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령 동네 내과 원장이 영업사원과 몇 차례 저녁을 먹고, 그 제약사 행사에서 두 번 강의해 강연료를 받았다고 해 봅시다. 1년 뒤 제약사가 압수수색을 받고, 원장에게 경찰 출석요구가 옵니다. 이 사안은 금액보다 두 가지에서 갈립니다. 그 식사와 강연료가 처방을 늘리려고 건넨 것이었는지, 그리고 법이 허용하는 형식을 실제로 갖췄는지입니다.
제약회사 영업사원에게서 받은 식사비와 강연료가 리베이트라며 조사를 받게 됐습니다. 어디까지 허용되고, 면허는 어떻게 되나요?
면허는 형사 절차와 따로 움직입니다. 리베이트로 인정된 금액이 자격정지 기간을 정하고, 징역형이 선고되면 집행유예라도 정지가 아니라 취소로 넘어갑니다.
01 법은 이 식사와 강연료를 무엇으로 볼까
의료법은 이런 식사와 돈을 '경제적 이익등'이라 부르고, 판매촉진 목적으로 받는 것을 금지합니다. 의료법 제23조의5 제1항은 의료인이 의약품공급자로부터 처방유도·거래유지 등 판매촉진을 목적으로 제공되는 금전, 물품, 편익, 향응을 받지 못하게 합니다. 의료기기 업체에게서 받는 경우는 같은 조 제2항이 막습니다. 2010년 11월 28일 쌍벌제가 시행된 뒤로는 준 회사와 영업사원뿐 아니라 받은 의사도 처벌됩니다.
의료법이 금지하는 리베이트는 세 요소가 겹칠 때 성립합니다. 주는 쪽이 제약사·도매상이나 의료기기 업체여야 합니다. 받는 것은 돈이든 식사든 경제적 이익이면 되고, 그 목적이 처방이나 채택을 늘리는 데 있어야 합니다. 실제 다툼은 거의 언제나 세 번째 요소에 모입니다.
다만 같은 조 단서는 견본품, 학술대회 지원, 임상시험 지원, 제품설명회, 결제조건에 따른 할인, 시판 후 조사를 보건복지부령이 정한 범위에서 허용합니다. 식사는 이 가운데 제품설명회와 맞닿아 있습니다. 강연료는 목록에 없어서 목적 자체로 판단합니다.
02 영업사원과 먹은 밥은 언제 괜찮을까
영업사원과의 식사가 들어갈 수 있는 예외는 사실상 제품설명회 하나입니다. 단서가 가리키는 의료법 시행규칙 별표는 개별 의료기관을 찾아가 여는 제품설명회에서 하루 10만 원 이하 식음료를 월 4회까지 인정합니다. 제품 설명이 없던 식사는 이 예외에 들어갈 자리가 없습니다.
같은 저녁이라도 두 장면은 다르게 읽힙니다. 진료가 끝난 의원 회의실에서 영업사원이 신약 자료로 30분 설명하고 도시락을 낸 자리는 제품설명회로 볼 여지가 있습니다. 자료 없이 한정식집에서 처방 이야기를 나누고 회사 카드로 결제한 자리는 10만 원 아래여도 예외로 보호받지 못합니다.
10만 원만 넘지 않으면 된다는 말은 절반만 맞습니다. 거꾸로 상한을 넘은 식사도 판매촉진 목적이 인정돼야 처벌됩니다. 다만 거래 중인 의사에게 낸 식사라면 법원은 그 목적을 쉽게 인정하는 편입니다.
제품 설명 없이 먹은 식사는 10만 원 아래여도 예외로 보호받지 못합니다.
회사 기록도 판단에 들어갑니다. 제약사는 약사법 제47조의2에 따라 의료인에게 제공한 경제적 이익을 지출보고서로 남겨야 하고, 수사기관은 이를 법인카드 내역과 맞춰 봅니다. 설명회 기록 없이 결제만 남은 식사는 수사의 실마리가 되기 쉽습니다.
03 강연료는 일한 값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강연료는 실제 강연의 정당한 대가였는지로 갈립니다. 진짜 용역의 대가라면 판매촉진을 위해 건넨 이익이 아니어서 제23조의5에 걸리지 않습니다. 이름만 강연인 사례비라면 같은 금액이 그대로 리베이트가 됩니다. 법원은 대체로 다음 사정을 함께 놓고 봅니다.
청중이 영업사원 둘뿐인 식당 강연에서 회사가 만든 슬라이드를 읽었다면 강연료는 사례비로 평가됩니다. 서른 명 앞에서 직접 만든 자료로 강의했다면 대가라는 주장이 설 자리가 생깁니다. 업계 자율규약인 공정경쟁규약의 강연료 상한은 법령이 아니어서, 그 안에서 받았어도 처방 대가라면 위법입니다.
지금 영업사원과의 메시지를 처음부터 다시 넘겨 보고 계실 텐데요. 수사기관이 그 대화에서 찾는 것은 처방을 부탁하는 말과 강연 일정이 나란히 놓인 대목입니다. 강연 자료를 고친 흔적처럼 실제 강연을 보여 주는 내용도 대개 같은 대화에 있습니다.
04 처벌은 어디까지이고 수사는 어떻게 흘러갈까
리베이트를 받은 의사는 의료법 제88조 제2호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받은 이익은 몰수하고, 식사처럼 몰수할 수 없는 것은 그 가액을 추징합니다.
