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요양원에 계신 3년 동안 비용을 혼자 냈다면, 그 돈을 되찾는 법적 통로는 두 갈래입니다. 하나는 상속재산을 나눌 때 내 몫을 더 인정받는 기여분입니다. 다른 하나는 형제들이 나눠 졌어야 할 부양비를 그들에게 직접 청구하는 부양료 구상입니다.
어머니 요양원 비용을 3년 동안 제가 혼자 냈습니다. 상속할 때 돌려받을 수 있나요?
어느 쪽이 열리는지는 세 가지 사실에서 갈립니다. 어머니에게 스스로 비용을 댈 재산이 있었는지, 남은 상속재산이 얼마인지, 내가 낸 돈을 기록으로 보여 줄 수 있는지입니다.
Q. 자식이 부모 모신 건 당연한 거라던데요
부양을 이유로 한 기여분은 자식으로서 당연히 하는 부양을 넘어선 특별한 부양에만 인정됩니다. 민법 제1008조의2 제1항은 상속인 가운데 상당한 기간 동거·간호 그 밖의 방법으로 돌아가신 분을 특별히 부양한 사람에게 기여분을 줍니다. 요양원비를 낸 것은 여기서 말하는 '그 밖의 방법'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걸리는 말은 '특별히'입니다. 자녀는 민법 제974조에 따라 원래 부모를 부양할 의무를 집니다. 그래서 법원은 비용을 냈다는 사실만으로 기여분을 주지 않고, 그 부담이 자녀에게 통상 기대되는 정도를 넘었는지를 봅니다. "당연한 일"이라는 형제들의 말은 법적으로 바로 이 지점을 다투는 주장입니다.
넘었는지를 가르는 사정은 대체로 정해져 있습니다. 법원은 부양 기간과 금액, 그 돈이 내 소득에서 차지한 비중, 다른 형제들이 보탠 몫, 간병이나 병원 동행까지 맡았는지를 봅니다. 3년 동안 소득의 절반 가까이를 들였고 형제들은 아무것도 내지 않았다면 특별한 부양으로 볼 여지가 커집니다. 반대로 형제들이 면회와 간병을 나눠 맡았다면 돈을 혼자 냈다는 사실의 무게는 줄어듭니다.
비용만 부담하고 함께 살거나 돌보지는 않았다면 기여분 인정은 쉽지 않은 편입니다. 법원이 특별한 부양으로 인정해 온 전형은 성년 자녀가 오랜 기간 부모와 함께 살며 자기 생활 수준과 같은 정도로 부양한 경우입니다. 그래서 기여분과 함께 부양료 구상을 따져 보게 됩니다.
기여분은 자식으로서 당연히 하는 부양을 넘어선 '특별한 부양'에만 인정됩니다.
Q. 그럼 낸 돈만큼 상속을 더 받는 건가요
기여분은 낸 돈을 그대로 돌려주는 제도가 아닙니다. 상속인끼리 협의가 안 되면 가정법원이 기여의 시기·방법·정도와 상속재산의 액수 등을 참작해 금액을 정합니다(제1008조의2 제2항). 3년간 5,400만 원을 냈다고 해서 기여분도 5,400만 원이 되지는 않습니다.
인정된 뒤의 계산은 단순합니다. 가령 상속재산이 3억 원이고 자녀 셋이 상속인인데 기여분 3,000만 원이 인정됐다면, 3억 원에서 3,000만 원을 먼저 뗍니다. 남은 2억 7,000만 원을 셋이 9,000만 원씩 나누고, 기여자는 여기에 3,000만 원을 더해 1억 2,000만 원을 받습니다.
기여분에는 한도도 있습니다. 상속이 시작될 때의 재산가액에서 유언으로 준 재산(유증)을 뺀 금액을 넘지 못합니다(같은 조 제3항). 남은 재산이 2,000만 원뿐이라면 아무리 오래 부양했어도 기여분은 그 안에서만 움직입니다.
