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거리 곳곳에서 출퇴근길이나 짧은 거리를 이동할 때 전동킥보드나 전기자전거 같은 개인형 이동장치(PM)를 이용하는 분들을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차가 막히는 도로를 피해 간편하게 목적지까지 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안타깝게도 관련 교통사고 역시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상담을 하다 보면 많은 분들이 크게 오해하는 대목이 하나 있습니다. '자동차도 아니고 조그만 전동킥보드인데, 인도에서 살짝 부딪힌 정도로 설마 경찰서까지 가고 형사처벌을 받겠나' 하는 안일한 생각입니다.
하지만 법은 생각보다 훨씬 엄중합니다. 전동킥보드나 전기자전거를 타고 보도(인도)를 주행하다가 보행자와 충돌했다면, 피해자의 부상이 전치 2~3주의 가벼운 경상이라 해도 12대 중과실에 해당하여 정식 형사입건 대상이 됩니다.
이 글에서는 전동킥보드와 전기자전거의 보도 통행 사고가 법적으로 왜 이렇게 중대하게 다루어지는지, 수사 과정에서 겪게 되는 현실적인 어려움은 무엇인지, 그리고 변호사가 수사 초기 단계에서 어떻게 개입하여 형사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지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도로교통법상 전동킥보드의 지위와 보도침범의 엄중함
먼저 짚어볼 점은 법이 전동킥보드와 전기자전거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입니다.
도로교통법상 전동킥보드는 '개인형 이동장치(PM)'이고, 전기자전거는 스로틀 방식이든 PAS(페달 보조) 방식이든 모두 법적으로 '차량(원동기장치자전거 또는 자전거 등)'에 해당합니다. 겉모습은 가볍고 작아 보여도 도로 위에서는 일반 승용차나 오토바이와 마찬가지로 '차'로 다루어진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차의 운전자는 도로교통법 제13조 제1항에 따라 보도와 차도가 구분된 도로에서는 차도로 통행해야 하며, 보도 통행은 엄격히 금지됩니다. 이를 위반하여 인도 위에서 주행하다가 보행자를 치어 다치게 했다면,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3조 제2항 단서 제8호의 보도침범 사고가 성립합니다.
이 보도침범 조항은 흔히 말하는 12대 중과실 중 하나입니다. 일반적인 교통사고는 종합보험에 가입되어 있거나 피해자와 원만히 합의하면 형사처벌을 면할 수 있는 반의사불벌죄가 적용되지만, 12대 중과실 사고는 다릅니다. 보험 가입 여부나 피해자의 처벌 희망 여부와 상관없이 수사기관이 수사에 착수하며,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처벌하도록 정해져 있습니다.
'피해자가 갑자기 돌아서는 바람에 부딪혔다', '휴대전화를 보며 걸어오길래 피하려다 사고가 났다'며 억울함을 호소하는 분들도 계십니다. 하지만 법원은 보도를 보행자의 절대적 안전지대로 보기 때문에, 인도 위 사고에서는 보행자의 과실 상계가 거의 인정되지 않습니다. 운전자에게 사실상 100%에 가까운 과실과 책임을 묻는 것이 통상적인 판례 흐름입니다.
인도 주행 중 전치 2주 보행자 충돌 사건
제가 직접 상담했던 실제 사건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20대 대학생 A 씨는 수업에 늦어 급한 마음에 공유 전동킥보드를 타고 인도를 달렸습니다. 그러던 중 건물 모퉁이를 돌아 나오던 50대 보행자 B 씨와 그대로 충돌했고, B 씨는 바닥에 넘어져 엉덩방아를 찧었습니다. 병원에서는 전치 2주의 요추 염좌(경상) 진단을 받았습니다.
A 씨는 살짝 부딪힌 정도에 진단도 2주밖에 안 나왔으니, 죄송하다고 사과드리고 치료비 몇십만 원 드리면 끝나겠거니 하고 가볍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B 씨는 사고 직후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은 A 씨를 교특법 위반(보도침범) 혐의로 정식 피의자 입건하여 출석을 통보했습니다.
