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7.236분 읽기

강제추행 억울할 때 첫 경찰조사 진술 주의할 말

강제추행 혐의가 억울해도 경찰 첫 조사에서 "스쳤을 뿐", "의도는 없었다", "거부하지 않았다" 같은 말은 조서에서 불리한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진술 전에 점검할 사항을 정리했습니다.

얼마 전 30대 직장인 A 씨는 회식 자리에서 벌어진 일 하나로 강제추행 피의자가 되어 있었습니다. 술이 몇 잔 돌고, 자리를 옮기는 과정에서 좁은 통로를 지나쳤을 뿐이라고 그는 말했죠. 그런데 이미 경찰 조사를 한 차례 받고 온 뒤였습니다. 조사실에서 그가 한 말은 이랬습니다. '그냥 스쳤을 뿐입니다. 그럴 의도는 없었습니다.' 억울함을 호소한 문장이었지만, 조서에는 그의 억울함이 아니라 접촉 사실과 고의 여부만 남았습니다.

억울해서 한 말이 조서에서는 증거가 됩니다

강제추행 사건에서 유무죄를 가르는 지점은 생각보다 앞에 있습니다. 바로 첫 진술인데요, 실제 판결문을 보면 정황상 충분히 다툴 수 있었던 사건인데도 피의자 본인의 말 한마디 때문에 유죄로 흘러간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A 씨의 사례처럼 '스쳤을 뿐'이라는 말은 부인처럼 들리지만, 접촉이 있었느냐 없었느냐가 쟁점인 사건에서는 접촉 자체를 스스로 인정한 진술로 읽히는겁니다. 스쳤는지 아닌지는 수사기관이 증거로 판단할 문제이지, 억울한 사람이 먼저 인정해 줄 이유가 없는거죠.

'고의는 아니었습니다', '그럴 의도는 없었습니다'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러한 문장들은 행위는 있었다는 전제를 깔고 고의만 부인하는 구조입니다. 가슴에 닿았는지가 문제라면 다퉈야 할 것은 '닿지 않았다'이지 '의도가 없었다'가 아닙니다. 의도 얘기를 꺼내는 순간 수사관은 닿긴 닿았다는 것이라고 정리해버립니다.

방어처럼 들리지만 실은 자백에 가까운 말들

술자리에서 벌어진 일이라며 '기억이 잘 안납니다'라고 하는 분들, 정말 많습니다. 그런데 이 말은 방어가 아니라 위험 신호로 분류됩니다. 행위를 부인하지 못한 채 통제력 부족과 진술 신빙성 약화만 남기기 때문입니다.

'상대방이 오해한 것 같습니다', '분위기가 좀 그런 상황이었습니다' 같은 말도 애매합니다. 오해라는 표현은 무언가 행동은 있었다는 뉘앙스를 남기고, 분위기를 운운하는 것은 오히려 친밀한 정황을 인정해 사건을 준강제추행 구조로 키우기도 합니다.

가장 치명적인 문장은 바로 '상대방도 거부하지는 않았습니다'입니다. 법원은 명시적 거부가 없었다는 이유로 동의를 인정하지 않습니다. 이 말은 동의 여부가 문제 될 상황이었음을 스스로 자백하는 셈이 됩니다. 또한 '예전에도 장난처럼 그런 적 있습니다'처럼 과거를 꺼내는 순간엔 단발성이었던 사건이 상습성 문제로 번질 수 있습니다.

사과하면 끝나는 줄 알았다는 말의 무게

실무에서 가장 안타까운 문장은 '사과하면 끝나는 문제인 줄 알았습니다'입니다. 합의의 취지를 설명하려던 말이지만, 법적으로는 사실을 인정한 진술로 해석되어 이후 방어를 거의 불가능하게 만듭니다.

혐의를 인정하지 않으면서도 합의를 진행하는 경우는 분명히 있습니다. 사회적 지위 때문에 다툼 자체가 부담인 분들이 그런데요, 다만 그럴 때는 반드시 범행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밝히고 합의에 임해야 합니다. 섣부른 사과는 합의가 아니라 자백이 됩니다.

'제가 그런 사람은 아닙니다'도 마찬가지입니다. 안타깝지만 가장 쓸모없는 문장입니다. 인성이나 평소 평판은 혐의 성립 판단과 직접 연결되지 않습니다. 법원은 그 사람이 아니라 그 행위와 증거를 보는겁니다.

억울할수록, 빨리가 아니라 정확하게

억울할수록 해명이 아닌 점검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강제추행 피의자로 입건되어 조사 통보를 받았다면, 피의자에게 주어진 시간은 그리 길지 않습니다. 억울한 마음에 당장 수사기관으로 달려가 혼자 모든 것을 설명하려 드는 행동은 스스로 덫에 걸어 들어가는 것과 같습니다. 억울할수록 말을 많이 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말하고 무엇을 말하지 않을지를 철저히 선별해야 합니다.

1. 사건 경위의 객관적, 시결적 재구성 (출석 전 필수)

기억에만 의존하지 말고, 사건 발생 전후의 동선, 시간대, 음주량, 당시 공간의 구조를 시간순으로 구체적으로 기록합니다.

2. 객관적 정황 증거의 우선 수집(골든타임 내 확보)

현장 CCTV 확보 가능 여부, 사건 직후 피해자와 주고받은 카카오톡, 문자 메시지 내용, 당시 현장에 있던 목격자의 진술을 우선적으로 수집합니다.

3. 변호사 동석 및 진술 방향 일관화(첫 조사 전 세팅)

경찰 첫 조사 전 변호사와 동석하여 예상 질문을 점검하고, 행위 자체의 부인인지 법률적 평가의 다툼인지를 명확히 세팅한 후 조사에 입합니다.

성범죄 사건에서 법원은 피의자의 인품이나 평소 평판을 보고 유무죄를 판단하지 않습니다. 오직 행위 당시의 객관적 증거와 조서에 남은 진술의 법리적 구성만을 보고 냉정하게 판결을 내리죠. 조사실의 조명 아래서 당황한 피의자가 내뱉는 단 한 단어, 단 한 문장이 추후 재판에서 징역형이나 성범죄 신상정보 등록이라는 치명적인 결과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피의자 조사를 앞두고 있다면 혼자서 해명하려 애쓰지 마십시오. 첫 조사라는 단추를 잘못 꿰기 전에, 반드시 법률 전문가와 함께 진술의 득실을 점검하고 정교한 방어권을 행사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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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윤석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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