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10.159분 읽기

상속예금 형제 동의 없이 법정상속분 단독 인출하는 방법

형제가 도장을 안 찍어도 상속예금 내 법정상속분은 은행에 따로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생전에 받은 재산(특별수익)과 아버지 빚 여부가 결과를 바꿉니다.

아버지 장례를 치르고 은행에 갔던 날, 창구에서는 상속인 전원의 도장과 인감증명서를 받아 오라고 안내했을 겁니다. 형제 한 명이 끝내 도장을 찍지 않으면 예금 전체가 묶인 것처럼 보입니다. 법은 다르게 봅니다.

형제 한 명이 동의서에 도장을 안 찍어서 아버지 예금을 못 찾고 있습니다. 제 상속분만이라도 따로 찾을 수 있나요?

예금은 아버지가 돌아가신 순간 법이 정한 비율, 곧 법정상속분대로 이미 나뉘었고, 상속인 각자가 자기 몫을 은행에 따로 청구할 수 있습니다. 결론을 바꾸는 것은 형제의 도장이 아닙니다. 내가 생전에 미리 받은 재산이 있는지, 그리고 아버지에게 빚이 있는지입니다.

같은 예금, 갈린 결말

두 집을 가정해 보죠. 두 집 모두 아버지 예금이 9천만 원이고, 상속인은 어머니와 자녀 셋입니다. 막내가 집 문제부터 정리하자며 동의서에 도장을 찍지 않은 사정도 같습니다.

첫째 집의 둘째는 창구에서 자기 몫 2천만 원만 달라고 했다가 거절당했습니다. 그래서 은행을 상대로 소송을 냈고, 청구액이 3천만 원 이하라 소액사건으로 진행됐습니다. 은행은 따로 다투지 않았고, 판결이 확정되자 2천만 원을 내줬습니다. 그때는 막내의 도장이 전부라고 여겼지만, 돌이켜보면 처음부터 없어도 되는 도장이었습니다.

둘째 집의 둘째는 몇 해 전 아버지에게서 아파트 구입 자금 1억 5천만 원을 받았습니다. 둘째가 같은 소송을 준비하는 사이 다른 형제들이 움직였습니다. 가정법원에 상속재산을 어떻게 나눌지 정해 달라는 상속재산분할심판을 청구하면서 예금도 나눌 대상에 넣어 달라고 한 것입니다. 두 집을 가른 것은 막내의 태도가 아니라 생전에 미리 받은 재산이었죠.

사망과 동시에 나뉘는 몫

예금처럼 액수를 쪼개서 갚을 수 있는 돈 채권을 법률에서는 가분채권이라고 부릅니다. 대법원은 가분채권이 상속되면 상속이 시작되는 순간 법정상속분에 따라 상속인 각자에게 나뉘어 귀속되고, 원칙적으로 상속재산분할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봅니다. 예금은 분할 절차를 거치기 전부터 이미 각자의 몫으로 나뉘어 있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다른 상속인의 동의는 내 몫을 받는 요건이 아닙니다.

몫의 비율은 민법 제1009조가 정합니다. 예금이 법정상속분대로 나뉘므로 이 조문이 곧 내 몫의 계산식이 됩니다. 자녀끼리는 똑같이 나누고, 배우자는 자녀 한 명 몫에 5할을 더합니다. 어머니와 자녀 셋이면 비율은 1.5 대 1 대 1 대 1이고, 9천만 원은 어머니 3천만 원과 자녀 각 2천만 원으로 나뉩니다.

그렇다면 막내 몫까지 함께 받아 두면 안 되느냐고 되물으실 수 있습니다. 막내의 2천만 원은 막내의 채권이라 은행에 그대로 남습니다. 어머니 몫도 어머니가 직접 청구하거나 위임해야 나옵니다. 내가 청구할 수 있는 범위는 정확히 9분의 2까지인 거죠.

창구가 전원 동의를 묻는 사정

은행이 전원 동의를 요구하는 이유는 법이 그렇게 정해서가 아닙니다. 같은 돈을 두 번 내줄 위험을 피하려는 내부 실무입니다. 상속인이 몇 명인지, 유언이나 분할협의가 따로 있는지 은행은 알 길이 없거든요. 은행에 따라 상속인 범위를 확인하는 서류만으로 법정상속분을 내주기도 하지만, 동의서나 판결문을 가져오라는 안내가 더 흔합니다.

법과 창구가 서로 다른 말을 하는 셈입니다.

예금은 돌아가신 순간 법정상속분대로 이미 나뉘었습니다. 형제의 도장이 없어도 내 몫은 은행에 따로 청구할 수 있습니다.

소송을 걸어도 은행은 대개 지급 여부를 법원 판단에 맡기겠다는 정도로 답하고 적극적으로 다투지 않습니다. 판결을 근거로 돈을 내줘야 나중에 다른 상속인이 문제를 삼아도 책임을 피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은행은 맞서 싸우는 상대라기보다 판결이라는 근거를 기다리는 쪽이죠.

당사자가 직접 해도 충분히 감당되는 일이 있습니다. 상속인 금융거래조회, 은행 창구에서 법정상속분 지급을 요청하는 일, 지급명령 신청, 청구액 3천만 원 이하 소액사건의 소장 제출까지입니다. 다른 형제가 생전에 미리 받아 간 돈이 있다며 분할심판으로 맞서면, 그때부터는 계산하고 증명할 대상 자체가 달라집니다.

거절 이후의 시간표

지금 막내에게 도장을 찍어 달라는 문자를 몇 번째 보내고 계신다면, 그 설득과 별개로 은행에 내 몫을 청구하는 길은 이미 열려 있습니다. 통상 순서는 이렇습니다.

