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소장을 낸 뒤에도 남편이 퇴근 시간에 맞춰 아파트 주차장에 나타나 소리를 지릅니다. 판결까지 몇 달이 남았으니 그때까지 버틸 수 있을지가 먼저 걱정되죠. 판결 전에도 접근은 막을 수 있습니다.
이혼 소송 중인데 남편이 계속 찾아와 폭언을 하고 위협합니다. 판결 전에 접근하지 못하게 막을 방법이 있나요?
방법은 이혼 사건 재판부에 신청하는 사전처분과 가정법원에 따로 청구하는 피해자보호명령, 두 가지입니다. 어느 쪽을 쓸지는 남편의 행동이 폭행·협박 같은 범죄에 이르렀는지, 그리고 어겼을 때 형사처벌까지 따르길 원하는지로 정해집니다.
판결 전 접근금지 두 가지 제도
사전처분은 이혼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그 사건 재판부가 판결 전에 임시로 내리는 명령입니다. 가사소송법 제62조 제1항은 가사사건의 소 제기나 조정 신청이 있으면, 사건 해결에 특히 필요할 때 법원이 상대방에게 일정한 행위의 금지 등을 명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소송 중인 배우자의 접근을 막는 근거가 이 조항입니다. 실무에서는 접근하면 안 되는 장소와 범위, 금지되는 연락 수단을 정해 결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피해자보호명령은 가정폭력 피해자가 형사 절차와 별개로 가정법원에 청구하는 명령입니다. 가정폭력처벌법 제55조의2 제1항에 따라 판사는 가정폭력행위자에게 주거·직장 등에서 100미터 이내 접근금지, 전화·문자 같은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금지 등을 명할 수 있습니다. 남편을 고소하지 않아도 청구할 수 있습니다.
판결 전 접근을 막는 길은 이혼 재판부의 사전처분과 가정법원의 피해자보호명령, 두 가지입니다.
현관문 파손과 직장 방문의 차이
같은 달 이혼 소송을 낸 두 아내를 가정하면, 남편 행동의 성격에 따라 쓸 수 있는 제도가 달라집니다.
첫째 아내의 남편은 밤에 찾아와 현관문을 걷어차 도어록을 부수고, 문 너머로 "죽여 버리겠다"고 외쳤습니다. 아내는 112 신고 기록과 부서진 도어록 사진을 붙여 피해자보호명령을 청구하면서 임시보호명령도 구했습니다. 임시보호명령이 나온 뒤 남편이 다시 집 앞에 나타나자, 그 방문 자체가 범죄가 되어 경찰이 출동했습니다.
둘째 아내의 남편은 퇴근길 회사 건물 앞에서 거의 매일 아내를 기다렸습니다. 다시 합치자며 언성을 높였지만 해치겠다는 말도, 남들 앞에서 한 욕도, 부순 물건도 없었습니다. 이 사정만으로는 피해자보호명령의 전제인 가정폭력범죄를 보여 주기 어렵습니다. 아내는 이혼 재판부에서 사전처분으로 회사 근처 접근금지 결정을 받았고, 남편이 어기자 과태료를 신청했습니다.
두 결정문의 문구는 거의 같았을 수 있죠. 달랐던 것은 남편의 행동이 형법상 범죄였는지, 그리고 그 결과 어떤 제재가 붙는 제도를 썼는지입니다.
피해자보호명령은 범죄 행위가 전제
피해자보호명령은 가정폭력범죄를 저지른 사람에게만 내릴 수 있습니다. 가정폭력처벌법 제2조는 그 범죄로 폭행·상해·협박·재물손괴 같은 죄를 하나하나 열거합니다. 그래서 첫 질문은 남편이 화를 냈는지가 아니라 이 목록의 행위를 했는지입니다.
폭언과 협박의 구분이 여기서 실제로 문제 됩니다. "죽여 버리겠다"처럼 생명이나 몸에 해를 끼치겠다고 알리는 말은 협박이 될 수 있습니다. 반면 "엄마 자격도 없다" 같은 말은 상처가 깊어도, 둘만 있는 자리에서 했다면 범죄로 보기 어렵습니다. 모욕죄는 여러 사람이 알 수 있는 상태에서 한 말이어야 성립합니다.
억울하게 느껴질 수 있는 대목입니다.
청구할 때는 그런 일이 있었다고 판사가 일단 믿을 만큼 보여 주면 되는데, 이를 소명이라고 합니다. 112 신고 기록, 진단서, 녹음 파일, 부서진 물건 사진이 대표적인 자료입니다. 남편 번호를 차단하려고 휴대폰을 들었다면, 그 전에 지금까지 온 문자와 통화 목록부터 캡처해 두십시오. 차단 뒤에 온 연락은 기종에 따라 기록이 남지 않아, 반복 연락을 보여 줄 자료가 끊기거든요.
급할 때는 청구와 함께 임시보호명령을 구할 수 있습니다(가정폭력처벌법 제55조의4). 이 법의 가정구성원에는 배우자였던 사람도 들어갑니다. 이혼 판결이 확정된 뒤에도 피해자보호명령을 청구할 수 있다는 뜻이고, 이혼 사건과 함께 끝나는 사전처분과 다른 점입니다.
