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중학생이 된 뒤 "아빠랑 살고 싶어"라고 말했다면, 머릿속에 남는 질문은 결국 이것입니다. 아이 말대로 양육자가 바뀌는지, 그렇다면 엄마가 먼저 무언가를 해야 하는지. 아이의 뜻만으로 양육자가 바뀌지는 않습니다. 양육자를 바꿀 수 있는 곳은 가정법원이고, 기준은 아이의 희망이 아니라 아이의 복리입니다.
이혼하고 제가 키우던 중학생 아들이 아빠랑 살겠다고 합니다. 양육자를 바꿔야 하나요?
그렇다고 중학생의 말이 가볍다는 뜻은 아닙니다. 이 나이의 아이가 구체적인 이유를 대며 같은 말을 되풀이한다면, 그 뜻은 법원 판단에서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반대로 홧김에 나온 말이라면 법원은 그것을 쉽게 결론으로 옮기지 않습니다.
Q. 아이가 원하면 법원도 그대로 해 주는 거잖아요
아이의 뜻은 법원이 무겁게 듣지만, 결정을 대신하지는 않습니다. 민법 제837조 제5항은 가정법원이 자녀의 복리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양육에 관한 사항을 변경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이혼할 때 판결이나 협의로 정한 양육자를 나중에 바꾸는 근거가 이 조항입니다.
가사소송규칙은 양육자나 친권자 변경 심판에서 자녀가 13세 이상이면 심판에 앞서 그 의견을 듣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중학교 1학년은 생일에 따라 아직 12세일 수 있지만, 그렇더라도 가사조사 과정에서 아이의 생각은 대개 확인됩니다.
아이의 말이 결론을 움직이는 경우는 대체로 비슷합니다. 몇 달에 걸쳐 같은 말을 하고, 그 이유가 생활에 닿아 있을 때입니다. 아빠와 대화가 더 편하다거나, 해 오던 운동을 아빠가 계속 챙겨 줄 수 있다는 이유가 그렇습니다. 반면 "엄마는 게임을 못 하게 해서"라는 이유는 복리보다 편의에 가깝게 읽힙니다.
아이에게 선택권을 준 것이 아니라 발언권을 준 셈입니다.
13세 이상 자녀의 의견은 법원이 반드시 듣지만, 결정은 아이의 복리를 기준으로 합니다.
Q. 둘이 합의했으니 서류는 그냥 둬도 되죠
아이를 아빠 집으로 보내는 일은 부모 합의로 할 수 있지만, 합의만으로 서류상 지정이 바뀌지는 않습니다. 판결이나 조정조서, 협의이혼 때 법원 확인을 거친 양육 협의와 양육비부담조서는 법원이 바꾸기 전까지 그대로 남습니다. 아이는 아빠 집에 사는데 서류상 양육자는 엄마인 상태가 이어지는 거죠.
여기서 양육자와 친권자는 다른 자리입니다. 양육자는 아이와 함께 살며 먹이고 재우고 학교생활을 챙기는 사람이고, 가족관계등록부에는 적히지 않습니다. 친권자는 법정대리인으로서 아이의 재산을 관리하고 여권 발급 동의 같은 일을 맡으며, 아이의 기본증명서에 기재됩니다. 이혼 때 두 자리를 한 부모에게 몰아줄 수도, 나눠 맡길 수도 있습니다.
엄마가 친권자이기도 하다면, 친권자를 아빠로 바꾸는 일은 부모가 합의해도 법원을 거쳐야 합니다. 민법 제909조 제6항은 자녀의 복리를 위해 필요하면 4촌 이내 친족의 청구로 가정법원이 친권자를 다른 부모로 변경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서류를 그대로 두면 문제는 두 군데서 생깁니다. 여권 발급이나 아이 명의 계좌 개설처럼 법정대리인이 나서야 하는 일마다 친권자인 엄마가 필요합니다. 양육비를 정한 결정도 그대로 살아 있어서, 아이가 옮겨 간 뒤 그 돈을 계속 주고받을지를 두고 다툼이 생기기 쉽습니다.
부모가 합의해 아이를 보내도, 서류상 양육자와 친권자는 법원을 거쳐야 바뀝니다.
Q. 애 아빠가 부추긴 것 같은데 법원이 그걸 알아볼까요
법원은 아이 말이 어디서 나왔는지부터 확인합니다. 가사조사관이 부모 각자와 아이를 따로 면담하고, 필요하면 양쪽 집을 찾아가 생활 환경을 봅니다. 아이가 한쪽 부모의 표현을 그대로 옮기는지는 이 과정에서 대개 드러납니다.
법원은 아이의 뜻과 함께 나이와 성별, 부모 각자의 양육 의지와 근무 시간·주거 같은 여건, 아이와의 친밀도를 봅니다. 이미 자리 잡은 양육 환경을 바꾸는 것이 아이에게 이익인지도 따로 묻습니다. 이혼 뒤 몇 년간 엄마 곁에서 학교와 친구 관계가 안정됐다면, 그 계속성은 엄마 쪽에 유리한 사정입니다.
같은 말이라도 아이가 이미 아빠 집에서 지내고 있다면 사정이 다릅니다. 방학에 아빠 집에 갔다가 반년째 그곳에서 학교를 다니며 별 문제가 없었다고 가정하면, 안정된 현재의 환경은 이제 아빠 쪽에 있습니다. 엄마 쪽에 유리하던 계속성이 이번에는 아빠 쪽에서 작동합니다.
