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부인 노소영씨의 이혼소송은 항소심에서 재산분할액이 1조 3,808억 원으로 결정되면서 큰 관심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2025년 10월 재산분할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습니다.
이후 파기환송심은 2026년 7월 24일 최 회장이 노씨에게 지급할 재산분할금을 9,440억 원으로 다시 정했습니다. 항소심보다 약 4,368억 원이 줄어든 것입니다.
이 때문에 결국 대법원에서 노소영씨가 진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옵니다. 그러나 재산분할금이 줄었다는 이유만으로 이번 판결을 노씨의 완전한 패소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대법원이 부정한 것은 노씨의 재산분할청구 자체가 아니라, 항소심이 기여도를 판단한 일부 근거와 처분재산을 계산한 방식이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이번 판결은 재산 규모가 큰 재벌가의 이혼에만 적용되는 판결이 아닙니다. 부모가 지원한 돈을 배우자의 기여로 인정할 수 있는지, 별거 후 처분한 재산을 다시 분할 대상에 넣을 수 있는지, 혼인 중 크게 오른 주식의 가치를 어떻게 나눌 것인지 등 일반 이혼사건에서도 자주 문제 되는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법무법인 그날 이지은 변호사입니다. 오늘은 최태원-노소영 부부의 이혼 재산분할 소송에서 대법원이 무엇을 뒤집었고 무엇은 그대로 인정했는지, 이번 판결이 일반 이혼사건에서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되는지 판결의 의미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대법원은 왜 1조 3,808억 원의 재산분할 판결을 뒤집었을까요?
항소심은 노태우 전 대통령 측에서 최종현 전 SK그룹 회장 측으로 약 300억 원이 전달됐고, 이 자금이 SK그룹의 성장과 최 회장의 재산 형성에 기여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를 노소영씨 측의 기여로 고려해 재산분할 비율을 최 회장 65%, 노씨 35%로 정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설령 300억 원이 실제로 전달됐더라도 대통령 재임 중 받은 뇌물에서 나온 돈이라면 반사회성과 불법성이 현저한 자금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이러한 자금 지원을 노씨 측의 재산 형성 기여로 평가하면 결과적으로 불법적인 이익을 재산분할을 통해 보호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대법원이 300억 원의 전달 사실 자체를 최종적으로 부정한 것은 아닙니다. 실제 전달 여부와 별개로, 그 자금의 불법성 때문에 재산분할 기여로 인정할 수 없다고 본 것입니다.
일반 이혼사건에서도 부모가 주택 구입비나 사업자금을 지원했다면 배우자 측의 기여로 반영될 수 있습니다. 다만 단순히 '친정에서 돈을 보탰다'는 주장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자금의 출처와 전달 경위, 실제 사용처를 계좌이체 내역이나 금융자료로 입증해야 하며, 법적으로 보호할 수 없는 자금까지 기여로 인정받을 수는 없습니다.
별거 후 처분한 재산은 모두 재산분할 대상에 다시 포함될까요?
대법원이 다시 판단하라고 한 또 하나의 쟁점은 최 회장이 혼인 파탄 이후 제3자에게 증여하거나 지급한 재산이었습니다. 항소심은 일부 재산을 최 회장이 여전히 보유한 것으로 간주해 분할 대상에 포함했습니다.
배우자가 재산분할을 피하려고 가족에게 주식을 무상으로 넘기거나 현금을 빼돌렸다면, 법원은 그 재산을 여전히 보유한 것으로 보고 분할 대상에 포함할 수 있습니다. 재산을 임의로 처분했다는 이유만으로 상대방의 분할받을 권리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반면 사업 운영이나 경영권 유지, 부부공동재산의 가치 보존을 위해 처분한 재산이라면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이러한 경우 사실심 변론종결 당시 이미 존재하지 않는 재산을 당연히 분할 대상에 포함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번 판결은 별거 후 재산 처분을 무조건 '재산 은닉'으로 보거나, 반대로 이미 처분했다는 이유만으로 모두 제외해서도 안 된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일반 이혼사건에서도 처분 시기만 볼 것이 아니라 누구에게, 어떤 대가를 받고, 무슨 목적으로 처분했으며 그 돈을 어디에 사용했는지까지 따져야 합니다.
재산분할금이 줄었는데도 노소영씨가 이겼다고 볼 수 있을까요?
금액만 보면 최 회장 측의 상고이유가 상당 부분 받아들여진 것은 맞습니다. 노소영씨의 재산분할액은 항소심의 1조 3,808억 원에서 파기환송심의 9,440억 원으로 줄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을 재산분할 대상에서 제외하지 않았습니다. 파기환송심도 혼인기간 중 노 관장의 가사와 양육, SK그룹과 관련한 대외 활동이 주식 가치의 유지·증가에 기여했다고 보아 SK㈜ 주식을 부부공동재산에 포함했습니다.
재산분할 비율 역시 노씨 측에 3분의 1이 인정됐습니다. 1심의 재산분할금 665억 원과 비교하면 파기환송심에서 인정된 금액은 여전히 매우 큽니다. 위자료 20억 원도 대법원에서 그대로 확정됐습니다.
따라서 이번 결과를 노씨의 완전한 승소나 패소 중 하나로만 평가하기는 어렵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재산분할청구의 핵심은 유지됐지만, 불법자금을 기여로 평가한 부분과 처분재산의 계산 방식이 배척되면서 분할액이 줄어든 일부 패소에 가깝습니다.
이번 판결은 일반 부부의 재산분할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이번 판결에서 가장 주목할 부분은 SK㈜ 주식이 처음에는 최 회장 측에서 형성된 재산이라는 사정만으로 분할 대상에서 제외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상속·증여받은 재산이나 혼인 전에 취득한 재산은 원칙적으로 특유재산입니다. 그러나 혼인기간이 길고, 다른 배우자가 가사·양육이나 사업 지원을 통해 그 재산의 유지와 가치 증가에 기여했다면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될 수 있습니다.
회사 경영에 직접 참여하지 않은 전업주부라고 해서 기여가 인정되지 않는 것도 아닙니다. 장기간 가정과 자녀를 돌보고 배우자의 사회적·경제적 활동을 뒷받침한 사정도 재산의 유지·증식에 대한 간접적인 기여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다만 주식이나 회사 지분의 가치가 혼인 파탄 이후 급격히 올랐다면, 그 상승분이 혼인 중 형성된 공동의 기여 때문인지 특정 배우자의 독자적인 경영활동 때문인지가 새로운 쟁점이 됩니다. 실제 파기환송심도 환송 후 SK㈜ 주가가 크게 상승한 사정을 주식 가액에 그대로 반영하지 않고, 분할 비율을 정할 때 고려했습니다.
결국 이번 판결 이후 일반 재산분할 사건에서는 단순히 재산의 명의와 현재 가액만 주장해서는 부족합니다. 부모 지원금의 출처와 사용처, 특유재산의 가치가 증가한 과정, 배우자의 직·간접적 기여, 별거 후 처분한 재산의 목적을 각각 증거로 구분해 제시해야 합니다.
법무법인 그날 수성지사 법률상담 문의 아래 전화번호를 클릭하시면 직접 연결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