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와 오랫동안 함께 살며 병원 진료에 동행하고 병원비와 간병비까지 부담한 자녀가 있습니다. 부모는 고마움의 표시로 생전에 아파트를 넘겨주었습니다.
그런데 부모가 사망한 뒤, 그동안 간병에 거의 참여하지 않았던 형제들이 "혼자 재산을 받았으니 유류분을 돌려달라"고 요구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종전에는 부모를 특별히 부양한 대가로 받은 재산이라도 특별수익에 포함되어 유류분 반환 대상이 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부모를 간병한 자녀의 희생이나 부모의 보상 의사가 유류분 계산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이에 헌법재판소는 2024년 4월 25일 관련 민법 조항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고, 2026년 3월 민법이 개정되었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개정 민법의 경과조치에 직접 포함되지 않는 과거 상속 사건이라도 헌법불합치 결정 당시 재판이 진행 중이었다면 개정된 기준에 따라 다시 판단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오늘은 개정 민법이 부모를 간병한 자녀의 재산을 어떻게 보호하는지, 대법원이 어떤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부모 간병 대가로 받은 재산은 유류분에서 제외되나요? (개정 민법 제1008조 주요 내용)
상속인 중 한 사람이 부모 생전에 증여받거나 유언으로 재산을 받았다면, 그 재산은 원칙적으로 '특별수익'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특별수익으로 인정된 재산은 상속분과 유류분을 계산할 때 반영되므로, 다른 형제들의 유류분을 침해한 범위에서 반환해야 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부모를 거의 돌보지 않은 자녀가, 부모를 오랫동안 간병한 형제에게 주어진 보상까지 나눠달라고 요구하는 경우였습니다.
헌법재판소는 이러한 결과가 부모를 특별히 부양한 상속인과 그렇지 않은 상속인을 합리적인 이유 없이 동일하게 취급하고, 간병한 자녀에게 보상하려는 부모의 의사까지 부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2026년 3월 17일 개정된 민법 제1008조에는 새로운 단서가 마련되었습니다. 공동상속인이 상당한 기간 동거·간호 등의 방법으로 부모를 특별히 부양하거나 부모의 재산 유지·증가에 특별히 기여했고, 그 보상으로 증여나 유증을 받았다면 그 기여에 상응하는 범위에서는 특별수익으로 보지 않도록 한 것입니다.
따라서 부모를 간병한 대가로 받은 재산은 유류분 산정의 기초가 되는 재산에서도 제외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부모를 간병한 아들이 받은 아파트 2채를 왜 다시 판단하라고 했을까
대법원 2026년 6월 11일 선고 사건에서는 어머니가 사망한 뒤 딸 4명이 두 아들을 상대로 유류분 반환을 청구했습니다.
그중 한 아들은 어머니에게서 받은 것으로 판단된 아파트 2채가 장기간 동거하며 병원비와 간병비를 부담한 데 대한 보상이라고 주장했습니다.
1심과 2심은 아들이 아파트 매수대금을 지급했다는 증거가 없다며 이를 증여받은 특별수익으로 보았고, 부양과 간병에 대한 보상이었는지는 별도로 심리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했습니다. 개정 민법에 따라 아들이 상당 기간 어머니를 특별히 부양했는지, 아파트가 그에 대한 보상으로 주어진 것인지, 그렇다면 어느 정도가 기여에 상응하는지를 다시 심리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다시 말해 고등법원에서 간병과 비용 부담의 정도, 증여 경위, 재산 가치를 다시 따져 제외 범위를 정하도록 한 것입니다.
이번 판결의 의미는 대법원이 부모 간병 재산을 유류분에서 제외하는 것으로 확정했다는 데 있지 않습니다. 개정 민법에 맞게, 실제 간병과 부양에 상응하는 보상 부분을 별도로 평가받을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 있습니다.
위헌제청을 신청하지 않았어도 진행 중인 유류분 사건에 개정 민법이 적용될까요?
이번 대법원 판결에서 특히 주목할 부분은, 개정 민법이 시행되기 전에 부모가 사망한 사건에도 새로운 기준을 적용할 수 있다고 판단한 이유입니다.
개정 민법 부칙에 따르면 특별한 부양이나 기여에 대한 보상으로 받은 재산을 특별수익에서 제외하는 규정은 2024년 4월 25일 이후 상속이 개시된 경우에도 적용됩니다. 그런데 이 사건의 어머니는 2020년에 사망했으므로 부칙의 경과조치에 직접 포함되지는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종전 민법을 그대로 적용해 아들이 받은 아파트 2채 전부를 특별수익으로 보아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입니다.
이 사건은 헌법재판소가 종전 유류분 제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2024년 4월 25일 당시 이미 법원에 계속 중이었습니다. 따라서 아들이 재판 과정에서 별도로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하지 않았더라도 헌법불합치 결정의 소급효가 미치며, 위헌성이 제거된 개정 민법 제1008조를 적용해야 한다고 본 것입니다.
따라서 부모가 2024년 4월 25일 전에 사망했더라도 다음과 같은 경우에는 이번 판결의 적용 여부를 검토할 수 있습니다.
즉 유류분 소송이 현재 1심·항소심 또는 상고심에서 진행 중이라면, 간병한 상속인은 준비서면을 통해 개정 민법 제1008조의 적용을 주장해야 합니다. 아울러 해당 재산이 특별한 부양에 대한 보상으로 주어진 것이라는 점과 그 기여의 범위를 구체적으로 밝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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