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10.129분 읽기

보이스피싱 수거책 알바 '몰랐다'는 주장, 인정되는 기준

구직 앱 서류 전달 알바로 보이스피싱 현금 수거책이 됐다면, 몰랐다는 주장은 받아들여질까요? 법원이 보는 정황 기준과 첫 조사 대응을 정리했습니다.

구직 앱에서 '서류 전달 알바' 공고를 보고 일을 시작했다가, 봉투와 현금을 몇 번 받아 넘긴 뒤 경찰에서 사기 혐의로 출석하라는 연락을 받는 분들이 있습니다. 수사기관이 지목한 역할은 보이스피싱 현금 수거책입니다.

알바인 줄 알고 현금만 전달했는데, 보이스피싱 공범이라고 합니다. 정말 몰랐다는 말이 통할까요?

몰랐다는 주장은 받아들여질 수 있습니다. 다만 그 기준은 본인의 말이 아니라, 일을 구하고 해 나가던 과정에 남은 정황입니다. 법원은 그 정황에서 보통 사람이라면 사기를 의심했을지를 따집니다.

같은 심부름을 했는데 결론이 갈린 두 사람

대학생 A씨가 구직 사이트에서 '법무사 사무소 서류 전달' 공고를 보고 지원했다고 해 보겠습니다. 전화 면접을 봤고 근로계약서도 받았습니다. 약속받은 일당은 10만 원이었죠.

그런데 봉투를 한 번 전달한 뒤, 고객에게 은행 직원이라고 소개하라는 지시가 내려왔습니다. A씨는 그때 일을 그만두고 경찰에 알렸습니다.

B씨가 일한 곳은 텔레그램으로만 연락하는 '채권 회수 업체'였습니다. 건당 대가는 30만~50만 원이었고, 피해자를 만나면 금융회사 직원이라고 말하라는 지시가 있었습니다. 받은 현금은 여러 ATM에서 나눠 남의 이름으로 입금했고, 이 일을 3주 동안 열 번 넘게 했습니다.

두 사람 모두 보이스피싱인 줄 몰랐다고 말합니다. A씨의 말은 정황과 맞아떨어지니 받아들여질 여지가 큽니다. B씨는 같은 말을 해도 믿기 어렵다는 평가를 받아, 사기죄의 공동정범으로 기소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겉으로 보면 둘 다 돈을 받아 건넨 것뿐인데 말이죠.

결론을 가른 건 의심할 신호가 얼마나 쌓였느냐

두 사람을 가른 것은 일당 액수가 아니라, 일하는 동안 쌓인 '이상하다'는 신호의 수입니다. 수사기관과 법원은 주로 이런 정황을 봅니다.

  • 면접이나 회사 확인 없이 메신저로만 연락했는지
  • 하는 일에 비해 대가가 지나치게 컸는지
  • 금융회사 직원처럼 남인 척하라는 지시가 있었는지
  • 받은 돈을 쪼개 남의 이름으로 입금하게 했는지
  • 의심스러운 일을 겪은 뒤에도 계속했는지
  • 이 가운데 특히 무겁게 보는 것은 신분을 속이게 하는 지시와, 돈을 쪼개 입금하게 하는 방식입니다. 정상적인 회사라면 그런 일을 시킬 이유가 없다는 걸 누구나 짐작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유리한 정황도 함께 봅니다. 나이가 많거나 사회 경험이 적은 경우, 회사가 실제로 있는 것처럼 꾸민 서류를 받은 경우가 그렇습니다. 법원은 보이스피싱이 널리 알려졌다는 사정만으로 고의를 인정하지 않고, 그 사람의 처지에서 의심할 수 있었는지를 봅니다.

    A씨처럼 첫 신호에서 그만두고 신고한 행동에는 의미가 있습니다. 범행을 알고 가담한 사람이라면 하지 않았을 일이니까요. 반대로 같은 신호를 받고도 일을 계속했다면, 그 시점 이후의 일에는 고의가 인정되기 쉽습니다.

