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말씀드립니다. 부모님이 살아계실 때 특정 자녀에게만 넘긴 부동산은, 그 증여가 10년, 20년 전이라도 상속분 계산에 다시 끌려 들어옵니다. 상속인에게 한 증여에는 기간 제한이 붙지 않기 때문입니다. 다만 모든 증여가 그렇게 되는 것은 아니고, 갈리는 지점은 '그 돈과 재산이 상속분의 선급으로 볼 만한 것이었는지', 그리고 '증여받은 자녀가 부모에게 무엇을 돌려주었는지'입니다.
'10년 전에 증여한 건데 지금도 따질 수 있나요'
됩니다. 제3자에게 한 증여는 원칙적으로 상속개시 전 1년 안의 것만 계산에 넣지만, 공동상속인에게 한 증여는 시기를 묻지 않습니다. 민법 제1008조는 공동상속인 중 증여나 유증을 받은 사람이 있으면 그 가액을 상속분에서 공제하도록 정하고 있고, 유류분 규정이 이 조항을 준용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많이 오해하시는 대목이 가액입니다. 증여 당시 3억이던 아파트가 지금 12억이면, 기준은 상속개시 당시 시가입니다. 증여 시점의 헐값으로 계산하면 실질적 형평이 깨지니까요.
숫자로 보면 이해가 빠릅니다. 아래는 이해를 돕기 위한 가상의 예시입니다. 자녀 3명, 남은 상속재산은 사실상 0, 장녀가 증여받은 부동산의 상속개시 당시 시가가 12억이라면 기초재산은 12억입니다. 자녀의 유류분은 법정상속분 3분의 1의 절반, 즉 6분의 1이므로 나머지 두 자녀는 각 2억원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같은 증여인데 왜 어떤 건 특별수익이 안 될까
경계선은 '부양 의무의 이행'과 '상속분의 선급' 사이에 있습니다. 부모가 자녀를 키우며 쓴 통상적인 학비나 생활비는 특별수익으로 보지 않습니다. 반면 결혼할 때 사준 아파트, 사업자금으로 준 목돈, 무상으로 넘긴 토지는 생계의 자본으로 평가돼 계산에 들어갑니다.
결론이 뒤집히는 사정은 대체로 다음 네 가지입니다.
여기까지는 교과서에 가깝습니다. 실제로는 3번에서 사건이 가장 많이 흔들립니다. 유류분 자체는 인정되는데 기여분과 상계되어 받을 금액이 줄어드는 구조인데요, 증여받은 쪽이 부모 간병을 사실상 전담한 사안이라면 소송보다 상속인 전원의 협의분할이 시간과 감정 모두에서 덜 손해입니다. 변호사로서 불리한 말이지만 사실입니다.
언제까지 청구해야 하나요?
기한이 짧습니다. 민법 제1117조는 유류분 반환청구권이 상속개시와 증여 사실을 안 날로부터 1년, 상속개시 시부터 10년이 지나면 소멸한다고 정합니다. '증여 사실을 안 날'은 등기부를 떼어본 날이 아니라 그 증여가 반환 대상임을 알 수 있었던 시점으로 판단되므로, 장례 후 등기부를 확인한 시점이 기산점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같이 굴러가는 다른 기한도 있습니다. 상속포기와 한정승인은 상속개시를 안 날부터 3개월, 상속세 신고는 사망일이 속한 달의 말일부터 6개월입니다. 유류분만 붙잡고 있다가 채무까지 그대로 안는 일이 생깁니다.
한 가지 더. 2024년 헌법재판소는 유류분 제도 중 형제자매의 유류분 조항을 위헌으로, 기여를 반영할 길이 없는 부분과 부모를 학대한 상속인의 유류분을 제한하지 않는 부분을 헌법불합치로 판단했습니다. 부모를 오래 모신 쪽이든 방치했던 쪽이든, 그 사정을 기록으로 남겨두는 일이 전보다 중요해졌습니다.
등기부만 떼어보면 되는건가?
지금 등기부등본을 확인하고 계신다면 방향은 맞습니다. 다만 등기부에는 '증여'라는 원인만 찍히고, 그 증여가 특별수익인지 아닌지를 가르는 자료는 전부 다른 곳에 있습니다. 혼자 대응하다 막히는 지점이 대체로 여기입니다.
혼자 상대방에게 먼저 연락해 "증여받은 거 다 아니까 나눠달라"고 말하는 것도 위험합니다. 상대가 그때부터 대가 지급 증빙을 만들거나 부모 계좌 거래를 다른 명목으로 설명하기 시작하거든요.
상담 때 확실한 답변을 받고 싶으시다면 아래 서류들이 필요합니다.
진행은 사실관계 정리와 기초재산 추산, 상대방에게 보낼 내용증명, 필요하면 금융거래정보 제출명령과 부동산 처분금지가처분, 그리고 소 제기 순서로 갑니다. 처분 위험이 보이는 사안에서는 순서가 바뀌는 경우도 있지만 말이죠.
부모님 장례를 치른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형제 중 누군가의 이름이 등기부에 적혀 있는 것을 확인하셨다면, 감정을 정리하기 전에 날짜부터 세어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