뒤늦게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A 씨는 덜컥 겁이 난 상태로 저희를 찾아왔습니다. 당시 A 씨는 취업을 앞둔 취업준비생이었기에, 이번 사고로 형사처벌 전과 기록이 남는다면 기업 채용이나 사회생활에 치명적인 불이익을 입을 수 있는 긴박한 상황이었습니다.
개인형 이동장치 사고에서 자주 부딪히는 실무적 어려움
A 씨처럼 전동킥보드나 전기자전거 사고를 낸 의뢰인들이 현장에서 겪는 어려움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보험 보상의 한계입니다. 일반 자동차 사고는 종합보험으로 피해자의 치료비와 합의금 대부분을 해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공유 전동킥보드나 개인 킥보드는 사정이 완전히 다릅니다. 가입된 보험의 대인 배상 한도가 턱없이 낮거나, 중과실인 '인도 주행' 중 사고에 대해 보험사가 면책(보상 불가) 조항을 적용하여 운전자 개인에게 전액 자부담을 요구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둘째는 피해자의 과도한 형사합의금 요구입니다. 가해자가 12대 중과실로 입건되어 전과자가 될 위기에 처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피해자 측이, 전치 2주 경상임에도 수천만 원에 달하는 무리한 합의금을 요구하며 압박하는 사례도 빈번합니다.
A 씨 사건의 피해자 B 씨도 합의해 주지 않으면 감옥에 보내겠다며, 전치 2주 진단에 2,000만 원이라는 과도한 합의금을 고수하고 있었습니다.
수사 초기 변호인의 개입과 역할
이처럼 막막한 상황에서 변호사가 하는 일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가장 중요한 작업은 피해자와의 원만한 형사합의 중재입니다. 가해자가 직접 피해자에게 연락하면 감정적인 대립이 격해지거나 합의금을 둘러싼 마찰이 생기기 쉽고, 자칫 2차 가해나 합의 강요로 오해받을 위험도 큽니다. 변호인은 중립적인 법률 대리인으로서 피해자의 마음을 진심으로 위로하는 한편, 상해 정도에 맞는 정당한 합의금 기준을 제시하여 과도한 요구를 조율하고, 처벌불원서(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문서)를 안전하게 확보합니다.
둘째, 사고 경위에 대한 법리적 재해석과 양형 자료 작성입니다. 인도 침범이라는 위법 행위 자체는 부정할 수 없더라도, 사고 당시 도로의 형태(예: 보도와 차도의 구분이 불분명한 구역인지 여부), 피해자의 움직임, 운전자의 주행 속도, 사고 직후 구호 조치를 충실히 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하여 수사기관에 의견서로 제출합니다.
셋째, 기소유예 처분을 목표로 한 방어권 행사입니다. 검찰 단계에서 사건을 정식 재판에 넘기지 않고 벌금형조차 면하게 해주는 기소유예 처분을 받아내거나, 최소한 약식명령(벌금형)으로 사건을 조기에 종결시키는 것이 변호인의 핵심 목표입니다.
A 씨 사건에서도 저희는 즉시 피해자 B 씨를 설득하러 나섰습니다. B 씨의 건강 상태를 정중히 살피고, A 씨가 경제적 능력이 부족한 대학생이라는 사정을 법리적으로 설명해 드렸습니다. 그 결과 전치 2주 상해에 부합하는 합리적인 선에서 형사합의를 성립시킬 수 있었습니다.
동시에 'A 씨가 초범이며 사고 직후 즉시 구호 조치를 한 점, 깊이 반성하며 준법 운전 교육을 이수한 점' 등을 담은 변호인 의견서를 검찰에 제출했고, 검찰은 이러한 사정을 적극 참작하여 A 씨에게 전과 기록이 남지 않는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습니다.
전동킥보드나 전기자전거는 이용하기에 매우 편리한 교통수단이지만, 인도 위로 올라서는 순간 타인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위험한 물건이 될 수 있다는 점을 항상 명심하셔야 합니다. 사고는 순식간에 발생하지만, 그로 인한 법적 여파는 일상과 미래를 흔들 만큼 무거울 수 있습니다.
지금 막막한 상황에 처해 계시다면 망설이지 마시고 법률 전문가의 정밀한 조력을 받아 명확한 해결책을 찾아가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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