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10.159분 읽기

차용금 사기죄 고소 대응 기준, 못 갚은 돈이 사기가 되는 경우

빌린 돈을 못 갚았다고 모두 사기죄는 아닙니다. 돈을 빌리던 시점에 갚을 의사와 능력이 있었는지, 용도를 속였는지에 따라 달라지는 차용금 사기 고소 대응 기준을 정리했습니다.

사업이 기울어 지인에게 빌린 돈을 갚지 못했는데, 경찰서에서 사기 혐의로 조사를 받으러 오라는 연락이 옵니다. 갚으려던 사람에게 사기라는 말은 그 자체로 억울하게 들리죠. 그러나 법에서 돈을 못 갚은 것과 남을 속인 것은 다른 일입니다.

사업이 어려워져 지인에게 빌린 돈을 못 갚았더니 사기죄로 고소당했습니다. 갚을 생각이 있었는데도 사기가 되나요?

빌린 돈을 갚지 못했다는 사실만으로는 사기죄가 되지 않습니다. 결론은 돈을 빌리던 그 시점에 갚을 의사나 능력이 없으면서 있는 것처럼 상대를 믿게 했는지에 따라 갈립니다.

01 돈을 받던 날이라는 기준

형법 제347조 제1항은 사람을 속여 재물을 넘겨받은 사람을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정합니다. 빌린 돈에도 이 조문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 갚을 수 있다는 말이나 어디에 쓰겠다는 말이 거짓이었다면, 그 말로 돈을 받은 일이 곧 속여서 재물을 받은 일이 되기 때문입니다. 법률 용어로는 돈을 받을 때 상대를 속이려 한 이 마음을 '편취의 고의'라고 합니다.

채무불이행과 차용금 사기는 시점 하나로 갈립니다. 채무불이행은 빌릴 때 갚을 의사와 능력이 있었지만 그 뒤의 사정으로 갚지 못한 상태이고, 민사 문제로 다뤄집니다. 차용금 사기는 빌릴 때 이미 갚을 의사나 능력이 없었거나 용도를 속였는데도 그렇지 않은 척 돈을 받은 경우이며, 형사처벌의 대상입니다.

돈을 받은 뒤에 갚았다고 해서 이미 성립한 사기가 지워지지는 않습니다. 사기죄는 돈을 받는 순간 완성되기 때문이죠. 나중에 원금을 다 갚으면 형을 정할 때 참작될 뿐이고, 범죄가 없던 일이 되지는 않습니다.

기준은 한 줄이지만, 사건의 무게는 그 한 줄을 증명하는 데 실립니다.

빌린 돈을 못 갚았다는 사실만으로는 사기가 아닙니다. 빌리던 그날 갚을 의사와 능력이 있었는지가 갈림길입니다.

02 갚을 생각과 갚을 형편

갚을 생각이 진심이었다는 것만으로는 혐의를 벗기 어렵습니다. 법원은 편취의 고의가 확정적일 필요 없이 미필적 고의로도 충분하다고 보거든요. 미필적 고의란 못 갚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알면서, 그래도 어쩔 수 없다는 마음으로 돈을 받은 상태를 말합니다.

식당을 하던 사람이 지인에게 3천만 원을 빌리며 1년 안에 갚겠다고 했다고 가정해 봅시다. 가게에서 한 달에 남는 돈이 200만 원인데 기존 대출 이자로 매달 150만 원이 나갔다면, 갚는 데 쓸 수 있는 돈은 한 달 50만 원이고 1년에 600만 원입니다. 3천만 원에 한참 모자란 계획이므로, 갚을 마음이 있었어도 못 갚을 줄 알고 받았다고 평가되기 쉽습니다.

조건을 바꾸면 결론도 바뀝니다. 한 달에 남는 돈이 500만 원이고 다른 연체가 없었다면 1년에 6천만 원이 남는 형편이었고, 빌리던 날의 상환 계획은 숫자로 뒷받침되었습니다. 매출이 빌린 지 넉 달째부터 꺾였다면 그 뒤의 연체는 사정이 변한 결과로 설명됩니다.