    법은 확신이 아니라 가능성을 알았는지를 묻습니다

    미필적 고의란, 사기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도 상관없다며 일을 계속한 마음 상태를 말합니다.

    형법 제13조는 범죄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행위는 벌하지 않는다고 정합니다. 그런데 판례는 범죄가 될 가능성을 인식하고 받아들였다면 이 인식이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확신까지는 없었다는 말만으로는 처벌을 피하지 못합니다.

    이 마음 상태는 본인이 인정하지 않는 한 정황으로 추론할 수밖에 없습니다. 법원은 일반인이라면 범죄 가능성을 어떻게 받아들였을지를 먼저 따지고, 그 판단을 그 사람의 처지에 대입합니다. B씨라면 금융회사 직원인 척하라는 지시를 받은 순간 뭔가 잘못됐다고 느꼈을 거라고 보는 식입니다.

    고의가 인정되면 형법 제347조 제1항의 사기죄가 적용됩니다. 법정형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수거책은 피해자를 직접 속이지 않았더라도, 돈을 받아 가는 일이 범행을 완성한다는 이유로 제30조의 공동정범으로 기소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범행을 돕는 데 그쳤다고 인정되면 제32조의 방조범이 되고, 이때 형은 정범보다 반드시 감경됩니다.

    피해자에게 금융회사나 국가기관 명의 서류를 건넸다면 문서 범죄도 문제 됩니다. 금융회사 명의면 위조사문서행사(형법 제234조), 검찰청 같은 국가기관 명의면 위조공문서행사(형법 제229조)입니다. 이 죄들 역시 서류가 가짜인 줄 알았는지가 쟁점입니다.

    횟수와 봉투 속 내용물은 따로 봐야 합니다

    자주 받는 질문이 '딱 한 번 했는데도 처벌되느냐'입니다. 횟수가 적은 건 유리한 정황입니다. 하지만 그 한 번에 신분을 속이라는 지시를 따랐다면, 한 번만으로도 고의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

    봉투에 현금이 든 줄 몰랐다는 주장은 성격이 다릅니다. 내용물을 확인할 수 없었고 서류 전달이라는 설명과 어긋나는 사정도 없었다면, 범행에 가담한다는 인식 자체가 없었다는 주장이 됩니다. 반면 직접 지폐를 세어 입금했다면 이 주장은 서기 어렵습니다.

    비슷해 보여도 결론이 다른 경우가 있습니다. 현금 대신 체크카드나 통장을 넘겼다면, 사기보다 전자금융거래법상 접근매체 양도·대여 금지 위반이 먼저 문제 됩니다. 이 죄는 카드를 넘기거나 대가를 받고 빌려준 행위 자체를 처벌합니다. 그래서 카드가 어디에 쓰일지 몰랐다는 사정은 사기 사건에서만큼 방어가 되지 않습니다.

    위 설명은 수거와 전달만 맡은 경우를 전제로 합니다. 다른 수거책을 모집하거나 관리하는 역할까지 맡았다면, 범죄단체 가입 같은 별개의 죄가 함께 문제 될 수 있습니다.

    몰랐다는 말은 같아도, 무엇을 몰랐는지에 따라 무게가 달라집니다.

    첫 조사에서는 기억보다 기록이 말합니다

    몰랐다는 주장을 받쳐 주는 건 그때의 기록입니다. 채용 공고와 메신저 대화에는 어떤 설명과 지시를 받았는지가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기억은 시간이 지나면 흐려지지만, 기록은 그날의 사정을 날짜와 함께 보여 줍니다.

    경찰 연락을 받고 나서 그 대화방을 나가거나 지워 버릴지 망설이는 분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지운 대화는 속았다는 사정을 보여 줄 기회까지 함께 없앱니다. 조직이 경찰에 할 말을 정해 주거나 계정을 지우라고 연락해 오기도 하는데, 그 지시를 따르면 조직과 손발을 맞춘 것으로 보입니다.