수사는 대개 의사가 아니라 제약사에서 시작합니다. 압수수색으로 거래처별 지급 장부가 먼저 확보되고, 수사기관은 거기 이름이 오른 의사를 차례로 부릅니다. 회사 쪽은 수사에 협조하며 장부 금액을 그대로 인정하는 일이 많습니다. 그래서 장부의 숫자가 의사가 받은 돈, 곧 수수액으로 먼저 제시됩니다.
통상의 흐름은 이렇습니다.
1. 제약사 압수수색에서 의사 출석요구까지는 보통 수개월이 걸립니다.
2. 조사 뒤 검찰의 처분(기소, 약식명령 청구, 기소유예)까지 다시 수개월에서 1년 남짓.
3. 형사 결과가 나오면 보건복지부가 자격정지를 사전통지하고, 적힌 기한까지 의견을 낼 수 있습니다.
출석요구가 아직 없고 압수수색 소식만 들은 단계라면, 영업사원에게 연락해 그때 일을 맞춰 보거나 받은 돈을 서둘러 돌려보내는 일은 미루는 편이 낫습니다. 돌려줘도 이미 성립한 위반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이 시기의 연락은 말을 맞추려 한 정황으로 읽히기 쉽습니다.
몇 년 전 일도 문제 되느냐고 묻게 되죠. 공소시효는 행위가 끝난 때부터 5년이고, 자격정지도 사유가 생긴 날부터 5년이 지나면 할 수 없습니다(의료법 제66조). 기소되어 재판이 진행된 기간은 이 처분 시효에서 빠집니다.
05 면허 정지 기간은 무엇으로 정해질까
제23조의5를 위반해 경제적 이익을 받은 의료인은 형사처벌과 별도로 의료법 제66조 제1항 제9호에 따라 1년 범위의 자격정지를 받습니다. 형사 사건이 기소유예로 끝나도 처분 사유는 남습니다. 기소유예는 위반을 인정하되 기소만 하지 않는 결정이기 때문입니다.
기간은 의료관계 행정처분 규칙이 금액 구간으로 정합니다. 300만 원 미만은 첫 위반이면 경고, 300만 원 이상 500만 원 미만은 2개월, 500만 원 이상 1,000만 원 미만은 4개월입니다. 그 위로 500만 원마다 2개월씩 늘어 2,500만 원 이상이면 12개월이 됩니다.
장부에 강연료 100만 원씩 4회와 식사비 15만 원씩 6회가 적혀 있다고 해 보면, 합계 490만 원이니 2개월 구간에 듭니다. 식사 한 번이 더 인정돼 505만 원이 되면 4개월로 늘어납니다. 15만 원 한 번이 두 달을 더하는 셈입니다.
자격정지 기간은 인정된 리베이트 금액 구간으로 정해집니다. 그래서 다툼은 총액보다 항목 하나하나에서 벌어집니다.
제품설명회로 인정된 식사와 용역 대가로 인정된 강연료는 수수액에서 빠지고, 그만큼 구간이 내려갑니다. 이 계산은 처음 처분받는 개원의를 전제로 합니다. 반복 위반이면 가중 기준이 붙고, 국립대병원처럼 공직유관단체 소속이면 청탁금지법까지 문제 될 수 있습니다.
06 벌금이냐 징역이냐에 따라 면허는 어떻게 갈릴까
벌금형이면 면허는 자격정지에서 멈추지만, 징역형이면 집행유예라도 취소로 넘어갑니다. 의료법 위반으로 금고 이상의 형을 받으면 제8조의 결격사유에 해당합니다. 제65조 제1항은 제1호의 이 사유에 해당하면 면허를 반드시 취소하도록 정합니다.
2023년 11월 20일 시행된 개정 의료법은 결격 기간을 늘렸습니다. 집행유예를 받으면 유예기간이 끝난 뒤 2년까지 결격으로 봅니다. 행위 시점이 시행일 전이면 적용 규정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같은 490만 원 사건도 약식명령으로 벌금이 나오면 2개월 정지로 끝납니다. 정식 재판에서 징역형 집행유예가 나오면 면허취소로 갈립니다. 처음이고 금액이 작으면 벌금이 많지만, 액수가 크거나 여러 해 반복됐다면 징역형 쪽으로 기웁니다. 판결문에 적힌 형의 종류가 곧 면허의 갈림길입니다.
처분이 나온 뒤에도 남는 일이 있습니다. 자격정지 기간 중 진료하면 그 자체로 면허취소 사유가 됩니다(의료법 제65조 제1항 제2호). 처분서에 적힌 시작일과 종료일이 진료 일정의 기준이 됩니다.
정리하면, 리베이트는 판매촉진 목적과 허용된 형식으로 갈리고, 면허는 인정 금액이 정지 기간을, 형의 종류가 취소 여부를 정합니다.
오늘은 은행 앱에서 그 제약사 이름으로 들어온 강연료의 날짜와 금액만 확인해 보세요. 수사기관이 먼저 내미는 숫자는 회사 장부의 금액입니다. 내 통장의 숫자를 알아야 장부와 어디가 다른지 가늠됩니다. 그 합계를 위의 금액 구간에 대 보면, 이 사안이 경고 구간인지 몇 개월 정지 구간인지 스스로 보입니다.
02-2038-91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