수사기관이 확인하려는 것도 결국 이 계산입니다. 피의자가 고의를 인정하지 않는 한, 법원은 객관적 사정을 모아 고의가 있었는지를 미루어 판단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객관적 사정은 빌리기 전후의 재산과 사업 환경, 빌린 경위, 그 뒤의 거래 과정 같은 것들입니다.

03 조사실에서 짚는 정황

경찰 조사의 질문은 대체로 다섯 가지 정황에 모입니다. 그 질문들은 모두 그날 갚을 수 있다고 믿을 만했는지를 가늠하는 재료입니다.

  • 빌릴 때 다른 빚이 이미 연체 중이었는지, 그 사실을 알렸는지
  • 담보나 보증을 제공했는지
  • 빌린 돈을 말한 용도대로 썼는지
  • 이자나 원금 일부를 갚다가 무엇 때문에 멈췄는지
  • 비슷한 시기에 여러 사람에게서 같은 말로 빌렸는지
  • 이자를 몇 달 꼬박꼬박 냈다는 사실은 대개 유리한 정황입니다. 그런데 새로 빌린 돈으로 앞사람의 이자를 막는 돌려막기였다면 평가는 정반대가 되기 쉽습니다. 그 이자가 갚을 능력의 증거가 아니라 다음 차용을 위한 신뢰 쌓기로 읽히는 거죠.

    출석 요구를 받은 뒤로 고소인이 경찰에 무슨 말을 했을지 짐작하며 반박할 말을 머릿속에 쌓아 두고 계실 겁니다. 그 반박은 정말 갚으려 했다는 호소만으로는 힘을 얻기 어렵습니다. 빌리던 무렵의 통장 거래 내역, 대출 상환 기록, 매출 자료로 뒷받침할 때 설득력이 생깁니다.

    04 용도와 형편에 관한 거짓말

    다만 지금까지의 설명은 빌릴 때 용도와 형편을 사실대로 말한 경우에만 통합니다. 법원은 돈의 용도를 속였고 사실대로 말했다면 상대가 빌려주지 않았을 사정이라면, 그 자체로 속임이 있었다고 봅니다. 이때는 갚을 능력이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혐의가 사라지지 않습니다. 속임의 대상이 갚을 능력에서 돈을 쓸 곳으로 옮겨 가거든요.

    가게 운영자금이라며 빌린 돈을 실제로는 개인 도박 빚을 갚는 데 썼다면 여기에 해당합니다. 반면 운영자금이라고 하고 직원 급여와 거래처 대금에 썼다면, 세부 항목이 조금 달라도 용도를 속였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기준은 상대가 실제 쓰임을 알았어도 빌려줬을지입니다.

    형편을 부풀린 말도 같은 무게를 가집니다. 다음 달 큰 계약금이 들어온다고 했는데 그런 계약이 없었다면, 그 말이 곧 갚을 능력에 관한 거짓말입니다. 계약이 실제로 협의 중이다가 깨졌다면 사정이 다르고, 그 협의의 흔적이 남아 있는지가 판단을 가릅니다.

    같은 '못 갚음'이라도 출발점이 다르면 전혀 다른 사건이 됩니다.

    용도나 형편을 속여 빌렸다면, 갚을 능력이 있었어도 사기가 될 수 있습니다.

    05 고소인의 압박과 합의의 무게

    차용금 사기 고소는 돈을 돌려받으려는 압박 수단으로 쓰이기도 합니다. 고소인은 수사 중에 변제나 합의를 조건으로 고소를 취소하겠다고 제안하곤 합니다. 민사소송보다 빠르고 압박도 세다고 여기는 건데요, 형사 절차의 결론은 그 압박과 따로 움직입니다.

    사기죄는 피해자가 원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가 아닙니다. 그래서 고소를 취소해도 수사기관은 혐의를 따로 판단합니다. 합의는 혐의가 있는지가 아니라 처분과 형량을 정할 때 반영됩니다. 고의가 없다면 합의가 없어도 결론은 같고, 고의가 인정된다면 합의는 처벌을 가볍게 하는 사정이 됩니다.

