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에서 기사님 어깨를 친 일로 운전자 폭행 혐의 조사를 받으라는 연락이 오면, 먼저 떠오르는 질문은 합의하면 끝나느냐는 것입니다. 운전자 폭행은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아도 처벌할 수 있는 범죄라서, 합의만으로 사건이 종결되지는 않습니다. 합의는 처분을 낮추는 가장 큰 사정이고, 결론을 바꾸는 조건은 따로 있습니다. 어깨를 친 순간 차가 '운행 중'이었는지, 그리고 기사님이 다쳤는지입니다.
술에 취해 택시 기사님 어깨를 쳤는데, 특가법 운전자 폭행으로 조사를 받으라고 연락이 왔습니다. 기사님과 합의하면 끝나나요?
합의해도 기소 여부는 검사 재량
이 사건에 적용되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이하 특가법) 제5조의10 제1항은 운행 중인 자동차의 운전자를 폭행하거나 협박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정합니다. 폭행에는 때리는 것뿐 아니라 어깨를 치거나 밀치는 행위도 들어갑니다. 이 조항에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뜻, 곧 처벌불원을 밝히면 처벌하지 못한다는 규정이 없습니다. 그래서 기사님이 처벌불원서를 써 주어도 경찰은 혐의가 인정되면 사건을 검찰로 보내고, 검사는 기소할 수 있습니다.
일반 폭행죄와 비교하면 차이가 분명합니다. 형법 제260조 제1항의 폭행죄는 2년 이하의 징역, 5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해당하고, 같은 조 제3항에 따라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해 공소를 제기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일반 폭행은 수사 중 처벌불원서가 들어가면 공소권 없음 처분으로 수사가 끝나고, 기소된 뒤라도 1심 판결 선고 전이면 공소기각 판결로 재판이 끝납니다. 운전자 폭행에는 이 두 가지 종결 방법이 모두 없습니다.
운전자 폭행은 처벌불원서가 들어가도 사건이 끝나지 않습니다. 합의는 처분과 형을 낮추는 사정입니다.
같은 어깨 한 번인데 법의 취급은 이만큼 다릅니다.
법이 둘을 다르게 다루는 이유는 지키려는 대상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달리는 차의 운전자를 치면 승객과 다른 차, 보행자까지 위험해지거든요. 기사님 한 사람이 용서해도 그 위험에 대한 처벌권은 국가에 남습니다.
그렇다고 합의가 소용없지는 않습니다. 형사소송법 제247조는 검사가 범행 후의 정황 등을 참작해 기소하지 않을 수 있게 하고, 피해자와의 합의는 그 정황의 중심입니다. 초범이고 폭행이 가벼우며 기사님이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면 기소유예(혐의는 인정하되 재판에 넘기지 않는 처분)나 약식 벌금(법정에 서지 않고 서류로 정해지는 벌금)으로 정리될 가능성이 높아지지만, 이는 검사의 판단이지 법이 보장하는 결과가 아닙니다.
택시 정차 중 폭행도 운행 중 포함
차가 멈춰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운행 중에서 빠지지는 않습니다. 제5조의10 제1항은 여객자동차운송사업에 쓰이는 차의 운전자가 승객의 승차나 하차를 위해 일시 정차한 경우도 운행 중에 포함한다고 정합니다. 택시가 여기에 해당하므로, 목적지에 도착해 요금을 계산하려고 세운 차 안에서 기사님을 쳤다면 법문상 운행 중에 들어갑니다.
신호를 기다리거나 차가 막혀 멈춘 경우는 더 분명합니다. 그 정차는 운행의 일부이고, 취한 승객이 신호대기 중 기사 어깨를 치는 장면이야말로 이 조항이 막으려는 전형이죠.
그 밖의 정차는 사정을 따져 판단합니다. 법원은 정차한 장소와 경위, 시동이 켜져 있었는지, 운전자가 계속 운행하려 했는지를 보고, 그 폭행이 교통 안전에 위험을 줄 수 있었는지로 결론을 냅니다. 기사님이 시동을 켠 채 운전석에서 손님이 내리기를 기다리던 중이었다면 운행 중으로 볼 사정은 대부분 갖춰진 셈입니다.
차가 서 있었다는 기억만으로는 방어가 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차 밖 다툼이면 일반 폭행 가능성
반대 결론이 나오는 장면도 있습니다. 운행을 마친 기사님이 시동을 끄고 차에서 내려 승객과 실랑이하다 폭행이 벌어졌다면, 운행 중으로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 나올 여지가 큽니다. 그러면 적용 조항이 형법 제260조의 일반 폭행으로 바뀌고, 기사님의 처벌불원만으로 사건이 끝날 수 있습니다.
착각하기 쉬운 경우는 한 장면 안에 두 행위가 섞였을 때입니다. 차 밖에서 밀친 일이 일반 폭행이더라도, 그 직전 운전석의 기사님 어깨를 친 행위가 있었다면 그 부분은 여전히 운전자 폭행입니다.
경찰은 보통 택시 영상기록장치의 영상부터 확보해 기사님 진술과 맞춰 봅니다. 처음 입건할 때 특가법 위반으로 잡힌 죄명이 영상을 본 뒤 일반 폭행으로 바뀌기도 하고, 그 반대도 있습니다. 출석 요구 문자에 적힌 죄명이 최종 죄명은 아닙니다.
시동을 끄고 차에서 내린 뒤의 다툼이라면 일반 폭행이 될 수 있고, 그때는 처벌불원으로 사건이 끝날 수 있습니다.
