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신고 없이 10년을 함께 살다 헤어지게 되면, 서류상 남남이니 빈손으로 나가야 하는지부터 묻게 됩니다. 법원은 그 10년이 부부로서의 생활이었다고 인정되면 혼인신고가 없어도 재산분할을 받을 수 있다고 봅니다. 결론을 가르는 조건은 두 가지입니다. 두 사람이 실제로 부부로 살았는지, 그리고 그 관계가 언제 끝났는지입니다.
혼인신고 없이 10년을 같이 살았는데 헤어지게 됐습니다. 재산분할 받을 수 있나요?
Q. 혼인신고를 안 했으니 법적으로는 남남이래요
절반만 맞는 말입니다. 민법 제812조 제1항은 혼인이 신고로써 효력이 생긴다고 정합니다. 그래서 신고하지 않은 두 사람은 법률상 부부가 아닙니다. 그러나 법원은 이런 관계를 사실혼으로 보고, 헤어질 때만큼은 법률혼에 가깝게 보호합니다.
사실혼은 혼인신고만 하지 않았을 뿐 실질은 부부인 관계입니다. 법원은 두 가지를 함께 봅니다. 하나는 두 사람 사이에 부부로 살겠다는 뜻, 즉 혼인의사가 있었는지입니다. 다른 하나는 바깥에서 보기에도 부부라 할 만한 공동생활의 실체가 있었는지입니다. 둘 다 인정되어야 사실혼이고, 하나라도 빠지면 동거에 그칩니다.
혼인신고가 없어도 실제로 부부로 살았다면, 헤어질 때 재산분할과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사실혼이 깨지면 재산분할과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법원은 이혼 때의 재산분할을 정한 민법 제839조의2를 사실혼 해소에도 유추해 적용합니다. 함께 모은 재산을 청산한다는 그 조문의 취지는 신고 여부와 상관없이 들어맞기 때문입니다.
보호가 미치지 않는 자리도 분명합니다. 상대가 헤어지기 전에 사망해 사실혼이 끝나면, 법원은 남은 사람의 재산분할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민법이 상속인으로 정한 배우자도 혼인신고를 한 배우자만을 뜻하므로, 10년을 함께 살았어도 상속권은 없습니다. 이별에는 보호가 있어도, 사별 앞에서는 그 폭이 크게 좁아지는 셈입니다.
Q. 10년이면 당연히 사실혼 아니에요
기간은 판단 요소 가운데 하나일 뿐입니다. 법원은 몇 년을 살았는지보다 그 시간을 어떻게 살았는지를 봅니다. 10년을 한집에서 지냈어도 혼인의사가 없었다면 단순한 동거로 남습니다.
두 경우를 나란히 놓으면 경계가 보입니다. 양가에 인사를 드리고 명절을 함께 쇠었으며 생활비를 한 통장으로 썼다고 해 봅시다. 주변에 남편과 아내로 소개해 왔다면 결혼식이 없었어도 사실혼으로 인정되기 쉽습니다. 반대로 월세와 생활비를 각자 냈고 가족에게는 만나는 사람 정도로만 알렸다면, 10년이 지나도 동거로 볼 여지가 큽니다. 10년이라는 숫자 자체는 아무것도 증명하지 않습니다.
재판이 시작되면 상대는 대개 같이 산 것뿐이라고 나옵니다. 사실혼 자체를 부정하면 재산분할 이야기가 시작조차 되지 않습니다. 지금 휴대폰 사진첩을 거슬러 올라가며 명절이나 집안 잔치에서 찍은 사진을 찾고 있는 분도 있을 겁니다. 그런 사진은 실제로 쓰입니다. 같은 주소의 주민등록이나 상대 직장 건강보험의 피부양자 기록도 혼인의사와 공동생활을 함께 보여 줍니다.
상대에게 혼인신고를 한 배우자가 따로 있었다면 사정이 다릅니다. 그 기간의 관계는 원칙적으로 사실혼으로 보호받지 못합니다. 다만 그 법률혼이 오랜 별거 끝에 사실상 이혼 상태였다면, 법원이 예외적으로 보호를 인정한 경우가 있습니다.
Q. 제가 먼저 집을 나왔으니 한 푼도 못 받겠죠
재산분할은 누가 잘못했는지와 상관없이 청구할 수 있습니다. 함께 사는 동안 모은 재산을 기여한 만큼 나누는 청산이고, 잘못을 따져 벌을 주는 제도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관계를 먼저 깨뜨린 쪽이라도 자기 기여분은 돌려받습니다.
잘잘못은 위자료에서 따집니다. 위자료는 정당한 이유 없이 사실혼을 깨뜨린 쪽이 상대의 정신적 고통을 물어 주는 손해배상입니다. 외도나 폭력처럼 파탄의 책임이 한쪽에 뚜렷하면 인정됩니다. 책임이 엇비슷하면 인정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액수는 함께 산 기간, 파탄 경위, 나이와 형편을 보고 법원이 정합니다.
끝내는 방식도 법률혼과 다릅니다. 법률혼은 상대가 거부하면 이혼 판결을 받아야 끝납니다. 사실혼은 한쪽이 끝내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공동생활을 정리하면 그것으로 해소됩니다. 상대의 동의도, 법원의 판결도 필요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먼저 집을 나온 사람이 곧 책임을 지는 것은 아닙니다. 위자료는 정당한 이유 없이 관계를 깨뜨린 쪽이 집니다. 상대의 폭언이나 외도를 견디다 나왔다면 원인을 만든 쪽이 책임을 집니다.