    그렇다면 혐의를 다투는 동안에는 한 푼도 갚지 않는 편이 낫지 않으냐는 물음이 바로 따라 나옵니다. 그럴 이유는 없습니다. 형편이 닿는 대로 조금씩 갚아 온 기록은 처음부터 갚을 생각이 있었다는 정황이 됩니다. 또 갚았다는 사실만으로 범행을 인정한 것으로 보지도 않습니다.

    주의할 곳은 돈이 아니라 문서입니다. 합의서나 각서에 '속여서 빌렸다'는 취지의 문장이 들어가면, 그 문서는 고의를 인정한 자료가 됩니다. 그래서 서명하기 전에 문구를 한 줄씩 읽어 보아야 합니다.

    06 고소 이후의 시간표

    고소장이 접수되면 사건은 경찰서의 경제범죄 담당 팀에 배당됩니다. 2021년 1월 수사권 조정 이후에는 경찰이 혐의가 없다고 보면 검찰에 넘기지 않고 불송치로 사건을 끝낼 수 있습니다. 아래 기간은 통상의 흐름이며, 경찰서 사정에 따라 달라집니다.

    1. 고소인 조사: 고소인이 먼저 출석해 진술하고 자료를 냅니다.

    2. 출석 요구: 고소인 조사 뒤 전화나 문자로 일정이 잡힙니다. 날짜는 조율할 수 있습니다. 빌리던 무렵의 사정을 정리하지 않은 채 바로 응하는 일이 흔한 실수입니다.

    3. 피의자 조사: 필요하면 대질이나 추가 자료 제출이 이어집니다. 조사마다 진술이 달라지면 그것만으로 신빙성을 잃습니다.

    4. 경찰 결정: 혐의가 있다고 보면 검찰에 송치하고, 검사가 재판에 넘길지 정합니다. 고소부터 경찰 결정까지 몇 달이 걸리는 일이 흔합니다.

    불송치 결정이 나도 고소인은 이의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형사소송법 제245조의7에 따라 이의신청이 들어오면 경찰은 지체 없이 사건을 검사에게 송치해야 합니다. 불송치 통지를 받은 뒤에도 검찰 단계가 한 번 더 열릴 수 있다는 뜻입니다.

    07 형사 결론과 별개로 남는 빚

    혐의없음으로 끝나도 빌린 돈을 갚을 의무는 그대로 남습니다. 형사 절차는 처벌할지만 정할 뿐, 빚을 지워 주지는 않죠. 고소인은 그 뒤 지급명령이나 대여금 소송으로 돈을 돌려받으려 할 수 있습니다.

    사기가 인정되면 그 채무는 고의로 저지른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으로 다뤄질 수 있습니다. 그러면 개인파산이나 개인회생을 거쳐도 면책되지 않는 채권으로 남을 수 있습니다. 회생이나 파산을 생각하고 있다면, 형사 결론에 따라 빚을 정리할 수 있는 범위까지 달라지는 셈입니다.

    정리하면, 사기죄는 돈을 받던 순간의 속임으로 판단하고 고소를 취소해도 수사는 이어집니다. 빌리던 무렵의 통장과 매출 자료, 대화 기록이 가장 중요한 근거입니다.

    형사 결론도, 그 뒤의 빚 정리도 결국 돈을 빌리던 그날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그날 상대와 주고받은 메시지가 아직 휴대폰에 있다면, 오늘은 그 대화방을 지우거나 나가지 말고 그대로 두시면 됩니다. 용도와 갚을 계획을 어떻게 말했는지 보여 주는 기록은 대개 그 대화뿐이고, 한번 지우면 되살리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062-223-7877

    김정웅

    김정웅변호사

    민사 · 노동/산재 · 형사 · 부동산 · 교통사고 · 파산/회생 · 기업법무 · 의료 · 성범죄 · 행정 · 이혼/가사전남법무법인 양영앤정훈

    2013. 장흥군, 강진군 자문변호사 2018. 삼성전자 광주법인 자문변호사 2020. 장흥군의회 자문변호사 장흥교도소, 장흥경찰서, 장흥군, 강진군 다수 위원회 위원 활동 전) 법무법인 정훈 대표변호사 現 법무법인 양영&정훈 대표변호사 법무법인 양영&정훈은 광주와 전남 지역의 든든한 법률 파트너로서 고객의 권리와 이익을 최우선으로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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