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술자리에서 시비가 붙었고, 밀쳤을 뿐인데 오늘 경찰서에서 연락이 왔다면 지금 궁금한 건 하나일 겁니다. "먼저 시비를 건 건 저쪽인데 왜 제가 조사를 받죠?"
답부터 드리면, 먼저 맞았다는 사실만으로는 정당방위가 되지 않습니다. 상대의 공격이 '진행 중'이었는지, 내 대응이 그 공격을 막는 데 필요한 정도였는지, 이 두 가지가 동시에 충족돼야 합니다. 실무에서 정당방위가 인정되는 폭행 사건은 손에 꼽습니다. 그래도 대응할 길은 따로 있습니다.
전치 2주 진단서의 무게
우선 오해 하나는 걷어내야 합니다. 전치 2주 진단서가 나왔다고 해서 곧바로 상해죄가 되는 건 아닙니다. 진단서는 의사가 환자 진술을 바탕으로 발급하는 서류이고, 넘어지면서 생긴 찰과상이나 타박상이 정말 밀친 행위에서 비롯됐는지는 별도로 따집니다.
그렇다고 낙관하셔도 안 됩니다. 형법 제257조 제1항의 상해죄는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이고, 단순 폭행죄(형법 제260조)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상해로 갈지 폭행으로 갈지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집니다.
여기서 차이가 하나 더 생깁니다. 폭행죄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지만, 상해죄는 합의해도 공소권 없음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상해로 입건됐다면 합의는 처벌 수위를 낮추는 사정일 뿐, 사건 자체를 없애는 열쇠는 아닙니다.
정당방위의 두 관문
많이들 "쌍방폭행이면 정당방위 아니냐"고 물으십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형법 제21조 제1항은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방위하기 위한 상당한 이유 있는 행위'를 정당방위로 규정합니다. 여기에는 두 개의 관문이 있습니다.
첫째, 현재성입니다. 상대가 멱살을 잡고 있는 바로 그 순간에 뿌리친 것과, 상대가 한 대 치고 돌아서 걸어가는데 뒤따라가 민 것은 완전히 다릅니다. 후자는 침해가 끝난 뒤의 행위, 곧 보복으로 봅니다. 술자리 사건의 절반 이상이 이 지점에서 갈립니다.
둘째, 상당성입니다. 손목을 잡힌 상황에서 상대를 계단 쪽으로 강하게 밀어버렸다면 방어의 정도를 넘어섰다고 평가될 수 있습니다. 다만 형법 제21조 제2항의 과잉방위가 인정되면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고, 제3항에 따라 야간의 공포·경악·흥분·당황으로 인한 것이라면 벌하지 않습니다. 술자리 다툼이라면 실질적으로 다퉈볼 여지가 있는 조항이 바로 이쪽입니다.
결론을 가르는 장면들
제가 맡았던 두 사건을 나란히 놓으면 차이가 선명합니다.
A씨는 회식 자리에서 거래처 직원에게 욕설을 듣고 어깨를 밀렸습니다. 상대가 다시 팔을 뻗어오는 순간 두 손으로 가슴을 밀어 떼어냈고, 상대가 의자에 걸려 넘어지면서 전치 2주가 나왔습니다. CCTV에는 상대의 선제 접촉과 A씨의 방어 동작이 순서대로 잡혔습니다. 결과는 검찰 단계에서 마무리됐습니다.
B씨는 달랐습니다. 상대가 먼저 물을 끼얹은 건 맞지만, B씨는 자리에서 일어나 세 걸음 다가가 밀었습니다. 그 '세 걸음'이 전부를 뒤집었습니다. 침해는 이미 끝났고, 다가간 행위는 방어가 아니라 공격으로 읽혔거든요.
같은 '전치 2주', 같은 '밀침'인데 갈린 지점은 딱 하나였습니다. 상대에게 다가갔는가, 아니면 다가오는 상대를 밀어냈는가. 이 한 걸음의 방향이 정당방위와 상해죄를 가릅니다.
첫 72시간에 해야 할 일
지금 통화 목록에서 경찰서 번호를 찾고 계신다면, 먼저 순서를 잡으셔야 합니다.
특히 마지막 항목이 혼자 대응하다가 가장 크게 그르치는 지점입니다. "미안하다, 내가 술김에 그랬다"는 문자 한 통이 자백으로 제출됩니다.
조사실에서의 첫 진술
경찰 조사에서 한 번 한 진술은 되돌리기가 아주 어렵습니다. 검찰이나 법정에서 말을 바꾸면 그 자체로 신빙성을 의심받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사실관계가 명백히 불리한 사건에서 정당방위를 끝까지 주장하는 건 오히려 손해입니다. 반성 없는 태도로 읽혀 양형에서 불리해지거든요. 그런 사건이라면 신속한 합의와 형법 제51조의 양형 조건에 맞춘 자료 정리로 방향을 트는 편이 낫습니다. 어느 쪽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는 게 상담의 핵심입니다.
상담 전 준비
전화 주실 때 준비하실 건 많지 않습니다. 경찰에서 받은 출석요구서, 상대가 제출했다는 진단서 관련 정보, 그리고 사건 당시 상황을 시간 순서대로 적은 메모면 충분합니다. 기억나는 대로, 불리한 부분도 빼놓지 말고 적어주십시오.
사건의 방향은 조사실에 들어가기 전 자료와 진술을 어떻게 맞춰두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조사 날짜가 잡혔다면 그 전에 한 번 정리하고 들어가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의 차이는 생각보다 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