아들의 말을 들은 뒤로 지난 몇 년 동안 무엇을 잘못했는지 되짚고 계실지 모릅니다. 그런데 양육자 변경은 엄마의 잘못을 입증해야 이뤄지는 절차가 아닙니다. 법원은 처음 정할 때와 사정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어도 아이의 복리에 필요하면 바꿀 수 있다고 봅니다. 다만 생활 규칙이나 성적을 둘러싼 다툼만으로는 변경 사유를 삼지 않는 편입니다.
Q. 아들이 아빠한테 가면 이제 제가 양육비를 내나요
양육자가 아빠로 바뀌면 엄마가 양육비를 내는 쪽이 될 수 있습니다. 양육비는 두 부모가 소득에 따라 나눠 지고, 함께 살지 않는 부모가 자기 몫을 양육자에게 보냅니다. 액수는 부모 합산 소득과 아이 나이를 기준으로 한 양육비 산정기준표를 참고해 정합니다.
숫자를 넣어 보면 구조가 보입니다. 부모 합산 소득에서 엄마 몫이 40%이고 기준표상 표준양육비가 월 150만 원이라고 가정하면, 엄마의 분담액은 150만 원의 40%인 월 60만 원에서 출발합니다. 여기에 고액의 교육비나 거주 지역 같은 사정을 더하거나 빼서 법원이 최종 금액을 정합니다.
그래서 아빠가 청구할 때는 자기 양육비 지급 의무를 없애 달라는 것과 엄마의 양육비 지급을 한 사건에서 함께 구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민법 제837조의2는 자녀를 직접 양육하지 않는 부모에게 면접교섭권을 주는 조항이라, 양육자가 바뀌면 이 권리도 엄마 쪽으로 옮겨 옵니다.
받던 쪽이 내는 쪽이 되고, 같이 살던 쪽이 만나러 가는 쪽이 됩니다.
Q. 당장 법원부터 가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엄마 쪽에서 먼저 청구해야 할 의무는 없습니다. 양육자 변경에는 청구 기한이 없어 아이가 성년이 되기 전까지 언제든 청구할 수 있습니다. 엄마가 동의하지 않으면 변경을 원하는 쪽, 보통은 아빠가 청구서를 냅니다.
아들의 말이 한 번의 큰 다툼 직후에 나왔고 아빠 쪽도 아직 법적인 움직임이 없다면, 지금은 지켜보는 편이 낫습니다. 방학 동안 아빠 집에서 몇 주 지내도록 면접교섭을 넓혀 보면, 그 뒤에도 아이의 뜻이 같은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청구부터 서두르면 아이는 부모 사이에서 한쪽을 고르는 자리에 일찍 서게 됩니다.
아빠가 먼저 움직인다면 흔히 아이를 방학에 데려간 뒤 돌려보내지 않고, 양육자 변경 심판과 함께 사전처분으로 임시 양육자 지정을 신청합니다. 이때 엄마가 아이를 억지로 데려오면, 그 과정 자체가 아이의 복리를 해친 사정으로 기록에 남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아무 대응 없이 몇 달을 보내면 앞에서 본 계속성이 아빠 쪽에 쌓입니다.
아빠가 심판을 청구했다면 엄마도 그 절차 안에서 사전처분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아이의 뜻을 받아들이기로 했다면, 면접교섭 횟수와 양육비를 조정 단계에서 구체적으로 정해 두는 쪽이 이후 다툼을 줄입니다.
Q. 아이가 엄마 아빠 앞에서 직접 말해야 하나요
대개 그렇지 않습니다. 아이의 의견은 가사조사관 면담이나 판사 심문으로 듣는데, 부모가 없는 자리에서 따로 듣는 것이 보통입니다. 아이가 한쪽 부모 앞에서 다른 쪽을 고르는 장면을 만들지 않으려는 것이죠.
아빠가 청구했다면 절차는 대체로 이렇게 흘러갑니다.
1) 청구와 조정: 양육자 변경은 조정을 먼저 거치는 사건이라 대개 조정기일부터 잡히고, 합의되면 조정조서로 끝납니다. 상대 탓으로 채운 서면은 이 합의를 어렵게 만듭니다.
2) 가사조사: 부모와 아이 면담, 필요하면 가정방문까지 두세 달이 걸리는 일이 흔합니다. 아이에게 할 말을 미리 일러 주면 면담에서 대개 드러납니다.
3) 심문기일: 조사 보고서가 나온 뒤 판사가 양쪽 이야기를 듣습니다.
4) 심판과 즉시항고: 심판에 불복하려면 고지받은 날부터 14일 안에 즉시항고해야 하고, 그 안에 아무도 다투지 않으면 심판이 확정됩니다.
합의가 안 되면 청구부터 심판까지 반년을 넘기는 일이 드물지 않고, 기간은 법원과 사건마다 차이가 큽니다. 확정된 뒤에도 아이가 성년이 될 때까지는 다시 변경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아빠 집에 간 아이가 1년 뒤 돌아오고 싶어 하면 같은 기준으로 다시 판단받는다는 뜻입니다. 다만 짧은 간격으로 청구가 되풀이되면 법원은 아이의 생활이 흔들리는 것 자체를 불리한 사정으로 봅니다.
정리하면, 아이의 뜻은 무겁게 듣지만 결정은 아이의 복리로 합니다. 서두르기보다 아이의 뜻이 한결같은지 먼저 확인하는 편이 낫습니다.
이 일에서 날짜를 세어야 하는 기한은 심판이 나온 뒤에야 처음 생깁니다. 결과에 불복할 때의 즉시항고 14일이고, 심판서를 송달받은 날은 빼고 그다음 날을 첫날로 셉니다. 마지막 날이 토요일이나 공휴일이면 그다음 평일까지 늘어납니다. 그 전까지 법원이 정하는 것은 기한이 아니라 출석 날짜이니, 기일 통지서의 날짜만 달력에 옮겨 두시면 됩니다.
041-568-1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