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으로 조사를 받고 얼마 뒤 법원에서 벌금 액수가 적힌 서류가 집으로 옵니다. 재판정에 나간 적도 없는데 벌금이 정해졌다는 게 낯설고, 이대로 두면 자동으로 끝나는 건지 뭔가 더 해야 하는 건지 헷갈립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서류를 받은 날로부터 7일 안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그 벌금은 정식 판결과 같은 효력으로 확정됩니다. 반대로 7일 안에 정식재판을 청구하면 확정은 미뤄지고 사건은 다시 통상의 재판 절차로 들어갑니다.
벌금 고지서로 보이는 그 서류가 약식명령입니다
집으로 온 서류는 정식 판결문이 아니라 약식명령입니다. 검사가 사안이 무겁지 않다고 판단해 벌금형으로 처리해 달라고 청구하면, 법원이 피고인을 법정에 부르지 않고 서면만으로 심사해 벌금액을 정하는 절차입니다(형사소송법 제448조, 제450조). 음주운전 사건 다수가 이 방식으로 처리됩니다. 재판을 안 받았다고 해서 효력이 없는 게 아니라,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재판을 받은 것과 똑같은 확정판결로 남습니다.
확정 시점은 서류를 받은 날이 아니라 7일 뒤입니다
핵심은 형사소송법 제453조 제1항입니다. 이 조문은 약식명령의 등본을 송달받은 날로부터 7일 이내에 정식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기간을 셀 때 받은 날 자체는 넣지 않고 다음 날부터 세며(제66조), 7일째 되는 날이 공휴일이면 그 다음 날까지 청구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화요일에 송달받았다면 수요일부터 세어 다음 주 화요일이 마지막 날입니다.
여기서 오해가 하나 생깁니다. 벌금을 먼저 납부해 버리면 이의를 제기할 권리가 사라진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벌금 납부와 정식재판청구권은 별개이고, 7일 기한 안이라면 이미 낸 벌금이 있어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낸 돈이라 재판 결과에 따라 조정될 수 있다는 점은 알아두어야 합니다.
이의를 제기하면 절차가 어떻게 바뀝니까
정식재판을 청구하면 약식명령을 내린 법원에 청구서를 제출합니다(제453조 제2항). 법원은 이를 검사와 상대측에 알리고 공소장 부본을 송달하는데, 여기까지 통상 2~4주가 걸립니다. 그 뒤 첫 공판기일이 잡히기까지 접수일로부터 대체로 한두 달이 걸리고, 이 시점부터는 벌금형만 다투는 게 아니라 사건 전체를 다시 심리받는 정식 재판 절차입니다.
정식재판을 청구했다고 무조건 유리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재판에서 사실관계를 새로 다투다가 오히려 가중 사유가 드러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청구는 제1심 판결이 선고되기 전까지 취하할 수 있고(제454조), 취하하면 다시 원래의 약식명령이 확정됩니다.
재판을 다시 받으면 형이 더 무거워질까 걱정되실 겁니다
이 걱정 때문에 이의 제기를 포기하는 분들이 많은데, 법이 이를 막아 두었습니다. 형사소송법 제457조의2는 피고인이 정식재판을 청구한 사건에서는 약식명령의 형보다 중한 종류의 형을 선고하지 못하도록 정합니다. 벌금형으로 나온 사건이라면 정식재판에서 징역형으로 바뀌는 일은 없다는 뜻입니다. 다만 같은 벌금형 안에서 액수가 더 높아지는 것은 이 조문의 제한 대상이 아니고, 법원이 그렇게 정할 경우 판결서에 이유를 적어야 합니다.
검사가 이의를 제기하는 경우는 다릅니다
정식재판청구권은 피고인만이 아니라 검사에게도 있습니다(제453조 제1항). 검사가 벌금액이 너무 낮다고 보고 청구하는 사례도 실제로 있는데요, 이때는 형종상향금지 조항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그 조문은 "피고인이 청구한 사건"으로 대상을 한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집에 온 서류가 이미 검사 측 청구로 재판이 열린다는 통지라면, 벌금형보다 무거운 형이 나올 가능성 자체를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점이 앞의 경우와 갈립니다.
그대로 두는 편이 나을 때도 있습니다
혈중알코올농도 측정에 다툴 사정이 없고, 벌금액이 도로교통법상 예상되는 범위 안에서 나왔다면 정식재판을 청구하지 않고 그대로 확정시키는 쪽이 합리적일 수 있습니다. 재판을 다시 받는다고 벌금이 낮아진다는 보장은 없고, 시간과 절차 부담만 늘어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측정 절차에 문제가 있었거나, 운전 자체를 다툴 사정이 있다면 7일이라는 기한 안에서 판단을 서둘러야 합니다.
확정된 뒤에는 무엇이 남습니까
약식명령이 확정되면 그 순간부터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이 생기고(제457조), 이는 형사 처벌 전력으로 남습니다. 벌금형이라도 도로교통법 위반 전력이 운전면허 행정처분과 별도로 기록되고, 이후 같은 위반이 있으면 가중처벌의 기준이 되는 전력으로 참조됩니다. 확정 이후에는 재심 사유가 없는 한 다시 다투기 어려우니, 서류를 받은 시점과 그로부터 7일이라는 기한을 정확히 확인하는 것이 이 모든 판단의 출발점입니다.
전화를 주시면 먼저 약식명령을 받은 날짜와 벌금 액수, 그리고 측정 당시 상황 중 다투고 싶은 부분이 있는지를 여쭙습니다. 서류를 아직 다 챙기지 못했더라도 기억나는 대로 말씀해 주시면 됩니다. 7일이라는 기한 안에 있는지부터 확인하고, 그 다음에 필요한 자료를 정합니다.
전화 상담 · 대표번호 053-754-97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