    조사는 대체로 이렇게 흘러갑니다.

    1) 출석 일정 조율: 수사준칙상 경찰은 조사 일시를 피의자와 협의해야 합니다. 변호인과 함께 가려면 날짜를 바꿔 달라고 요청할 수 있습니다.

    2) 피의자신문: 변호인이 참여할 수 있고(형사소송법 제243조의2), 신문 전에 진술거부권을 고지받습니다(제244조의3). 기억나지 않는 부분을 추측으로 채우면, 나중에 기록과 어긋날 때 진술 전체가 흔들립니다.

    3) 휴대전화 제출: 임의제출을 요청받는 일이 많고, 복원된 대화가 진술과 하나씩 대조됩니다.

    4) 송치 여부 결정: 피해자가 여러 지역에 있으면 사건이 한곳으로 모이는 데만 몇 달이 걸리기도 합니다.

    현장에서 체포됐다면 시간표가 훨씬 짧습니다. 체포한 때부터 48시간 안에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으면 석방해야 합니다(형사소송법 제200조의2 제5항). 현행범으로 체포된 경우에도 제213조의2에 따라 같은 제한이 적용됩니다. 수거책 사건에서는 이 단계에서 영장이 청구되는 일이 드물지 않습니다.

    피해 회복, 서두를 때와 기다릴 때

    수사가 이어지면 피해자 쪽에서 합의를 청하거나 손해배상 소송을 내기도 합니다. 피해 회복은 형을 정할 때 반영되고, 고의를 다투는 중에도 합의는 할 수 있습니다. 다만 합의서에 범행을 인정한다는 문구가 들어가면 몰랐다는 주장과 부딪히므로, 문구를 따로 다듬어야 합니다.

    본인이 어느 피해자의 돈을 얼마나 받았는지 확정되기 전이라면, 조직 전체 피해액을 기준으로 한 요구에 바로 응하지 말고 확정을 기다리는 편이 낫습니다. 다른 수거책이 받은 돈까지 한꺼번에 청구되는 일이 있거든요.

    형사에서 고의가 없다고 판단받아도 민사 책임은 따로 판단됩니다. 민법 제760조 제3항은 불법행위를 도운 사람을 공동행위자로 봅니다. 법원은 주의했으면 알 수 있었던 경우처럼 과실로 도운 때에도 이 책임을 인정합니다. 그래서 A씨도 배상 책임을 질 수 있고, 책임의 범위는 사정에 따라 줄어들기도 합니다.

    소장을 받으면 송달받은 날부터 30일 안에 답변서를 내야 합니다(민사소송법 제256조 제1항). 답변서를 내지 않으면 법원은 피고가 청구 원인 사실을 자백한 것으로 보고 변론 없이 판결할 수 있습니다(제257조).

    정리하면, 몰랐다는 주장은 그때 남은 정황으로 판단됩니다. 의심할 신호가 적었는지, 신호를 받은 뒤 바로 멈췄는지가 결론을 가릅니다.

    합의나 소송이 아직 오지 않았다면, 가장 먼저 닥치는 날짜는 경찰이 알려 준 조사일입니다. 이 날짜는 법정 기한이 아니라 협의로 옮길 수 있는 일정입니다.

    연락받은 날부터 남은 날을 세어 보고, 그사이 대화 기록을 날짜순으로 모아 둘 수 있을지 가늠해 보세요. 그렇게 모은 기록이, 그때의 내가 A씨와 B씨 가운데 어느 쪽에 서 있었는지를 보여 줍니다.

    053-754-9797

    이지은

    이지은변호사

    이혼/가사대구법무법인 그날

    서울 대형로펌 출신 대한변협 등록 이혼전문변호사/ 민사전문변호사 법무법인 그날 부대표 수성지사장

    다른 글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