재산이 적은 집일수록 기여분만으로는 손에 남는 것이 적습니다.
Q. 어머니 앞으로 남은 게 거의 없어요
상속재산이 적거나 없다면 형제에게 직접 청구하는 부양료 구상이 남은 길입니다. 부모 부양은 자녀 모두의 의무여서, 혼자 감당했다면 다른 형제가 졌어야 할 몫을 청구할 근거가 생깁니다. 이 청구는 상속재산이 있든 없든, 어머니가 살아 계시든 돌아가셨든 할 수 있습니다.
계산은 이렇게 따라가면 됩니다. 요양원비로 매달 150만 원을 냈다면 36개월에 5,400만 원입니다. 자녀 셋이 똑같이 나눈다면 한 사람 몫은 1,800만 원이고, 두 형제에게 1,800만 원씩 청구하는 구조가 됩니다. 실제 분담은 머릿수가 아니라 각 자녀의 자력과 어머니의 생활 정도 등을 참작해 법원이 정합니다(민법 제976조, 제977조).
청구를 받은 형제는 보통 두 가지로 맞섭니다. "상의도 없이 비싼 곳을 골랐다"는 말은 부양의 정도를 다투는 것이어서, 어머니의 평소 생활 수준에 비해 지나친 부분은 깎일 수 있습니다. "나도 용돈을 드렸다"는 말은 송금 내역이 남아 있으면 그 형제가 자기 몫을 일부 낸 것으로 계산됩니다.
기여분은 상속재산분할 안에서 내 몫을 늘리는 것으로, 상속인만 주장할 수 있고 상속재산이 한도입니다. 부양료 구상은 형제에게 그가 냈어야 할 몫을 받는 것으로, 상속인 지위나 상속재산 규모와 상관이 없습니다. 두 길을 함께 갈 수는 있지만 같은 지출을 두 번 인정받지는 못합니다.
기여분은 상속재산 안에서 내 몫을 늘리는 길, 부양료 구상은 형제에게 직접 받는 길입니다.
Q. 어머니 연금도 일부 들어갔어요
돌려받을 수 있는 돈은 내가 이체한 총액이 아니라, 어머니가 감당할 수 없어 내가 대신 낸 부분입니다. 민법 제975조는 부양받을 사람이 자기 자력이나 근로로 생활할 수 없을 때에만 부양의무가 생긴다고 정합니다. 어머니의 연금과 예금으로 충당할 수 있었던 부분은 부양료 계산에서 빠집니다.
지금 통장 내역을 넘기며 3년 치 합계를 내고 계시다면, 돈의 출처부터 세 칸으로 나눠 보십시오. 장기요양보험 공단이 낸 부분, 어머니 계좌에서 나간 부분, 내 계좌에서 나간 부분입니다. 장기요양등급을 받았다면 시설 비용 대부분은 공단이 내고, 가족은 본인부담금(원칙적으로 20%)과 식비 같은 비급여를 냅니다. 법원이 들여다보는 숫자는 마지막 칸입니다.
어머니에게 집이나 예금이 넉넉했는데도 내가 냈다면 쟁점이 바뀝니다. 이때는 부양이 아니라 어머니에게 돈을 빌려 드린 것인지가 문제 됩니다. 빌려 드린 돈으로 인정되면 어머니의 빚이 되고, 이 빚은 상속과 함께 상속인들에게 법정상속분대로 나뉘어 넘어갑니다. 갚겠다는 약속이 담긴 문자나 메모가 없으면 대여로 인정받기는 어렵습니다.
같은 5,400만 원이라도 어느 칸에 들어가느냐에 따라 청구할 상대와 근거가 달라집니다.
Q. 장례 치르고 나면 무엇부터 하나요
돌아가신 뒤의 순서는 재산 확인, 상속 여부 결정, 협의, 가정법원입니다. 단계마다 되돌리기 어려운 선택이 하나씩 끼어 있습니다.
