활동사진들이 구체적으로 정리된 탄원서만으로도 재판부가 "정신적 피해가 명백하다"며 위자료를 인정한 사례도 있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고인의 고통이 단순한 추정이 아니라 명확한 인식 아래 재판부에 전달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입니다. 이런 준비는 변호사와의 협업을 통해 전략적으로 만들어가는 부분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1. 이미 돌아가신 분인데도 국가가 소송에서 책임을 부인할 수 있나요?
가능합니다. 입증 책임은 유족에게 있으며, 사망 전 고통이 구체적으로 증명되지 않으면 책임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2. 과거사위에서 피해를 인정했는데도 위자료를 못 받을 수 있나요?
네. 과거사위 결정은 법적 구속력이 없고, 법원은 별도의 증거를 요구합니다.
3. 가족이 국가에 의해 고통받고 숨졌는데, 왜 위자료가 이렇게 적죠?
피해의 정도를 수치화하는 것은 법적으로 매우 제한적인 기준을 따릅니다. 감정이 아닌 객관적 입증을 통해 금액이 정해지기 때문입니다.
이미 세상을 떠난 피해자에게 법정은 침묵을 강요합니다. 그 침묵을 깨고, 남은 가족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래도 우리는 증명하고, 요구하고, 싸워야만 합니다.
그래야 억울함이 '기억'으로만 남지 않게 되니까요.
형사·노동 전문 이정도 변호사 (법무법인 아이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