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보는 대출 안내 문자가 오고, 남편 명의 카드 명세서에 모르는 금액이 찍혀 있습니다. 이혼을 생각하는 지금 먼저 드는 걱정은 이 빚을 나도 같이 지게 되느냐는 것이죠.
남편이 저 몰래 대출과 카드빚을 만들었습니다. 이혼하면 그 빚도 제가 같이 떠안아야 하나요?
빚을 몰래 만들었는지는 결론을 정하지 않습니다. 결론을 가르는 것은 그 돈이 어디에 쓰였는지입니다. 가족의 생활이나 부부가 함께 가진 재산을 위해 쓴 빚은 재산분할 계산에 들어가 내 몫을 줄입니다.
남편 개인 용도로 쓴 빚은 남편 혼자 집니다. 어느 쪽이든 재산분할 때문에 내가 은행이나 카드사의 채무자가 되지는 않습니다.
빚을 나눈다는 말은 은행 빚을 대신 진다는 뜻이 아닙니다
재산분할에서 빚을 나누는 것은 부부 사이의 정산입니다. 채권자에게 갚을 책임은 원칙적으로 대출 계약서와 보증서에 적힌 이름이 정합니다. 법원은 두 사람의 재산을 모은 뒤 분할 대상인 빚을 빼고, 남은 순재산에 분할 비율을 곱합니다. 그래서 같이 떠안는다는 걱정은 대부분 내가 받을 몫이 줄어드는 문제로 바뀝니다.
근거는 민법 제839조의2 제2항입니다. 가정법원이 부부 쌍방의 협력으로 이룩한 재산의 액수와 그 밖의 사정을 참작해 분할의 액수와 방법을 정한다는 조항이고, 재판상 이혼에는 민법 제843조가 이를 준용합니다. 함께 이룬 재산을 나누는 조항이므로, 그 재산을 이루는 데 들어간 빚도 같이 계산됩니다.
남편 명의 아파트가 3억 원, 아내 명의 예금이 2천만 원, 남편 대출이 1억 원 있다고 가정해 봅니다. 대출 가운데 6천만 원은 아파트 중도금과 생활비에, 4천만 원은 남편 혼자 한 가상자산 투자에 들어갔습니다. 1억 원을 모두 빼면 순재산은 2억2천만 원입니다.
비율을 절반으로 잡으면 아내 몫은 1억1천만 원입니다. 6천만 원만 빼면 순재산은 2억6천만 원, 아내 몫은 1억3천만 원이 됩니다.
아내가 이미 예금 2천만 원을 갖고 있으니, 남편이 건넬 돈은 앞의 계산에서 9천만 원, 뒤의 계산에서 1억1천만 원입니다. 빚 4천만 원 하나가 분할 대상에 들어가느냐에 따라 2천만 원이 달라지는 셈입니다. 빠진 4천만 원은 그대로 남편이 은행에 갚을 빚으로 남습니다. 절반은 계산을 위한 가정이고, 실제 비율은 혼인 기간과 소득, 가사와 양육 기여를 보고 법원이 정합니다.
몰래 만들었는지보다 어디에 썼는지가 갈림길입니다
법원은 혼인 중 한쪽이 진 빚을 원칙적으로 그 사람의 개인 빚으로 봅니다. 일상적인 가사를 위해 졌거나 공동재산을 만들고 지키는 데 들어간 빚만 분할 계산에 넣습니다. 용처에 따라 대략 이렇게 나뉩니다.
투자 손실 대출에서 법원은 상의가 있었는지, 투자 규모가 가계 형편에 맞았는지, 수익이 났다면 가계로 들어왔는지를 봅니다. 몰래 했다는 사정은 여기서 개인 용도였다는 쪽으로 기우는 정황이 됩니다. 반대로 일이 끊긴 남편이 생활비를 계속 주려고 몰래 대출을 받았다면, 숨긴 빚이어도 가족을 위한 빚입니다.
빚이 생긴 시점도 봅니다. 별거를 시작했거나 이혼 이야기가 오간 뒤 새로 생긴 빚은 공동생활과 잇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분할 대상에서 빠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혼을 앞두고 갑자기 늘어난 대출이 있다면 용처부터 따질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숨긴 빚이라는 사실과 나눌 빚이라는 판단은 따로 움직입니다.
빚을 몰래 만들었는지보다 어디에 썼는지가 갈림길입니다. 가족을 위해 쓴 빚만 재산분할 계산에 들어갑니다.
남편 쪽은 대개 모든 빚을 생활비였다고 내놓습니다
소송에서 빚을 진 쪽은 부채증명서를 모두 내고 전부 가정을 위해 썼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흔합니다. 분할 대상 빚이 늘수록 순재산이 줄고, 상대에게 줄 돈도 줄기 때문입니다. 법원은 용처가 확인되지 않는 빚을 공동 채무로 쉽게 인정하지 않습니다.
카드빚은 오히려 가리기 쉬운 편입니다. 이용내역에 날짜와 가맹점이 남아 마트와 학원인지, 유흥업소와 게임 결제인지가 드러나거든요. 대출은 실행된 돈이 어느 계좌로 옮겨 갔는지를 따라가야 합니다.
상대가 자료를 내지 않으면 가정법원에 재산명시를 신청해, 상대에게 재산 목록을 직접 내게 할 수 있습니다. 그 목록으로 부족하면 법원이 금융기관 등에 직접 묻는 재산조회로 넘어갑니다. 금융거래정보 제출명령으로 대출금이 흘러간 계좌를 확인하기도 합니다.