Q. 집은 다 그 사람 이름으로 돼 있는데요
명의는 기준이 아닙니다. 분할 대상은 누구 이름으로 되어 있든 사실혼 기간에 두 사람이 협력해 모으거나 지켜 온 재산입니다. 상대 명의의 아파트와 예금, 보험 해약환급금도 함께 산 기간에 쌓인 부분이면 여기에 들어갑니다.
맞벌이가 아니었다고 몫이 사라지지도 않습니다. 살림과 양육을 맡아 상대가 밖에서 일할 수 있게 했다면, 그것도 재산 형성에 대한 기여입니다. 함께 산 기간이 길수록 이런 기여가 넓게 인정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나눌 수 없는 재산도 있습니다. 함께 살기 전부터 갖고 있던 재산은 원칙적으로 분할 대상에서 빠집니다. 살면서 부모에게 상속받거나 증여받은 재산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다른 쪽이 그 재산의 대출을 함께 갚거나 가치를 지키는 데 힘을 보탰다면, 그 범위에서는 대상이 됩니다.
숫자를 넣어 보면 이렇습니다. 함께 사는 동안 상대 명의로 산 아파트가 시가 5억 원이고 대출이 2억 원 남아 있다면, 나눌 순재산은 3억 원입니다. 법원이 내 기여를 40%로 본다고 가정하면 받을 몫은 1억 2천만 원입니다. 이 비율에는 정해진 공식이 없습니다. 법원은 소득과 가사 분담, 재산을 마련한 경위를 보고 사안마다 정합니다.
결국 명의보다 돈이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갔는지가 답을 냅니다.
Q. 헤어진 날까지 정확히 따져야 하나요
사실혼이 끝난 날, 곧 해소일 하나가 두 가지를 함께 정합니다. 언제까지 청구할 수 있는지, 그리고 어느 시점의 재산을 나누는지입니다.
재산분할은 사실혼이 해소된 날부터 2년 안에 청구해야 합니다. 이혼 재산분할의 청구 기간을 2년으로 정한 민법 제839조의2 제3항이 사실혼에도 유추되기 때문입니다. 이 2년은 제척기간, 즉 지나면 권리 자체가 사라지는 기한입니다. 상대와 협의 중이었다는 사정이 있어도 늘어나지 않습니다.
사실혼 재산분할은 헤어진 날부터 2년 안에 청구해야 합니다.
분할할 재산도 해소일을 기준으로 정합니다. 재판상 이혼에서는 사실심 변론종결일, 곧 재판에서 사실관계 심리가 끝나는 날의 재산을 기준으로 삼습니다. 이 점이 사실혼과 다릅니다. 헤어진 뒤 상대가 해소일에 있던 예금 4천만 원을 써 버렸다고 해도, 계산의 출발점은 해소일의 잔액입니다.
문제는 해소일이 서류에 찍혀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짐을 싸서 나간 날, 헤어지자는 문자를 보낸 날, 마지막으로 생활비를 보낸 날이 서로 다를 수 있습니다. 법원은 공동생활이 실제로 끝난 날을 찾습니다. 그날을 보여 주는 문자나 전입신고 기록이 판단을 가릅니다.
헤어진 날을 두고 서로 다툼이 없고 2년 가운데 대부분이 남아 있다면, 곧바로 청구부터 할 이유는 없습니다. 상대가 재산을 옮길 정황이 없다면 그동안 통장 내역과 함께 산 흔적을 차분히 모아도 됩니다.
Q. 그 사람이 집을 내놓았다고 들었어요
상대 명의 재산이 팔릴 기미가 보이면 가압류나 처분금지가처분으로 먼저 묶어 둘 수 있습니다. 재산분할 청구권을 지키는 보전처분이어서, 본 청구보다 먼저 신청해도 됩니다. 집이 남에게 넘어가고 나면 그 집 자체는 나누기 어려워집니다.
상대와 금액을 합의할 수 있다면 재판까지 가지 않아도 됩니다. 다만 공증 없이 둘이 쓴 합의서로는 바로 집행할 수 없어서, 상대가 지키지 않으면 다시 재판부터 거쳐야 합니다. 합의가 어렵다면 절차는 대개 이 순서를 밟습니다.
1) 조정 신청: 재산분할과 위자료는 재판에 앞서 가정법원 조정을 먼저 거치는 것이 원칙입니다(가사소송법 제50조). 두 청구는 한 번에 신청할 수 있습니다.
2) 조정기일: 법원마다 다르지만 신청 후 몇 주에서 몇 달 사이에 첫 기일이 잡힙니다. 합의가 이뤄지면 조정조서가 재판상 화해와 같은 효력을 가져, 그대로 강제집행이 가능합니다.
3) 재판: 조정이 성립하지 않으면 정식 재판으로 넘어가고, 법원을 통해 상대의 금융거래와 부동산을 조회합니다. 사실혼 여부부터 다투면 1년을 넘기기도 합니다.
4) 집행: 확정된 결과를 상대가 따르지 않으면 강제집행으로 받아 냅니다.
사실혼관계 존재 확인 소송을 따로 먼저 내지 않아도 됩니다. 재산분할 사건 안에서 법원이 사실혼이 있었는지를 함께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정리하면, 기간보다 부부로 산 실체가 먼저입니다. 사실혼이 인정되면 명의와 상관없이 함께 모은 재산을 나누고, 그 기준은 헤어진 날입니다.
10년이 어떤 10년이었는지는 주변 사람들이 두 사람을 어떻게 불러 왔는지에서 먼저 드러납니다. 그들이 부부로 대했다면, 다음은 함께 살던 집을 떠난 날을 달력에서 짚을 차례입니다. 거기서 2년이 얼마나 남았는지 세어 보십시오. 마지막으로 상대 명의 재산이 그 10년 사이에 생기거나 불어났는지를 떠올려 보면, 나눌 몫이 있는지 윤곽이 잡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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