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차를 빼려는데 앞을 가로막은 차 한 대. 사이드브레이크는 채워져 있고 전화는 신호만 가다 끊깁니다. 112에 신고하니 "사유지라 견인 권한이 없다"는 답이 돌아오죠.
먼저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견인이 안 된다는 말은 행정단속이 안 된다는 뜻일 뿐 형사처벌이 안 된다는 뜻이 아닙니다. 실무에서 이런 사건의 결론을 가르는 것은 '사유지냐 아니냐'가 아니라 다음 세 가지입니다.
사유지라는 항변이 통하지 않는 이유
가해 차주들이 믿는 근거는 아파트 단지가 도로교통법상 '도로'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물론 맞는 말입니다. 그래서 구청 견인도, 주정차 과태료도 어렵습니다.
그런데 형법 제314조 제1항 업무방해죄는 장소가 도로인지 사유지인지를 따지지 않습니다. 위력으로 사람의 업무를 방해했는지만 봅니다. 차량으로 출구를 봉쇄하는 행위는 물리적 유형력에 해당하므로 위력이 인정되고, 이때 방해된 업무는 피해자 개인의 업무일 수도, 아파트 관리사무소의 주차·통행 관리 업무일 수도 있습니다.
같은 길막인데 한쪽은 벌금, 한쪽은 무혐의로 끝난 이유
제가 맡았던 두 사건을 나란히 놓아보겠습니다.
첫 번째는 인테리어 자재를 납품하는 40대 의뢰인이었습니다. 새벽 6시 출고를 맞추려 나갔더니 이웃 차가 앞을 막고 있었고, 열 통 넘게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았습니다. 오전 9시가 넘어 나타난 차주는 "주차장이 좁은데 어쩌라는 거냐"며 되레 큰소리를 쳤고, 그 대화는 그대로 녹음돼 있었습니다. 결과는 벌금형 유죄였습니다.
두 번째 의뢰인은 상대 차주가 30분 만에 내려와 차를 뺐고, 출근이 늦어진 것 외에 다른 피해는 없었습니다. 고소했지만 불기소로 종결됐습니다.
이 두 사건이 갈린 지점은 이렇습니다.
주차칸 하나를 막았을 때와 진출입로를 막았을 때는 죄명이 다릅니다
개별 차량 한 대의 앞을 막은 사안은 업무방해의 영역입니다. 반면 지하주차장 진출입로나 단지 내 주 통행로를 통째로 막아 다수 입주민의 통행을 끊었다면 형법 제185조 일반교통방해죄가 검토될 수 있습니다. 법정형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훨씬 무겁죠.
다만 이 죄는 '육로'를 전제로 하므로, 해당 통로가 불특정 다수의 통행에 실제로 제공되고 있었는지가 관건입니다. 외부 차량도 드나드는 개방형 단지 통로라면 인정 가능성이 높고, 특정 세대만 쓰는 폐쇄된 부지라면 다투기가 어렵습니다. 따라서 사건 초기에 단지 구조와 통행 실태를 정리해두면 죄명 선택에서 유리해집니다.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는 증거부터 붙잡으십시오
가장 아까운 경우는 억울함은 큰데 증거가 이미 없어진 사건입니다. 블랙박스 상시녹화는 며칠이면 덮어쓰기가 되고, 공동주택 CCTV는 30일 이상 보관하도록 정해져 있을 뿐 그 이후는 보장되지 않습니다. 증거를 수집하는 순서는 이렇게 잡으시면 됩니다.
1. 출차 불가 상태 촬영: 전체 구도, 차량 간격, 바퀴 방향이 함께 나오게 여러 각도로 찍으십시오. 시각이 찍힌 사진이면 더 좋습니다.
2. 연락 시도 기록화: 통화목록 캡처, '출차가 불가하니 이동 부탁드립니다'라는 문자 내역, 관리사무소에 이동 방송을 요청한 내역을 남기십시오.
3. 거부 의사 확보: '알아서 하라'는 답변이 나오면 그 순간이 사건의 핵심입니다. 본인이 대화 당사자인 통화 녹음은 적법하므로 반드시 수집해 두십시오.
4. 112 신고 및 출동기록 확보: 견인이 안 되더라도 신고하십시오. 경찰이 차주에게 연락했는데도 불응한 사실이 공적 기록으로 남습니다. 이후 사건사고사실확인원을 발급받아 두세요.
그리고 절대 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상대 차를 밀거나 긁거나, 똑같이 앞을 막는 대응입니다. 그 순간 재물손괴나 강요 혐의로 입장이 뒤집힐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이중주차 차량의 유리창에 낙서를 했다가 본인이 피의자가 되어 찾아오신 분도 있었습니다.
형사와 민사는 별개로 갑니다
고소로 벌금 전과를 남기는 것과 내 손해를 돌려받는 것은 완전히 다른 절차입니다. 금전 회복은 민법 제750조 불법행위 손해배상으로 따로 청구해야 합니다. 차량을 이용하지 못해 발생한 택시비 영수증이나 납품 지연으로 실제 발생한 손실이 있다면, 그것들이 위자료의 대상이 됩니다.
정식 소송이 부담스러우시면 전자소송으로 지급명령을 신청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상대가 2주 내에 이의하지 않으면 확정되어 통장 압류 등 강제집행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상담 오실 때 챙겨오면 좋은 것들
이 정도만 있으면 첫 상담에서 업무방해로 갈지 일반교통방해까지 볼지, 민사는 지급명령으로 가야 할지 판단이 섭니다.
감정으로 맞서면 소모전이 되지만, 서류로 대응하면 결과가 남습니다. 아직 상대 차가 그 자리에서 버티고 있다면, 다투기 전에 휴대폰부터 꺼내 증거부터 수집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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