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원 운영자 A씨는 최근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소송의 '피고'로서 재판을 치르고 있습니다.
A씨가 운영하는 요양원에 입원해 있던 환자 B씨가 화장실을 이용하다 넘어져 복합 골절을 입었습니다. B씨의 가족들은 '요양원 운영자가 시설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며 A씨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습니다.
B씨 측은 골절 치료비는 물론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와 추가 간병비 등을 합해 수억 원 이상을 손해배상금으로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 경우 A씨는 B씨 측의 손해배상 청구를 무조건 받아들여야 할까요?
빨라지는 고령화, 피할 수 없는 요양원 사고 분쟁
고령화가 빨라지면서 가정에서 노인 돌봄을 감당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60세가 넘은 자녀가 90대 부모를 직접 부양하는 노(老)-노(老) 부양이 꾸준히 늘고 있고, 부양을 전담하던 60대 자녀가 다치거나 질환을 얻으면 그 아래 세대가 두 배의 돌봄 부담을 떠안는 일도 흔합니다.
이렇다 보니 가정에서 소화할 수 없는 노인 돌봄을 전담하는 기관의 필요성이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요양원'이 대표적입니다. 과거에는 요양원을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도 많았지만, 노인 돌봄 전문 기관에 대한 수요가 늘고 돌봄 서비스의 질도 높아지면서 요양원 입원을 차선이 아닌 최선으로 여기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양질의 돌봄을 제공한다고 알려진 요양원은 대기 번호를 받고 자리가 나기를 기다려야 할 정도입니다.
문제는 입원하는 노인 환자가 늘면서 요양원 내 사고도 함께 늘어난다는 점입니다. 신체 기능이 약해진 노인이 침대 등을 이용하다 떨어지는 낙상사고가 일어나기도 하고, 욕실이나 화장실에서 미끄러져 넘어지는 일도 생깁니다. 치매 등을 앓는 노인이 예상치 못한 행동으로 다치거나 다른 노인을 다치게 하는 일도 빈번합니다.
그래서 요양원 측은 사고를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예상할 수 있는 범위에서 안전 장치를 갖추고, 환자를 더 꼼꼼히 살필 수 있도록 요양보호사 등 직원 수를 늘리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사고를 전부 막기는 어렵습니다. 관리의 사각지대에서는 늘 예상치 못한 사고가 발생합니다. 건강한 사람에게는 사소한 해프닝일 작은 사고도 이미 신체 기능이 약해진 노인 환자에게는 치명상이 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요양원 내 사고 이후 요양원 운영자나 요양보호사 등이 수억 원대의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소송에 휘말리는 일도 흔합니다.
요양원 운영자의 손해배상 책임, 인정되는 경우는
천안변호사 법무법인 정음의 강윤석 대표변호사는 요양원에서 일어난 사고에 대해 운영자의 법적 책임이 인정될 가능성이 결코 작지 않다고 설명합니다.
요양원 운영자가 내부 시설 등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았고 그 때문에 사고가 발생했다는 사실이 입증되면, 운영자는 환자 측에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운영자 A씨가 예산 등을 이유로 화장실 바닥에 미끄럼방지 타일 등을 시공하지 않았고, 그 화장실을 이용하던 환자 B씨가 미끄러져 복합 골절상을 입었다면 A씨는 관리 소홀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요양원 내부에서 사고가 발생했다면 운영자는 사고 원인을 신속히 파악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원인이 본인의 요양원 관리와는 무관하다는 점을 밝힐 수 있도록 입장 소명 방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강 변호사에 따르면, 운영자가 내부 시설이나 인력 등을 충분히 관리했는데도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사고가 났다면 운영자 측에 책임을 묻기 어렵습니다.
운영자가 각종 사고 방지 설비를 모두 갖추고 내부 인력도 기준치 이상으로 확보해 두었는데, 치매를 앓던 환자가 평소에 전혀 보이지 않던 패턴으로 행동하다 사고를 겪었다면 운영자의 과실이 인정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운영자 측은 요양원 내부 CCTV 기록이나 직원들의 진술 등을 바탕으로 사고 경위와 사실관계를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이를 통해 운영자 측 책임 여부를 미리 검토해 보아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유사 사건의 판례 등을 참조하면 더 구체적인 입장 소명 전략을 세울 수 있습니다.
강 변호사는 "요양원에 입원하는 사람이 늘면서 내부에서 발생하는 사고도 늘고 있다"며 "운영자가 사고 방지를 위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발생한 사고에 대해서는 억울한 손해배상 책임을 떠안는 일이 없도록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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