1. 상속인 금융거래조회로 아버지의 예금과 대출을 함께 확인합니다. 사망신고를 할 때 주민센터에서 안심상속 원스톱서비스로 같이 신청할 수 있고, 결과가 모이기까지 대개 3주 안팎이 걸립니다.

2. 아버지의 가족관계증명서와 제적등본처럼 상속인 전원을 보여 주는 서류를 내고 법정상속분 지급을 요청합니다. 거절되면 어떤 서류가 있어야 내주는지 그 자리에서 물어 둡니다.

3. 은행을 상대로 지급명령을 신청하거나 소송을 냅니다. 은행이 지급명령을 송달받고 2주 안에 이의하지 않으면 지급명령이 확정되고, 이의하면 소송으로 넘어갑니다.

4. 양쪽 모두 판결서를 송달받은 날부터 2주 안에 항소하지 않으면 판결이 확정됩니다. 확정된 판결문을 은행에 내면 지급이 이뤄집니다.

소액사건은 변론 한두 번으로 끝나는 일이 많아 몇 달 안에 마무리되는 편이고, 일반 소송은 반년을 넘기기도 합니다. 이 단계에서 흔한 실수는 상속인 범위를 짐작으로 정하는 일입니다. 아버지에게 앞선 혼인에서 낳은 자녀가 있으면 그 자녀도 같은 순위의 상속인입니다. 그러면 내 몫이 9분의 2가 아니게 되어 청구액부터 다시 고쳐야 하거든요.

특별수익이라는 예외

예금이 저절로 나뉜다는 원칙에도 예외가 있습니다. 대법원은 2016년 결정에서, 예금을 빼고 나누면 상속인 사이가 불공평해지는 경우에는 예금도 상속재산분할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생전에 재산을 미리 받은 상속인이 있거나, 부모를 특별히 부양해 몫을 더 인정받는 기여분이 있는 경우가 그렇습니다. 둘째 집이 이 예외에 걸린 경우입니다.

부모 생전에 미리 받은 재산을 특별수익이라고 하고, 민법 제1008조는 그만큼을 상속분에서 빼고 계산하도록 정합니다. 둘째 집에 숫자를 넣어 보면, 남은 예금 9천만 원에 미리 받은 1억 5천만 원을 더한 2억 4천만 원이 계산의 바탕입니다. 그 9분의 2는 약 5,333만 원인데 둘째는 이미 1억 5천만 원을 받았습니다.

가정법원이 예외를 받아들이면 둘째가 예금에서 더 가져갈 몫은 남지 않습니다. 분할심판에서 특별수익의 액수와 성격을 두고 공방이 이어지면 1년을 넘기는 일도 드물지 않고, 그동안 은행은 지급에 더 조심스러워집니다.

형제의 도장 하나보다 훨씬 무거운 변수입니다.

생전에 미리 받은 재산이 있다면 예금도 상속재산분할 대상이 될 수 있어, 내 몫이 줄거나 없어질 수 있습니다.

유언으로 예금을 특정 상속인에게 주기로 했거나 상속인 전원이 이미 분할협의를 마쳤다면, 법정상속분 청구와는 출발선이 다릅니다. 그때는 유언이나 협의서에 적힌 내용이 예금의 주인을 정하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특별수익도 유언도 없다면 첫째 집처럼 법정상속분 청구가 그대로 통합니다.

인출이 남기는 효과

내 몫을 찾아 쓰는 순간 상속 포기라는 선택지가 닫힐 수 있습니다. 민법 제1026조 제1호는 상속인이 상속재산을 처분하면 단순승인, 곧 빚까지 모두 물려받기로 한 것으로 봅니다. 상속예금을 받아 가는 일은 이 처분으로 평가될 여지가 큽니다.

상속 포기와, 물려받은 재산 한도에서만 빚을 갚는 한정승인은 민법 제1019조 제1항에 따라 상속이 시작된 것을 안 날부터 3개월 안에 해야 합니다. 1단계 조회에서 대출이 함께 보였다면 예금 청구보다 이 문제를 먼저 정하는 순서가 맞습니다.

빚이 재산보다 많다는 사실을 중대한 과실 없이 몰랐다면 길이 하나 더 있습니다. 그 사실을 안 날부터 3개월 안에 하는 특별한정승인(민법 제1019조 제3항)입니다. 다만 몰랐던 데 중대한 과실이 없었다는 점은 상속인이 증명해야 해서, 기댈 만한 안전망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결론이 다른 옆자리 사정도 있습니다. 은행이 사망 사실을 알기 전에 다른 형제가 비밀번호로 예금을 꺼내 갔다면, 그 돈 가운데 내 몫은 은행보다 꺼내 간 형제에게 부당이득으로 돌려달라고 할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형제가 장례비로 썼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민법 제998조의2는 상속에 관한 비용을 상속재산에서 지급하도록 정하고, 법원은 장례비를 이 비용으로 봅니다. 그래서 실제 장례에 든 몫은 정산에서 따로 다뤄집니다.

정리하면, 특별수익이나 유언이 없다면 법정상속분 청구로 내 몫을 찾을 수 있습니다. 다만 아버지 빚이 보이면 인출 전에 상속포기나 한정승인 여부부터 정하세요.

손에 있는 아버지 통장이나 은행에서 받은 거래내역의 마지막 출금 줄, 그 날짜가 사망일보다 앞인지 뒤인지가 남은 갈림길입니다. 앞이라면 잔액 전부가 법정상속분대로 나뉘어 있고, 거절 이후의 시간표가 그대로 내 경우입니다. 뒤라면 그 출금액만큼은 은행 창구가 아니라 꺼내 간 사람을 상대로 한 청구로 갈라집니다.

상담 문의: 02-594-2353

유지은

유지은변호사

이혼/가사서울법률사무소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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