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점에서 술을 마시던 A씨는 근처에 있던 다른 손님 B씨와 말다툼을 벌이게 되었습니다. 평소라면 큰 문제가 되지 않았을 일이었지만 두 사람 모두 제법 술에 취해 있었기 때문에 이 말다툼은 큰 싸움으로 번지고 말았습니다.
A씨는 '칠 수 있으면 쳐라'라고 말하며 B씨를 도발했고, 이에 격분한 B씨가 A씨의 얼굴을 주먹으로 강타했습니다.
A씨가 B씨에게 '당신이 먼저 때렸으니, 나는 정당방위다'라고 말하면서 B씨를 제압한 뒤 수차례 구타하자, B씨 역시 A씨를 밀친 뒤 발길질을 하는 등 반격을 가했습니다.
10여 분 넘게 이어진 다툼은 다른 손님의 신고로 경찰이 출동한 이후에야 멈췄습니다.
양쪽 모두에게 형법상 폭행죄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는 담당 경찰관의 설명에 A씨는 정당방위를, B씨는 쌍방폭행을 주장하며 혐의를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이 경우 두 사람에게는 어떤 혐의가 인정되고, 어느 정도의 처벌이 내려질까요? 법무법인 정음의 이번 글에서 살펴보겠습니다.
쌍방폭행, 어떤 혐의가 적용될까?
두 사람이 서로를 폭행했을 때 '쌍방폭행' 혐의가 성립한다고 생각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형법에는 쌍방폭행이라는 혐의가 따로 규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두 사람이 서로에게 폭력을 행사했다면 양쪽 모두 형법상 폭행죄 혐의를 받게 될 뿐입니다.
폭행이란 상대방에게 유형력을 행사하는 행위를 의미합니다. 신체를 구타하는 행위는 물론이고 큰 소리를 지르거나 물을 뿌리는 행위, 상대방을 향해 물건을 던지는 행위까지 폭행의 범주에 포함될 수 있습니다.
위의 A씨와 B씨 사례처럼 육탄전을 벌였다면 양쪽 모두 폭행죄 혐의를 벗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 A씨는 B씨가 먼저 자신을 구타했다는 점을 들어 자신의 행위가 정당방위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폭행죄로 형사 절차를 밟게 되면 정당방위를 주장할 수 있을지 궁금해하시기 쉬운데,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A씨의 행위는 정당방위로 볼 수 없습니다.
일반적인 쌍방폭행 사건에서 정당방위 주장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상당히 낮습니다.
정당방위가 인정되려면 ▲상대방이 심각한 수준의 침해행위를 ▲부당하게 하고 있는 상황에서 ▲스스로를 보호하고 자신의 법적 이익을 지키기 위해 ▲최소한의 행위를 했다는 점이 인정되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A씨가 정당방위를 주장하려면, B씨가 얼굴을 지속적으로 강타하는 바람에 자신의 안전이 위험해지는 수준에 이르렀을 때 B씨를 밀쳐서 그 위협에서 벗어나는 정도의 행위만 했어야 합니다.
이때에도 B씨를 밀침으로써 구타 행위가 끝났는데 A씨가 B씨를 몇 차례 더 밀치거나 반격을 했다는 사실이 확인된다면 정당방위로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그러므로 양측이 서로를 비슷한 수준으로 폭행한 상황에서는 정당방위를 주장하기 어렵다는 점을 염두에 두시고, 폭행죄의 처벌 수위를 낮추거나 처벌을 면할 수 있는 쪽으로 법적 대책을 마련하시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쌍방폭행 사건, 처벌은?
그렇다면 양측 모두에게 폭행죄 혐의가 적용되었을 때 처벌은 어느 정도 수준으로 이뤄질까요?
형법 제260조(폭행, 존속폭행) ① 사람의 신체에 대하여 폭행을 가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5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 ② 자기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에 대하여 제1항의 죄를 범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③ 제1항 및 제2항의 죄는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
형법상 처벌 수위가 아주 높은 편은 아닙니다. 초범이고 별다른 특이사항이 없다면 감형을 통해 더 가벼운 처분으로 사안을 마무리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또한 폭행죄는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하기 때문에,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면 가해자는 처벌을 면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쌍방폭행으로 폭행죄 혐의를 받고 계시다면 가급적 상대방과 화해하고 합의를 이뤄내는 쪽으로 상황을 이끄시는 것이 좋습니다.
다만 폭행 과정에서 여러 사람이 함께했거나 위험한 물건을 사용했다면 폭행이 아니라 특수폭행 혐의가 적용됩니다. 특수폭행은 폭행죄와 달리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하지 않고, 처벌 수위도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높은 편이므로 주의하셔야 합니다.
이때는 피해자와의 합의만으로 상황을 해결할 수 없으므로 적극적인 법률 조력이 필요합니다.
간혹 폭행죄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상해죄가 적용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피해자가 가해자의 폭행으로 자연치유되기 어려운 수준의 부상을 입었다면 가해자에게 상해죄가 성립할 가능성이 큽니다.
상해죄도 반의사불벌죄가 아니기 때문에 합의만으로 해결할 수 없고, 처벌 수위도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상당히 높다는 점을 유념하셔야 합니다.
'욱'하는 마음에 주먹이 먼저 나가 뜻하지 않게 쌍방폭행 사건에 휘말리는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가장 좋은 것은 상대방과 합의해 상황을 원만하게 마무리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합의가 이뤄지지 않거나 특수폭행 또는 상해 혐의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라면, 합의에만 집중하기보다 법률 전문가와 함께 입장을 소명할 전략을 세우는 방법도 함께 검토해 보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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