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를 치르고 나서야 유언장의 존재를 알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열어보니 재산 전부를 형에게, 혹은 장남에게 남긴다고 적혀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유언이 유효하더라도 자녀는 법정상속분의 절반을 유류분으로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실제로 얼마가 돌아오는지는 유언장에 뭐라고 적혀 있느냐가 아니라, 민법 제1113조의 유류분 산정 기초재산에 부모님이 생전에 넘겨준 재산이 들어가느냐 마느냐에서 갈립니다.
유언장에 제 이름이 없습니다
유언 자체를 깨지 않아도 됩니다. 유류분은 유언이 완벽하게 유효한 것을 전제로, 그 결과가 상속인의 최소 몫을 침해했을 때 그만큼 돌려달라고 하는 별개의 권리입니다.
민법 제1112조는 직계비속과 배우자의 유류분을 법정상속분의 2분의 1, 직계존속은 3분의 1로 정합니다. 형제자매의 유류분을 규정한 부분은 2024년 4월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효력을 잃었습니다. 그래서 지금 형제자매는 유류분을 주장할 수 없습니다.
자녀가 둘인데 유언으로 전부 한 사람에게 갔다면, 나머지 한 명의 법정상속분은 2분의 1, 그 절반인 4분의 1이 유류분입니다. 여기까지는 계산이 단순합니다.
'10년 전에 형한테 준 아파트도 계산에 들어가나요'
들어갑니다. 그리고 이 지점이 사건의 승패를 거의 결정합니다.
민법 제1114조는 증여를 상속개시 전 1년 이내의 것만 산입하되, 당사자 쌍방이 유류분 권리자에게 손해를 가할 것을 알고 한 증여는 기간과 무관하게 넣도록 정합니다. 그런데 공동상속인에게 준 특별수익은 민법 제1118조가 제1008조를 준용하는 결과, 기간 제한 없이 기초재산에 포함된다는 것이 확립된 실무입니다. 20년 전 증여도 들어갑니다.
가상의 예시로 계산해 보겠습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며 남긴 재산이 2억 원, 채무는 없습니다. 10년 전 형에게 아파트를 증여했고 사망 시점 시가가 6억 원입니다. 유언은 남은 2억 원도 형에게 준다는 내용입니다. 기초재산은 8억 원, 동생의 법정상속분은 4억 원, 유류분은 2억 원입니다. 동생이 받은 것이 없으니 2억 원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만약 그 아파트를 형이 아니라 아버지 친구에게 10년 전에 줬다면, 쌍방의 악의를 입증하지 못하는 한 6억 원은 통째로 빠지고 동생의 유류분은 5천만 원으로 줄어듭니다. 같은 재산, 같은 유언장인데 받는 사람이 누구였느냐로 네 배가 갈립니다.
하나 더 짚겠습니다. 증여재산은 증여받을 당시 가격이 아니라 상속개시 당시 시가로 평가합니다. 20년 전 3천만 원에 사준 땅이 지금 5억이면 5억으로 계산에 들어갑니다.
'유언장 자체가 이상한데 무효는 안 되나요'
자필증서 유언은 민법 제1066조에 따라 전문·연월일·주소·성명을 모두 유언자가 직접 쓰고 날인해야 합니다. 넷 중 하나라도 빠지면 무효입니다.
실무에서 가장 많이 걸리는 것이 주소 누락과 날인 누락입니다. 서명만 하고 도장을 찍지 않았거나, "○○시 자택에서"처럼 주소를 특정하지 못하게 적은 경우 유언이 통째로 무효가 되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컴퓨터로 작성해 출력한 유언장도 자서 요건을 못 채워 무효죠.
유언이 무효가 되면 유류분이 아니라 법정상속분 전부를 주장하게 됩니다. 그래서 유언장을 처음 손에 쥔 순간, 사진부터 찍어 두셔야 합니다. 원본은 민법 제1091조에 따라 가정법원 검인 절차를 거쳐야 하고, 보관자나 발견자는 상속개시를 안 뒤 지체 없이 검인을 청구해야 합니다.
'언제까지 청구할 수 있나요'
민법 제1117조는 두 개의 기간을 둡니다. 상속개시와 반환해야 할 증여·유증이 있었다는 사실을 안 날로부터 1년, 상속이 개시된 때로부터 10년입니다.
1년은 생각보다 빨리 지나갑니다. 사십구재를 지내고 형제간에 얘기를 나누다 해를 넘기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 사이 상속 부동산이 제3자에게 팔리면 원물반환이 어려워져 가액반환으로 넘어가고, 다툼의 난이도가 올라갑니다.
절차는 대체로 이렇게 흘러갑니다.
상속을 아예 받지 않겠다면 안 날로부터 3개월 안에 포기나 한정승인을 해야 한다는 점도 함께 기억하십시오.
'무엇을 준비해서 가면 되나요'
지금 형 명의 등기부를 떼어보고 계신다면 방향은 정확합니다. 상담에는 아래 자료가 있으면 첫 자리에서 부족액의 윤곽까지 잡을 수 있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이미 받은 재산이 유류분을 넘는 분도 있습니다. 그런 경우 소송을 걸어도 돌아올 돈이 없습니다. 그래서 소장을 먼저 쓰는 게 아니라 계산을 먼저 합니다.
불공평하다는 느낌이 드셨다면 그 느낌 자체가 근거 없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감정이 아니라 숫자로 정리되어야 법적으로 다툴 수 있습니다. 서류가 다 갖춰지지 않아도 괜찮으니, 기간이 지나기 전에 상황부터 점검해 두시기를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