1) 사망신고를 하면서 '안심상속 원스톱서비스'를 신청하면 예금·부동산·채무를 한꺼번에 조회할 수 있습니다. 결과는 기관별로 몇 주에 걸쳐 도착합니다.
2) 상속을 포기하거나, 물려받은 재산 한도에서만 빚을 갚는 한정승인을 하려면 상속개시를 안 날부터 3개월 안에 가정법원에 신고합니다. 이 기간이 지나면 빚까지 물려받는 단순승인으로 봅니다(민법 제1019조 제1항, 제1026조 제2호).
3) 상속인끼리 분할을 협의합니다. 기여분이 빠진 협의서에 도장을 찍으면 분할이 끝난 것이어서 기여분을 다시 꺼낼 수 없습니다.
4) 협의가 깨지면 상속재산분할 심판을 청구하면서 기여분 결정 청구를 함께 냅니다(제1008조의2 제4항). 조정을 먼저 거치는 경우가 많고 1심 결정까지 1년 안팎이 흔하며, 법원이 정해 준 기여분 청구 기간을 넘기면 각하될 수 있습니다.
부양료 구상은 이 흐름과 따로, 가정법원에 부양료 심판을 청구하는 방식으로 진행합니다. 형제를 상대로 지방법원에 일반 민사소송을 내는 경우가 있는데, 과거 부양료 분담은 가정법원이 심판으로 정할 사항이어서 민사소송으로는 다툴 수 없습니다.
돌아가신 직후라면 조회 결과가 모일 때까지 형제들에게 기여분 액수를 먼저 꺼내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상속재산이 수억 원이면 기여분이, 거의 없으면 부양료 구상이 중심이 되는데, 규모를 모르고 숫자를 부르면 방향을 틀기 어렵습니다. 이 기다림은 3개월 안에서만 의미가 있습니다.
Q. 동생은 상속을 포기한다던데요
형제가 상속을 포기해도 그 형제에게 부양료 구상을 청구하는 길은 그대로 남습니다. 부양의무는 상속인 지위가 아니라 자녀라는 신분에서 나오기 때문입니다. 포기한 사람은 재산을 받지 않을 뿐, 어머니 생전에 졌어야 할 부양비 몫에서 벗어나지는 않습니다.
내가 포기를 고민한다면 두 제도의 결과가 갈립니다. 어머니에게 빚이 많아 상속을 포기하면 상속인이 아니게 되므로 기여분은 주장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부양료 구상은 상속과 무관하니 형제에게 여전히 청구할 수 있습니다. 빚이 큰 상속이라면 오히려 이쪽이 실제로 돈을 돌려받는 길입니다.
이 설명은 아버지가 먼저 돌아가셨고 자녀들만 상속인인 경우를 전제로 합니다. 아버지가 살아 계시다면 사정이 다릅니다. 부부 사이의 부양의무(민법 제826조)가 자녀의 부양의무보다 앞서므로, 아버지에게 비용을 댈 자력이 있었는지부터 따집니다. 어머니가 유언으로 특정 자녀에게 재산을 남긴 경우에도 기여분의 한도와 계산이 달라집니다.
정리하면, 상속재산이 넉넉하면 기여분이, 거의 없으면 부양료 구상이 중심이 됩니다. 어느 쪽이든 내 계좌에서 나간 돈의 기록이 출발점입니다.
3개월이라는 상속 포기·한정승인 기한은 어머니가 돌아가신 날이 아니라, 돌아가셨고 그로써 내가 상속인이 되었음을 안 날부터 흐릅니다. 임종을 지켰거나 부고를 받은 날이 대개 그날입니다. 재산 조회 결과를 기다리는 기간도 이 3개월 안에 들어 있으니, 그 날짜를 달력에 먼저 적어 두십시오.
041-568-1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