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락을 차단당한 뒤 다시 건 전화, 스토킹이 되는 지점
경찰서에서 "스토킹 신고가 접수됐으니 나와서 조사받으라"는 전화를 받으면, 대부분 먼저 세는 것은 횟수입니다. 몇 번 연락했는지, 몇 번 찾아갔는지. 그런데 재판에서 먼저 따지는 것은 그 숫자가 아닙니다. 상대가 그만하라는 뜻을 분명히 한 시점이 언제였고, 그 뒤에도 같은 행위가 이어졌는지가 결론을 가릅니다.
스토킹처벌법은 크게 두 가지로 되어 있습니다. 제2조 제1호는 '스토킹행위'를,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 정당한 이유 없이 접근하거나 따라다니는 행위, 주거·직장 부근에서 기다리거나 지켜보는 행위, 정보통신망으로 글이나 영상 등을 도달하게 하는 행위로서 상대방에게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는 것으로 정의합니다. 그리고 제2조 제2호가 이 행위를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하는 것을 '스토킹범죄'라고 부릅니다. 한 번의 행위가 스토킹행위에 해당하더라도, 그 자체만으로 범죄가 되지는 않습니다.
한 달 동안 여섯 번 연락한 두 사람
같은 횟수인데 결론이 갈리는 장면을 하나 그려 보겠습니다. 두 사람 모두 헤어진 상대에게 한 달 사이 여섯 번 연락했다고 가정합니다.
한 사람은 두 번째 연락에서 "다시는 연락하지 말라"는 답을 받았고, 이후 번호가 차단되자 다른 번호로 네 번을 더 걸었습니다. 시간대는 새벽이었습니다. 다른 한 사람은 함께 쓰던 보증금 정산 문제로 낮에 연락했고, 상대가 "변호사를 통해 얘기하자"고 하자 그날로 연락을 멈췄습니다.
앞의 경우는 거절 의사가 확인된 뒤의 네 번이 일련의 행위로 묶여 지속성·반복성이 인정되기 쉽습니다. 뒤의 경우는 연락에 정당한 이유가 있었고 거절 표시 직후 중단됐으므로, 여섯 번이라는 숫자에도 불구하고 스토킹범죄로 보기 어렵습니다. 법원은 개별 행위를 하나씩 떼어 경중을 재기보다, 경위와 목적, 시간과 장소, 상대의 반응까지 묶어 전체를 평가합니다.
차단을 확인하고도 새 번호로 건 한 통
차단은 말보다 분명한 거절입니다. 상대가 번호를 막아 두었다는 사실을 알면서 다른 번호나 다른 앱으로 접근하면, '의사에 반하여'라는 요건은 사실상 다툴 여지가 줄어듭니다. 오해를 풀려고 했다거나 마지막 인사였다는 사정은 동기일 뿐, 의사에 반했는지와는 다른 문제입니다.
다만 거절이 명확하지 않은 구간은 실제로 존재합니다. 상대가 답장을 하다 말다 했거나, 만남을 이어 가던 중이었다면 어느 시점부터를 거절로 볼지가 쟁점이 됩니다. 이 구간의 대화 기록은 유리하게도 불리하게도 쓰입니다.
받지 않은 전화도 '도달'로 보는가
전화를 걸었지만 상대가 받지 않았으니 아무것도 도달하지 않았다는 주장은 통하지 않습니다. 법원은 벨소리가 울리게 하거나 부재중 전화 표시가 남게 하는 것 자체를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음향이나 글을 도달하게 한 것으로 봅니다. 발신 기록만 남아도 행위는 성립합니다.
지금 통화 목록을 내려 보며 "받지도 않았는데" 하고 세고 계신 분이 적지 않습니다. 그 계산은 방어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발신 시각대와 간격이 그대로 반복성의 근거가 됩니다.
집 앞 편의점에서 기다린 40분
기다리거나 지켜보는 행위는 말을 걸지 않아도 성립합니다. 주거나 직장, 그 밖에 일상적으로 생활하는 장소나 그 부근에서 기다린 것만으로 제2조 제1호의 행위에 해당합니다. 편의점 안에 있었으니 사적인 공간이 아니라는 항변은 '부근'이라는 문언 앞에서 힘을 잃습니다.
반대로 결론이 달라지는 상황도 있습니다. 같은 아파트에 살거나 같은 건물에서 근무해 동선이 겹치는 경우, 접근 자체에 생활상의 이유가 있으므로 '정당한 이유 없이'라는 요건이 부정될 수 있습니다. 채권 회수나 업무 연락도 마찬가지여서, 내용보다 방식과 시간대, 횟수가 판단을 가릅니다.
100미터 접근금지와 48시간
신고 직후의 절차는 수사보다 먼저 움직입니다.
여기서 흔한 실수가 나옵니다. 접근금지 통보를 받고 상대에게 사과 문자를 보내거나, 친구를 통해 사정을 전하는 일입니다. 법원의 잠정조치 결정을 어기면 제20조에 따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본래 사건보다 이쪽이 먼저 실형 논의로 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긴급응급조치 통보를 받았지만 아직 출석 요구가 없고 상대가 연락을 명시적으로 거절한 상태라면, 지금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기다리는 편이 낫습니다. 해명하려는 모든 시도가 접촉으로 기록되기 때문입니다.
합의를 받아도 재판이 열리는 이유
예전에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공소를 제기할 수 없었습니다. 2023년 7월 개정으로 이 조항이 삭제됐습니다. 지금은 합의해도 검사가 기소할 수 있고, 실제로 사안이 무거우면 기소됩니다.
합의가 무의미해졌다는 뜻은 아닙니다. 양형에서는 여전히 가장 큰 요소입니다. 다만 합의만으로 사건이 끝난다는 전제로 움직이면 안 됩니다. 제18조 제1항은 스토킹범죄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제2항은 흉기나 위험한 물건을 휴대·이용한 경우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유죄가 확정되면 형과 별도로 수강명령이나 이수명령, 보호관찰이 함께 부과될 수 있습니다. 여기까지가 법이 정한 틀이고, 개별 사건에서 어느 시점을 거절로 볼지, 접근에 생활상의 이유가 있었는지는 기록에 무엇이 남아 있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오늘 할 수 있는 한 가지는 상대방 쪽으로 향하는 모든 연락을 멈추는 것입니다. 지금 보내는 한 통은 해명이 되지 않고, 거절 이후의 반복을 채우는 한 건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