그날 밤 기억이 끊겨 영상에 무엇이 찍혔을지 되짚고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술에 취했다는 사정만으로 형이 줄지는 않습니다. 형법 제10조의 심신미약 감경은 판단 능력이 크게 떨어졌다고 인정돼야 하고, 2018년 12월 개정 뒤로는 인정되더라도 감경 여부를 법원이 정합니다. 위험을 예견하고 스스로 술을 마셔 그 상태를 만들었다면 같은 조 제3항에 따라 감경 규정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진단서 제출 시 3년 이상 징역 조항
기사님이 상해진단서를 내면 제5조의10 제2항이 문제 됩니다. 이 죄로 사람을 다치게 하면 3년 이상의 유기징역, 숨지게 하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이고, 제1항과 달리 벌금형이 없습니다.
제1항은 약식 벌금으로 끝날 수 있지만, 제2항은 기소되면 정식 재판으로 갑니다. 형법 제62조 제1항은 3년 이하의 징역을 선고할 때 집행유예를 붙일 수 있게 하므로, 제2항에서도 집행유예는 가능합니다. 이 단계에서는 합의가 실형과 집행유예를 나누는 사정이 되기도 합니다.
진단서가 있다고 상해가 곧바로 인정되지는 않습니다. 법원은 상처가 극히 가벼워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고 치료하지 않아도 저절로 낫는 정도라면 상해로 보지 않고, 진단 경위와 실제 치료 여부, 폭행 정도와 진단 내용이 맞는지를 함께 봅니다. 어깨를 한 번 친 사안에 2주 진단서가 붙었다면 이 부분이 다툼의 중심이 되죠.
진단서는 며칠 뒤에 나오기도 해서, 첫 출석 요구 때 제1항이던 죄명이 조사 도중 제2항으로 바뀌는 일이 있습니다. 진단서가 합의 조건과 함께 제시돼도 상해에 해당하는지는 따로 따져 볼 문제입니다.
합의서 제출 시점과 수사 단계별 기간
합의서는 검사가 기소 여부를 정하기 전에 수사 기록에 들어가야 기소유예 판단에 반영됩니다. 기소된 뒤에 낸 합의서는 판사가 형을 정할 때 참작하는 사정이 됩니다. 순서는 이렇습니다.
1) 경찰 조사: 출석 요구에 맞춰 진술합니다. 수사 기간은 법에 정해져 있지 않아 몇 주에서 몇 달까지 차이가 납니다.
2) 검찰 송치: 경찰이 혐의가 있다고 보면 사건을 검찰로 넘깁니다.
3) 검사 처분: 기소유예, 약식명령 청구, 정식 기소 등으로 정해지며, 제2항 사건이라면 약식명령은 선택지에 없습니다.
4) 약식명령 뒤: 벌금 약식명령을 송달받은 날부터 7일 안에(받은 날은 세지 않습니다) 정식재판을 청구할 수 있고, 청구하지 않으면 그대로 확정됩니다.
가장 흔한 실수는 돈만 보내고 서면을 남기지 않는 것입니다. 합의서에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문구가 들어가고 기사님 본인이 서명해야 처벌불원 의사로 인정됩니다. 이체 내역만으로는 그 의사가 확인되지 않거든요.
기사님이 연락처 공개를 거부했다면 택시 회사를 찾아가거나 연락처를 알아내기보다, 수사관에게 합의 의사만 전하고 답을 기다리는 편이 낫습니다. 피해자가 원하지 않는 접촉은 사과가 아니라 압박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고, 그 자체로 불리한 사정이 됩니다.
끝내 합의가 되지 않은 채 기소됐다면, 2022년 12월 9일부터 시행된 형사공탁 특례에 따라 피해자의 이름과 주소를 몰라도 법원과 사건번호 등을 적어 공탁할 수 있습니다. 공탁은 피해 회복 노력으로 참작되지만, 처벌불원 의사와 같은 효과를 내지는 않습니다.
기소유예와 벌금형 뒤 남는 기록
기소유예로 끝나면 재판을 받지 않으므로, 전과로 불리는 범죄경력자료에는 오르지 않습니다. 다만 수사를 받은 기록인 수사경력자료에는 일정 기간 보존됩니다. 반면 약식 벌금도 유죄판결이어서 확정되면 범죄경력자료에 남습니다.
공무원이나 교원처럼 별도 징계 규정이 있는 직업이라면 형사 처분과 별개로 징계 절차가 진행될 수 있습니다. 징계는 비위 사실 자체를 보므로, 기소유예로 끝났다고 징계에서 빠지는 것은 아닙니다.
형사 사건이 끝나도 민사 책임은 따로 남을 수 있습니다. 합의서에 민사상 청구를 하지 않는다는 문구가 없다면, 기사님이 치료비나 영업하지 못한 손해를 민사소송으로 청구할 여지가 남습니다.
정리하면, 운행 중이었는지와 진단서가 있는지가 적용 조항을 정하고, 합의서는 검사 처분 전에 서면으로 내야 기소유예 판단에 반영됩니다.
어깨를 친 순간 기사님이 시동을 켠 채 운전석에 있었는지, 아니면 차에서 내려 실랑이하던 중이었는지가 첫 번째 조건입니다. 그다음은 기사님이 진단서를 냈는지, 그리고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뜻을 서면으로 남겨 줄 상황인지입니다. 이 세 가지를 맞춰 보면 이 사건이 특가법 제1항과 제2항, 일반 폭행 가운데 어디쯤이고, 합의로 무엇을 바꿀 수 있는지가 드러납니다.
053-754-97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