지금 집으로 온 명세서와 대출 안내 문자를 붙들고 금액을 몇 번씩 다시 더해 보고 계실지 모릅니다. 그 합계보다 쓸모 있는 것은 날짜입니다. 빚이 언제 생겼는지 알면 그 무렵 집에 어떤 지출이 있었는지와 맞춰 볼 수 있습니다.
빚이 재산보다 많아도 당연히 나눠 지지는 않습니다
남은 재산은 거의 없고 빚만 크다면, 그 빚을 반씩 갚게 되는지가 다음 질문입니다. 대법원은 2013년 전원합의체 판결로, 빚이 재산보다 많은 경우에도 빚의 분담을 정하는 방식으로 재산분할을 할 수 있다고 봤습니다. 그 전에는 이런 경우 재산분할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빚을 일률적인 비율로 나누지는 않습니다. 법원은 빚을 진 경위와 용처, 빚의 내용과 금액, 혼인생활의 과정을 봅니다. 두 사람의 경제활동 능력과 앞으로의 전망까지 보고 분담시키는 것이 타당한지를 따집니다. 분담을 정하지 않고 청구를 기각하는 결론도 여전히 나옵니다.
여기서 하나 더 볼 것이 있는데요. 이 판단은 분할 대상에 들어간 빚만 놓고 합니다. 남편 혼자의 투자 손실이나 유흥비 대출이 섞여 있다면 그 몫은 처음부터 계산에서 빠집니다. 겉으로 빚이 재산보다 많아 보여도 실제로 견줄 빚은 그보다 작습니다.
총액보다 분류가 먼저입니다.
빚이 재산보다 많아도 반씩 나눠 지는 것은 아닙니다. 법원은 빚의 경위와 용처, 두 사람의 형편을 보고 분담 여부를 정합니다.
내 이름이 들어간 빚은 계산이 달라집니다
지금까지는 남편 단독 명의 빚을 전제로 했습니다. 아내가 보증을 섰거나 공동 명의로 대출을 받았다면, 금융회사는 재산분할과 상관없이 아내에게 직접 갚으라고 청구할 권리가 있습니다. 이혼 합의나 판결로 이 책임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남편 단독 명의라도 일상 가사로 생긴 빚이면 민법 제832조에 따라 아내도 연대해 책임을 집니다. 부부 한쪽이 일상의 가사에 관해 제3자와 법률행위를 하면 다른 쪽도 그 채무를 함께 진다는 조항입니다. 다만 법원은 액수가 크거나 생활비 외 용도로 빌린 돈을 일상 가사로 보지 않는 편입니다. 고액 대출에 이 조항이 적용되는 일은 드뭅니다.
남편이 아내 이름과 인증서로 대출을 받았다면 문제는 재산분할이 아닙니다. 아내가 동의하지 않은 대출은 아내에 대한 효력부터 다툴 대상입니다. 남의 명의를 쓴 행위는 형사 문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남편 단독 명의 대출을 두고 금융회사 쪽에서 연락이 올 수 있습니다. 보증이나 공동 명의가 없다면 그 자리에서 대신 갚겠다고 약속하거나 확인서에 서명하지 말고 지켜보는 편이 낫습니다. 그 빚을 두 사람 사이에서 어떻게 셈할지는 이혼 절차에서 정해지고, 먼저 대신 갚은 돈은 그 셈을 하나 더 복잡하게 만들거든요.
이혼이 끝나도 은행 앞 채무자는 바뀌지 않습니다
재산분할이 끝나면 분할 대상 빚은 두 사람이 주고받을 돈의 액수에 반영되고, 빚 자체는 원래 명의자에게 남습니다. 대출의 채무자를 바꾸려면 채권자의 승낙이 필요합니다. 이혼 합의서에 누가 얼마를 부담한다고 적어도 남편은 은행에 대해 여전히 채무자입니다.
반대로 분할에서 빠진 남편의 빚은 이혼 뒤 남편이 갚지 않아도 전 배우자에게 넘어오지 않습니다. 보증이나 공동 명의, 일상 가사 채무가 아닌 경우의 이야기입니다.
재산분할청구권은 민법 제839조의2 제3항에 따라 이혼한 날부터 2년이 지나면 소멸합니다. 협의이혼은 이혼신고를 한 날, 재판상 이혼은 판결이 확정된 날부터 셉니다. 빚 문제는 미뤄 두고 이혼부터 했다면 이 2년 안에 분할을 청구해야 합니다.
위 기준은 남편 단독 명의이면서 용처를 가려낼 수 있는 빚을 전제로 합니다. 자영업자 남편의 사업자금 대출처럼 생활비와 사업비가 한 계좌에서 섞였다면 사정이 다릅니다. 빚으로 산 재산을 이미 처분해 돈의 행방이 끊긴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때는 용처를 가르는 방식부터 달라집니다.
정리하면, 재산분할 때문에 내가 은행 빚의 채무자가 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보증이나 공동 명의, 일상 가사 채무라면 이야기가 달라지니 내 명의부터 확인하세요.
남편 빚의 용처는 이혼 절차에서 시간을 두고 다퉈도 됩니다. 하지만 내 이름이 그 빚 어디에 걸려 있는지는 지금 휴대폰으로 확인됩니다. 신용정보 조회 서비스에서 내 명의 대출과 보증 내역을 한 번 열어 보면, 이 일이 몫을 나누는 계산의 문제인지 내 이름으로 갚을 책임의 문제인지가 갈립니다. 모르는 대출이나 보증이 없다면 남는 질문은 남편 빚 하나하나의 용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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