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116분 읽기

요양원 면책 동의서 효력, 낙상 사고 책임과 채무부존재확인의 소

요양원 입소 때 서명한 면책 동의서가 있어도 사고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요? 중대한 과실과 약관규제법을 기준으로 동의서의 효력과 채무부존재확인의 소 대응을 설명합니다.

노환으로 신체가 쇠약해진 노인은 다른 사람의 지속적인 보호와 부양 없이 홀로 살아가기 어려운 순간이 반드시 찾아옵니다. 현실적으로 가족 중 누군가가 생업을 포기한 채 계속 노인을 돌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기에, 요양원에 입소하여 전문적인 치료와 주기적인 식사까지 함께 제공받곤 합니다. 과거에는 노인을 요양원에 모시는 것을 일종의 현대판 고려장으로 생각해 꺼리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요즘은 무리하게 가정에서 모시다 가족 간 불화를 겪기보다는, 전문가가 상주하는 시설에 입소해 노인들끼리 어느 정도 생활을 해 나가고 가족은 주기적으로 면회하는 방식이 선호되는 편입니다.

그러나 요양원 내에서는 불가피하게 각종 사고가 발생합니다. 연하곤란으로 인한 음식물 섭취 중 기도폐색이나 낙상, 치매 노인의 돌발 탈출 등 사례는 매우 다양합니다. 요양원 측 역시 이를 어느 정도 예측하고 있기에, 입소 시 '중대한 과실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원 내 사고에 대해 민·형사상의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동의서에 서명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실제 사고가 발생했을 때입니다. 사고로 상해를 입은 노인의 가족들은 보험 적용이나 책임 배상을 요구하게 되고, 때로는 요양원 운영자 측에서 먼저 채무부존재 확인의 소를 제기하기도 합니다. '채무부존재 확인의 소'란 간단히 말해, 노인의 요양원 내 사고는 노인 본인의 책임이며 요양원 측에는 별도의 배상 책임이 없으므로 배상금을 줄 수 없다고 주장하는 소송입니다. 이때 요양원 운영자는 '입소 시 서명한 동의서'를 근거로 책임을 질 의무가 없다고 주장하곤 합니다. 실제 법적 분쟁에서 이 동의서는 어느 정도의 효력이 있을까요?

사고 발생 시 요양원 측 책임 인정 여부

고의적인 학대나 원 내 시설 고장 등으로 사망이나 상해의 피해를 입었다면 요양원 측의 책임이 분명하므로 요양원 운영자가 책임져야 합니다. 그러나 실제 사고 상황에서는 이 부분을 분명하게 가르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예를 들어 침대에서 떨어져 골절상을 입고 입원 치료를 받다 사망한 경우라면, 사고가 발생한 시각이나 경위, 사고 이전 노인의 건강 상태가 어땠는지에 따라 보호사나 요양원의 책임 소재는 모두 달라질 수 있습니다. 만일 골절 전에 이미 거동이 많이 불편하여 이동 시 간병인의 도움이 필요한 상태였다면, 요양원 측의 과실은 보다 인정될 수 있으나 사망과의 인과관계는 그만큼 인정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사고 발생 시 요양원 측의 책임을 물어 손해배상을 청구하고자 한다면, 의료기록이나 진단서, 건강 상태를 기록한 문서, 사고 당시의 CCTV 화면 등을 확보해 대응해야 합니다. 요양원 측의 은폐나 고의, 중대한 과실이 드러난다면 업무상과실치상 등 형사 고소를 진행하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요양원 측에서 도리어 보호자를 상대로 채무부존재확인의 소를 제기하며 사고에 대한 손해배상은 일절 해 줄 수 없다고 주장해 오는 경우도 드물지 않습니다. 입소 시에는 입소자와 시설, 보호자 상호 간에 지켜야 할 의무를 사전에 명문화한 계약서를 작성하여 서명·날인하게 됩니다. 이때 상해 시 중대한 과실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요양원 측에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내용의 동의서에 서명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으며, 요양원은 이를 근거로 배상 책임을 면한다고 주장합니다. 만약 보호자가 이 동의서에 서명한 뒤 입소해 생활하던 중 낙상 사고가 발생했다면, 정말 요양원은 어떤 책임도 지지 않게 될까요?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입소 시의 동의서는 일종의 약관

우선 사고가 발생한 경위를 따졌을 때 충분히 예측 가능한 사고였음에도 충분한 주의나 대비를 하지 않았다면, 그 자체로 '중대한 과실'에 해당하여 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고령으로 거동이 불편한 데다 요양등급상 낙상사고 위험이 높은 노인이 보호사의 부축을 받아 휠체어에 탑승하려다 넘어진 경우라면, 보호사 입장에서는 '이 과정에서 낙상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이때는 보호자가 동의서에 서명했다 하더라도 요양원 측은 과실 책임을 피할 수 없습니다.

중대한 과실까지는 아니더라도 요양원의 책임이 인정될 여지는 분명히 있습니다. 동의서에 '중대한 과실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요양원 측의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더라도, 이 동의서가 입소 시 어떤 보호자에게나 날인을 요구하는 정형화된 양식이라면 '약관규제법'에 따른 약관으로 볼 수 있습니다. '약관'이란 계약 당사자 중 일방이 사전에 정형화된 내용을 미리 정해 놓은 것을 뜻하며, 동의서 역시 이에 해당할 소지가 분명히 있습니다. 약관규제법에 따르면 불공정한 약관은 애초에 효력이 없습니다. 이 경우 보호자가 서명한 사실이 있더라도 동의서 내용 자체가 처음부터 효력이 없었다고 주장하여, 경과실이라도 요양원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다투는 것이 가능합니다.

요양원 내에서 사고를 당했다면 입원 치료 과정만으로도 고되고 정신없기 마련입니다. 피해를 막연히 요양원의 보험으로 처리해 줄 것이라 생각하다가 돌연 채무부존재확인의 소를 당하고 나서야 뒤늦게 대응책을 찾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요양원 측의 책임을 명확히 묻고 법적 절차를 통해 손해를 배상받고자 한다면, 요양원 사고 사건에 경험이 많은 변호사의 조력을 받아 적절히 대응해 나가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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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강윤석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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