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적, 정신적 기능이 쇠약해진 환자들이 함께 생활하는 곳이 바로 요양원입니다. 보호자들은 요양원 내에서 환자 간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습니다.
치매 등을 앓고 있는 환자가 의도치 않게 다른 환자를 폭행하거나 피해를 입히는 일은 빈번하게 발생하는 편이고, 여러 환자가 함께 다른 환자를 따돌리거나 폭행하면서 고의적으로 괴롭히는 일도 드물지 않게 일어납니다.
이렇다 보니 요양원에 가족을 보내 놓은 보호자는 요양원 내에서 발생하는 환자 간 폭행 사건에 대해 요양원 측이 적극적으로 관리하고 중재해 주기를 바라게 마련입니다.
하지만 환자 간 폭행 사건을 두고 요양원 측과 보호자 측의 입장이 서로 다르면 의견 차이로 분쟁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법무법인 정음의 강윤석 대표변호사는 다른 환자로부터 폭행 등 부당한 행위를 당한 피해 환자의 보호자 측과 요양원 측이 관리감독 책임 여부를 두고 법적 갈등을 벌이는 일이 자주 벌어지기 때문에, 양측 모두 이러한 상황에 대비해 합리적인 입장 소명 방안을 마련해 두어야 한다고 당부했습니다.
요양원 내에서 환자 간 폭행이 벌어지는 경우
사람이 모여 지내는 곳이라면 어디든 개인 간 다툼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요양원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다툼이 언쟁 정도로 마무리된다면 별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신체적인 마찰로 번지면 문제가 심각해집니다. 사안에 따라서는 피해 환자가 사망하면서 법적 분쟁이 깊어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실제로 요양원에서 함께 지내던 치매 환자가 다른 환자에게 수차례 폭행당한 뒤 뇌진탕 증상을 보이다가 사망한 사례도 있습니다.
가해 환자가 별도의 정신 질환을 앓고 있지 않은 상태라면 피해 환자나 그 가족은 가해 환자를 상대로 법적 조치를 취할 수 있습니다. 가해 환자가 적절한 형사 처벌을 받도록 형사 고소를 진행하며 폭행죄 등의 책임을 물을 수 있고, 폭행으로 피해 환자에게 발생한 각종 손해를 입증하며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소송도 제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가해 환자가 제대로 된 인지나 판단이 어려운 수준의 정신 질환을 앓고 있었고, 그 증상의 일환으로 피해 환자를 공격하고 폭행했다면 가해 환자에게 법적 책임을 묻기가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심한 치매 증상을 보이는 노인 A씨가 발작을 일으킨 상태에서 노인 B씨를 폭행했다면, A씨의 행위는 상당한 심신장애 상태에서 이뤄졌기 때문에 책임이 인정되지 않습니다.
입장에 따른 대처 방안
강 변호사는 이러한 상황에서는 피해 환자 측이 요양원 측의 대처 내용을 살펴보아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미 여러 차례 폭행 사건이 발생했고 요양원 측이 그로 인한 위험 요소를 충분히 인지할 수 있는 상황이었음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아 폭행이 거듭 이어졌다면, 폭행 발생과 관련해 요양원 측의 관리감독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 강 변호사의 설명입니다.
예를 들어 심각한 치매를 앓고 있는 노인 A씨가 발작을 일으키며 다른 환자들을 구타할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면, 요양원 측에서는 A씨가 다른 환자들과 접촉하지 않도록 분리 조치를 하거나, 발작이 발생했을 때 쉽게 제압할 수 있도록 전담 요양보호사를 배치했어야 합니다.
A씨에게 폭행 피해를 당한 환자가 발생했을 때에는 해당 내용을 정확히 기록한 뒤, 필요하다면 피해 환자를 상급 의료기관으로 이송하고 가족들에게 그 사실을 알려야 합니다.
요양원 측이 A씨의 폭행 행위를 알고 있으면서도 방관했거나 필요한 조치를 적극적으로 취하지 않았다면, 이 부분에 대해 형사상 책임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강 변호사는 "형법 제268조는 업무상과실치사상에 대해 규정하고 있습니다. 요양원 운영자나 담당 직원이 업무상 기울여야 할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았고, 이 때문에 상습적으로 환자 간 폭행 사건이 벌어지면서 피해 환자가 다치거나 사망한 경우라면 피해 환자 측에서 요양원 측을 상대로 형사 고소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라고 전했습니다.
또한 "노인복지법에서는 방임 역시 노인학대에 해당한다고 명시하고 있는데, 요양원 측이 피해 환자에게 필요한 돌봄을 제공하지 않고 방임함으로써 문제가 심각해진 상황이라면 노인학대 혐의가 적용될 가능성도 있습니다"라고 밝혔습니다.
피해 환자 측은 요양원 측에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도 함께 물을 수 있습니다. 다만 형사 재판에서 요양원 측의 책임이 인정되지 않았고, 피해 환자 측이 요양원 측의 고의나 과실로 손해가 발생했다는 점을 확실히 입증하지 못한다면 민사 재판에서 유리한 판결을 얻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따라서 형사와 민사 소송을 함께 준비하면서 보다 유리한 쪽으로 상황을 이끌어 가야 합니다.
요양원 측에서는 환자 간 폭행 사건을 인지할 수 없는 상태였음을 입증하거나, 사건을 인지한 뒤 적절한 조치를 취했다는 점을 증명하면서 민형사상 책임을 벗을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다만 모르쇠로 일관하는 것만으로는 법적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는 것이 강 변호사의 의견입니다. 요양원 운영자나 담당 요양보호사가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환자 간 폭행 사건을 전혀 알지 못했다는 것 자체가 주의의무 위반으로 인정될 수 있기 때문에, 요양원 측에서는 진술 전략을 구성하는 과정에서 신중을 기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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