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자녀를 직접 양육하지 않는 부모에게는 정해진 날짜에 자녀를 만나는 것만큼이나 자녀가 어디에서 어떻게 지내는지 아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런데 양육친이 이사한 주소나 자녀의 생활 장소를 알려주지 않고 연락에도 응하지 않는다면 면접교섭을 요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자녀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니 만날 날짜와 장소를 정할 수도 없고, 법원에 면접교섭을 청구하더라도 현실적으로 실행할 수 없다는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을까 걱정할 수 있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이처럼 자녀의 소재가 확인되지 않아 구체적인 면접교섭 일정과 방법을 정하기 어려운 사건에서 중요한 판단을 내렸습니다. 자녀의 소재가 불분명하고 당장 면접교섭을 실행하기 어렵다는 사정은 현실적인 이행의 문제일 뿐, 그 이유만으로 비양육친과 자녀의 면접교섭 자체를 배제해서는 안 된다고 본 것입니다.
오늘은 이번 대법원 판결을 바탕으로 자녀의 소재를 몰라도 면접교섭을 청구할 수 있는지, 법원은 어떤 경우에 면접교섭을 제한하거나 배제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자녀가 어디 있는지 몰라도 면접교섭을 청구할 수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자녀와 양육친의 정확한 소재를 모른다는 이유만으로 면접교섭을 청구할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민법 제837조의2는 자녀를 직접 양육하지 않는 부모와 자녀가 서로 면접교섭할 권리를 가진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면접교섭은 비양육친에게만 주어진 권리가 아니라 부모와 관계를 유지하며 성장할 자녀의 권리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법원은 원칙적으로 면접교섭을 허용해야 하며, 이를 전면적으로 배제하려면 면접교섭이 자녀의 복리를 침해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어야 합니다.
자녀의 소재를 몰라 당장 만날 장소와 날짜를 정할 수 없다는 것은 면접교섭의 현실적인 이행에 관한 문제입니다. 그 자체로 비양육친과 자녀의 만남이 자녀에게 해롭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자녀 소재를 모른다는 이유로 면접교섭을 정하지 않은 법원 판단이 뒤집힌 이유
대법원 2026년 7월 16일 선고 2024므15467 사건에서 부부는 자녀와 함께 호주에서 생활하다 별거하게 됐습니다. 아내는 자녀를 데리고 한국으로 돌아온 뒤 남편을 상대로 이혼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남편에게 소송서류가 전달되지 않아 1심 재판은 공시송달로 진행됐고, 법원은 이혼과 위자료 및 양육비에 관해서만 판단하고 면접교섭은 별도로 정하지 않았습니다.
뒤늦게 이혼판결을 알게 된 남편은 추후보완항소를 제기하면서 자녀와 면접교섭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방법을 정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그사이 아내는 자녀와 함께 캐나다로 출국했고, 재판 과정에서도 두 사람의 정확한 소재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항소심은 자녀의 소재를 알 수 없어 면접교섭의 일시·장소·방법을 정하기 어렵고 현실적인 이행도 불가능하다며, 이 사건에서는 면접교섭을 따로 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러한 판단을 파기했습니다. 남편에게 아동학대나 현저한 비행 전력이 확인되지 않았고, 자녀와 만나는 것이 자녀의 복리를 침해한다고 볼 만한 사정도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즉, 자녀의 소재가 불분명하다는 사정은 면접교섭을 배제할 수 있는 '자녀의 복리를 침해하는 특별한 사정'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것입니다.
다만 대법원이 구체적인 면접교섭 일정을 직접 정한 것은 아닙니다. 항소심에서 남편이 한 요구가 정식 반대청구인지, 법원에 직권 판단을 요구한 것인지, 항소심에서 반대청구가 허용될 요건을 갖췄는지 등을 다시 심리하도록 사건을 돌려보냈습니다. (대법원 2026.7.16.선고 2024므15467판결)
소재를 모르면 법원은 면접교섭 방법을 어떻게 정할까요?
자녀의 소재를 모른다고 해서 반드시 매월 몇째 주 토요일에 특정 장소에서 만나도록 정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법원은 자녀의 나이와 건강 상태, 비양육친과의 기존 관계, 연락이 끊긴 기간, 자녀의 의사, 부모 사이의 갈등 정도 등을 고려해 단계적인 방법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장기간 만나지 못해 자녀가 비양육친을 낯설어한다면 처음부터 장시간 대면하게 하기보다 다음과 같은 방법을 제안할 수 있습니다.
해외에 거주하고 있다면 영상통화를 기본으로 하면서 방학이나 국내 입국 기간에 대면 교섭을 실시하는 방법도 검토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지금 당장 정확한 주소를 모르니 아무것도 정할 수 없다'고 단정하는 것이 아니라, 소재가 확인됐을 때 안전하게 면접교섭을 시작할 수 있는 조건과 방법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물론 법원의 면접교섭 결정이 곧바로 자녀의 소재 확인이나 실제 만남을 보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상대방이 계속 연락을 피한다면 소재 파악과 면접교섭 결정의 이행을 위한 별도 절차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이혼판결에서 정하지 않았어도 면접교섭을 신청할 수 있나요?
이혼판결에서 면접교섭이 정해지지 않았더라도 이혼이 끝났다는 이유로 면접교섭권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비양육친은 가정법원에 별도로 면접교섭에 관한 심판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이혼소송이 진행 중이라면 친권자·양육자 지정 및 양육비 문제와 함께 면접교섭의 방법을 정해달라고 요구할 수 있습니다. 1심에서 미처 청구하지 못하고 항소심에서 처음 요구하는 경우에는 정식 반대청구로 볼 수 있는지, 상대방의 심급 이익을 침해하지 않는지 등 절차상 요건도 확인해야 합니다.
자녀의 소재를 모르는 비양육친은 단순히 상대방이 아이를 숨기고 있다고 주장하는 데 그치지 말고 다음 자료를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반복적인 무단 방문이나 위협적인 연락은 오히려 불리한 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자녀를 만나고 싶다는 부모의 감정보다, 어떤 방식이 자녀에게 안전하고 부담이 적은지를 중심으로 청구 내용을 구성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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