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076분 읽기

페이닥터 채용 후 경영만 해도 명의대여? 사무장병원 판단 기준

페이닥터에게 진료를 맡기고 경영만 했다는 이유만으로 명의대여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의료기관의 손익 귀속과 개설자의 운영 관여 여부가 기준이 됩니다.

"저는 진료를 안 하고 병원 운영만 했는데, 그것 자체가 죄가 되나요?"

개설 의사가 페이닥터를 채용한 뒤 자신은 경영에만 전념했다는 이유로 수사기관에 불려온 분들의 케이스입니다. 답부터 드리자면, 페이닥터를 두고 본인이 직접 진료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는 명의대여가 되지 않습니다. 갈리는 지점은 그 의료기관의 손익이 최종적으로 누구에게 귀속되는가, 그리고 개설자가 의료기관 운영에 실질적으로 관여했는가입니다. 손익 귀속과 운영 관여를 설명하지 못하면, 형식상 고용계약서가 아무리 완벽해도 명의대여로 넘어갑니다.

진료를 직접 안 했다는 사실만으로 처벌될까

의료법 제33조 제2항은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는 자를 의사·치과의사·한의사·조산사, 국가·지자체, 의료법인, 비영리법인 등으로 한정합니다. 개설 명의자가 의사라면 이 조항은 충족됩니다.

문제는 의료법 제4조 제2항입니다. 의료인은 다른 의료인이나 의료법인 등의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하거나 운영할 수 없습니다. 실제 운영 주체와 개설 명의자가 다른 순간, 명의를 빌려준 쪽과 빌린 쪽이 함께 문제가 됩니다.

의료인이 아닌 자가 실질적으로 병원을 지배하며 개설했다고 인정되면 개설자와 명의대여자 모두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고, 이 형량 구간의 공소시효는 7년입니다. 여기에 요양급여를 청구했다면 국민건강보험법상 부당이득 징수와 형법 제347조 사기죄가 따라붙습니다. 사기죄 공소시효는 10년입니다.

정상 고용과 명의대여는 어디서 갈릴까

실무에서 수사기관이 보는 것은 계약서 제목이 아니라 돈의 흐름과 의사결정권입니다. 두 구조를 나란히 놓으면 그 경계가 선명해집니다.

정상 고용으로 인정되는 구조

  • 개설 명의자 본인 계좌로 매출이 입금되고, 적자가 나면 본인이 부담한다
  • 페이닥터에게는 매달 고정 급여가 나가고, 4대보험·원천징수가 정상 처리된다
  • 직원 채용·해고, 장비 구입, 임대차 계약을 개설자가 결정한다
  • 개설자가 주 며칠이든 실제로 내원해 진료·회의·결재에 관여한 기록이 남는다
  • 명의대여로 인정되는 구조

  • 매출의 대부분이 별도 컨설팅비·용역비 명목으로 제3자에게 흘러간다
  • 개설 명의자가 오히려 매출 대비 일정 비율만 받아간다
  • 개설자는 통장과 인감을 갖고 있지 않고, 실무 결정에 관여한 흔적이 없다
  • 병원 인수·양도 협의를 개설자가 아닌 사람이 주도한 정황이 있다
  • 손익이 개설자에게 귀속되지 않고, 개설자가 운영 판단에서 배제되어 있다면 그 순간 명의대여로 기웁니다.

    비슷해 보이던 두 사건은 왜 결론이 달랐을까

    제가 맡았던 두 건은 비슷해 보였지만 결론이 달랐습니다. 첫 사건의 원장님은 지방 두 곳을 오가느라 주 2일만 근무하고 나머지는 봉직의에게 맡겼습니다. 신고가 들어와 조사를 받았지만 불기소로 종결됐습니다. 매출 계좌가 본인 명의였고 적자가 난 달에 본인이 대출로 메운 기록, 장비 리스 계약서의 서명, 주 1회 진료회의 카톡방이 남아 있었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 사건은 겉모습이 거의 같았습니다. 원장님도 의사였고 봉직의도 정상 채용이었습니다. 그런데 병원 매출의 약 40%가 매달 '경영지원 수수료'로 비의료인 투자자 회사에 지급되고 있었고, 원장님은 사실상 정액만 가져갔습니다. 같은 페이닥터 채용이라도, 개설자가 위험을 부담하는 사업자가 아니라 정액을 받는 피고용인처럼 보이는 순간 결론이 뒤집힙니다.

    조사 전에 혼자 대응하면 무엇이 위험할까

    가장 흔한 실수는 첫 경찰 조사에서 "저는 경영만 하고 진료는 다 맡겼습니다"라고 편하게 말해버리는 것입니다. 본인은 정직하게 답했을 뿐이지만, 조서에는 운영 관여를 부인한 진술로 남습니다.

    또 하나는 자료를 정리하지 않은 채 출석하는 것입니다. 계좌 흐름과 결재 기록은 시간이 지날수록 은행 조회 기간에서 밀려나고, 직원들의 기억도 흐려집니다. 형사 사건과 별개로 면허자격정지 등 행정처분 절차와 환수 처분이 병행되는데, 처분 사전통지에 대한 의견 제출은 통상 10일 이상의 기간만 주어지고, 건강보험공단 처분에 대한 이의신청은 처분이 있음을 안 날부터 90일 이내에 해야 합니다. 약식명령을 받았다면 정식재판 청구는 고지받은 날부터 7일, 1심 판결에 대한 항소도 7일입니다. 이 기간이 지나면 되돌릴 방법이 없습니다.

    상담하러 갈 때 무엇을 챙기면 될까

    거창하게 준비할 것은 없습니다. 다음 자료만 있으면 첫 상담에서 방향을 잡을 수 있습니다.

  • 페이닥터 근로계약서와 최근 6개월 급여대장, 원천징수 자료
  • 병원 주거래 계좌 거래내역과 카드 매출 정산 내역
  • 컨설팅·용역·경영지원 계약서가 있다면 그 전부
  • 임대차 계약서, 장비 리스 계약서 등 개설자 명의 서류
  • 수사기관에서 받은 출석요구서 또는 공단·보건소 공문
  • 이 자료들을 펼쳐 놓고 손익 귀속과 운영 관여의 흔적이 어디에 남았는지부터 확인합니다. 그다음 진술의 큰 틀을 정하고, 필요하면 조사 동행까지 이어집니다. 아직 연락을 받지 않았더라도 구조가 마음에 걸린다면, 문제가 드러나기 전에 계약 구조부터 정리해 두는 편이 훨씬 수월합니다.

    오승준

    오승준변호사

    의료서울법무법인 BHSN

    깊이 있는 시선과 날카로운 판단으로 명확한 법적 결론을 제공합니다. 주요경력 법무법인 현 / 법무법인 엘케이파트너스 이화여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 보건복지부 규제법무심사위원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조정위원 (의료) 대한치과의사협회 의료광고심의위원회 위원 한국실업축구연맹 이사 사법연수원 36기(제46회 사법시험 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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