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7.316분 읽기

EMR 명의 오류 진단서 발급, 의사 면허정지·형사처벌 기준

EMR 입력 실수로 진료하지 않은 다른 의사 명의 진단서가 발급되면 면허정지와 허위진단서작성죄가 문제 될까요? 대법원 판례와 대응 방법을 정리했습니다.

여러 의사가 근무하는 병·의원에서는 진료한 의사와 진단서에 표시된 의사가 달라지는 일이 생길 수 있습니다. 원무과 직원이 EMR에서 의사를 잘못 선택하거나, 컴퓨터에 저장된 원장 명의의 양식을 그대로 출력하는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병명과 치료기간 등 진단 내용이 모두 정확하다면 단순한 행정착오로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진단서에서 '누가 환자를 진찰하고 작성했는지'는 의학적 내용만큼 중요한 사항입니다. 실제 진찰한 의사가 아닌 다른 의사 명의로 발급됐다면 의사면허 자격정지뿐 아니라 발급 경위에 따라 형사책임까지 문제 될 수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직원의 실수로 진단서 작성 명의가 잘못 기재된 경우 누구에게 어떤 책임이 발생하는지, 면허정지에 대응하려면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진단 내용이 사실인데 의사 이름만 달라도 문제가 될까요?

의료법은 의료업에 종사하면서 환자를 직접 진찰한 의사·치과의사·한의사만 진단서를 작성해 교부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진단서는 보험금 청구, 교통사고 합의, 산업재해 인정, 형사사건의 상해 정도 판단 등에 증거로 사용되므로 작성자의 신원도 정확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대법원도 진단서의 '거짓 작성'은 병명이나 치료기간을 허위로 기재한 경우에만 한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진단한 의사의 성명과 면허자격 같은 작성 명의를 사실과 다르게 기재한 경우도 거짓 작성에 포함된다는 것입니다. (대법원 2012.7.26.선고 2011두4794판결)

이 판결의 사안에서는 정형외과 원장이 해외에 있는 동안 부원장이 교통사고 환자 4명을 직접 진찰했습니다. 진단 내용 자체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진단서가 실제 진찰한 부원장이 아니라 해외에 있던 원장 명의로 발급됐습니다.

대법원은 작성 명의 역시 진단서의 진실성을 구성하는 요소라고 보았습니다. 그래서 봉직의가 환자를 진찰한 뒤 원장 명의로 진단서를 발급하거나, 당직의가 진료한 환자의 진단서를 주치의 명의로 발급하는 관행도 의료법 위반에 해당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원무과 직원이 실수했다면 의사는 책임지지 않아도 될까요?

직원이 독자적으로 명의를 잘못 선택했다는 사정은 중요한 판단 요소이지만, 그것만으로 의사의 책임이 당연히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앞서 본 사건에서도 해당 의사는 원무과 직원이 컴퓨터에 저장된 원장 명의의 진단서를 실수로 출력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급심은 직원의 실수였고 진단 내용도 사실이라는 이유로 면허정지 처분을 취소했지만, 대법원은 진단서의 작성 명의가 허위라는 점 자체도 의료법상 거짓 작성에 포함된다고 판단해 원심을 파기했습니다. 파기환송 후에는 의사면허 자격정지 1개월 15일 처분이 유지됐습니다.

물론 이 판결이 모든 직원 실수에 대해 의사가 반드시 처분받는다는 뜻은 아닙니다. 실제로는 단순한 직원 과실인지, 의사가 관리·감독 의무를 다했는지에 따라 책임 여부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의사가 진단서 발급 과정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고, 직원이 전산 시스템을 통해 의사 명의를 임의로 선택하거나 전자서명을 무단으로 사용한 경우라면 의사의 직접적인 책임이 인정되지 않을 여지도 있습니다.

또한 병원 내부적으로 명의 확인 절차가 제대로 갖춰져 있었고, 의사가 이를 위반하지 않은 상태에서 예외적으로 발생한 단발성 오류라면 징계 수위가 낮아지거나 책임이 제한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직원의 단순 실수도 형사처벌과 면허정지로 이어질까요?

'처벌'은 형사처벌과 행정처분을 구분해서 보아야 합니다.

의료법상 진단서를 거짓으로 작성해 내준 행위는 의사면허 자격정지 사유가 됩니다. 현재 행정처분 기준상 진단서·검안서 또는 증명서를 거짓으로 작성해 발급한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자격정지 3개월이 문제 될 수 있습니다. 다만 구체적인 처분 기간은 위반 당시 규정, 감경 사유와 다른 위반행위의 병합 여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반면 형법상 허위진단서작성죄는 단순한 착오만으로 성립하지 않습니다. 의사가 진단서의 기재가 사실과 다르다는 점을 인식하면서 허위로 작성했다는 고의가 입증돼야 합니다. 형법 제233조는 허위진단서 작성에 대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7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직원이 의사 몰래 명의를 잘못 선택했고 의사도 이를 전혀 알지 못했다면 형사상 고의를 인정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다른 의사 명의임을 알면서도 그대로 발급하도록 했거나, 반복적으로 명의를 빌려 사용해 왔다면 형사책임 가능성도 커집니다.

직원이 권한 없이 의사의 전자서명이나 명의를 사용한 경우에는 그 직원에게 별도의 문서위조·행사 책임이 성립하는지도 검토해야 합니다. 결국 형사책임은 오류가 발생했다는 결과만이 아니라 각 관계자의 인식과 지시, 전산기록을 토대로 개별적으로 판단됩니다.

면허정지 통지를 받았다면 무엇부터 확인해야 할까요?

보건소의 사실확인이나 수사기관의 연락을 받았다면 먼저 '직원의 실수였다'는 취지의 확인서부터 제출하기보다 실제 발급 과정을 객관적으로 복원해야 합니다. 같은 '명의 오류'라도 의사의 지시가 있었는지, 발급 전 확인이 가능했는지, 오류 후 어떤 조치를 했는지에 따라 책임과 대응 방향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우선 해당 환자를 실제로 진찰한 의사를 진료기록부, 예약·접수 기록, 처방전, 검사 지시, 당직표와 출근기록을 통해 확인해야 합니다. 이어 진단서의 최초 입력자와 수정자, 출력 시각, 로그인 계정, 전자서명 내역, 재발급 기록 등 EMR 접속 로그를 보존할 필요가 있습니다.

처분 사전통지를 받았다면 의견제출 단계에서부터 작성 명의가 달라진 구체적인 원인, 의사의 관여와 인식 여부, 오류를 발견한 뒤 취한 조치 등을 구분해 설명해야 합니다. 이미 면허정지 처분이 내려졌다면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과 함께 처분 효력을 일시적으로 멈추기 위한 집행정지 필요성도 검토할 수 있습니다.

법률상담문의 02-2038-9185

오승준

오승준변호사

의료서울법무법인 BHSN

깊이 있는 시선과 날카로운 판단으로 명확한 법적 결론을 제공합니다. 주요경력 법무법인 현 / 법무법인 엘케이파트너스 이화여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 보건복지부 규제법무심사위원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조정위원 (의료) 대한치과의사협회 의료광고심의위원회 위원 한국실업축구연맹 이사 사법연수원 36기(제46회 사법시험 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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