사전처분은 범죄 아니어도 신청 가능
사전처분은 범죄를 요건으로 하지 않습니다. 이혼 소송이나 조정이 법원에 걸려 있고, 그 처분이 사건 해결에 특히 필요하다는 사정이면 됩니다. 매일 찾아와 재결합을 요구하는 식의, 가정폭력범죄 목록에 들어맞지 않는 괴롭힘도 막을 수 있습니다. 오지 말라고 한 뒤에도 반복되면 스토킹처벌법의 스토킹범죄가 될 수 있고, 그 법에도 따로 보호 절차가 있습니다.
이혼을 심리하는 그 재판부가 판단한다는 점도 다릅니다. 접근금지와 함께 임시 양육자, 양육비, 아이를 만나는 방식까지 한꺼번에 정할 수 있습니다. 아이가 있으면 접근금지와 면접교섭이 함께 정리돼야 하는데, 사건 전체를 보는 재판부라 조율이 쉽습니다.
남편 쪽은 보통 아이를 보러 갔을 뿐이라거나 대화하려 했다고 다툽니다. 이때 결정에 영향을 주는 것은 대개 방문 목적보다 횟수와 방식, 그리고 오지 말라는 뜻을 밝힌 뒤에도 계속했는지입니다. 결정이 나와도 남편은 즉시항고로 다툴 수 있습니다(가사소송법 제62조 제4항).
소장이나 조정 신청서를 아직 내지 않았다면 사전처분은 신청할 수 없습니다. 이혼을 결심만 하고 소송 전인 사람에게 이 단계에서 열린 것은 피해자보호명령과 경찰 신고 같은 절차입니다.
위반 시 과태료와 형사처벌 차이
사전처분을 어기면 과태료, 피해자보호명령을 어기면 형사처벌이 따릅니다. 사전처분에는 강제로 따르게 하는 힘, 곧 집행력이 없고(가사소송법 제62조 제5항), 위반에 대한 제재는 제67조 제1항의 1천만 원 이하 과태료입니다. 법원은 사전처분을 하면서 이 제재를 미리 알려야 합니다(제62조 제2항).
결정문을 받아 들고도 불안이 남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사전처분 위반 자체는 범죄가 아니어서, 그것만으로 경찰이 형사 절차를 시작하지는 않습니다. 위반 사실을 적어 과태료를 신청하고 법원이 결정해야 제재가 나오므로, 접근을 그 자리에서 멈추게 하는 힘은 약합니다. 다만 결정을 어긴 기록은 이혼 재판에서 남편의 태도를 보여 주는 자료로 남습니다.
피해자보호명령이나 임시보호명령을 어기면 가정폭력처벌법 제63조에 따라 형사처벌 대상이 됩니다. 명령을 어기고 집 앞에 나타난 것 자체가 범죄이므로, 112에 신고하면 경찰이 현장에서 대응합니다.
사전처분 위반은 과태료, 피해자보호명령 위반은 형사처벌입니다. 그 자리에서 접근을 멈추게 하는 힘은 보호명령이 더 큽니다.
두 제도를 함께 쓰는 순서
범죄에 이른 행동이 있으면 피해자보호명령, 아니면 사전처분이 출발점이고 둘을 함께 써도 됩니다. 순서는 대개 이렇습니다.
1) 위협이 있던 날 112에 신고합니다. 재발 우려가 있고 급하면 경찰이 긴급임시조치로 100미터 이내 접근금지 등을 할 수 있고, 신고 기록은 뒤의 청구에서 자료가 됩니다.
2) 폭행·협박·파손이 있었다면 가정법원에 피해자보호명령을 청구하면서 임시보호명령도 함께 구합니다.
3) 범죄로 보기 어려운 방문과 연락이 이어지면 이혼 재판부에 사전처분을 신청합니다.
4) 결정 뒤 위반이 생기면 날짜와 장소를 적어 둡니다. 보호명령 위반은 112 신고로, 사전처분 위반은 과태료 신청으로 이어집니다.
둘 다 받으면 내용이 겹치지 않느냐는 질문이 바로 나옵니다. 문구가 겹쳐도 근거와 제재가 달라 함께 둘 실익이 있습니다. 보호명령 요건이 애매하면 사전처분으로 먼저 막고, 뒤에 협박이 생기면 그때 보호명령을 더하는 순서도 가능합니다.
아이를 만나는 문제는 따로 남는데요. 피해자보호명령에는 접근금지와 함께 면접교섭권 행사를 제한하는 내용도 들어 있습니다. 접근은 막되 아이와의 만남은 이어 가려면, 사전처분으로 그 방식까지 정해 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보호명령이 나와 남편이 이를 지키고 있고 처벌까지 원하는지 아직 정하지 못했다면, 고소는 미뤄 두고 지켜보는 편이 낫습니다. 고소 기간 6개월은 친고죄에만 붙는 제한이고, 폭행·협박은 친고죄가 아닙니다. 진단서와 녹음만 보관해 두면 공소시효 안에서는 나중에 정해도 늦지 않습니다.
정리하면, 폭행·협박 같은 범죄가 있었다면 피해자보호명령을, 범죄에 이르지 않은 방문과 연락은 사전처분으로 막고, 둘을 함께 쓸 수도 있습니다.
주차장에서 소리를 지르던 그 장면은 이제 두 가지 물음으로 나뉘어 보입니다. 그날 남편의 말에 해를 끼치겠다는 내용이 있었는지, 그리고 그런 방문이 소송 뒤 몇 번째였는지입니다. 녹음해 둔 파일이 있다면 남편이 한 말을 그대로 받아 적어 보면, 어느 신청서를 먼저 쓸지가 그 몇 줄에서 드러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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