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1년이 안 돼 이혼을 이야기하게 되면, 서류보다 먼저 결혼 준비 때 오간 물건이 떠오릅니다. 물건마다 기준이 다릅니다. 예물과 예단은 결혼이 성립하는 순간 받은 사람의 것이 되므로 원칙적으로 돌려받지 못합니다.
결혼한 지 1년도 안 돼 이혼하게 됐습니다. 시댁에 보낸 예단과 혼수, 받은 예물은 어떻게 되나요?
예외는 두 가지입니다. 결혼이 몇 달 만에 끝나 혼인이 없었던 것과 비슷한 경우, 그리고 받은 쪽이 처음부터 결혼을 이어갈 뜻이 없었던 경우입니다. 내 돈으로 마련한 혼수는 선물이 아니라 내 재산이므로, 결혼 기간과 관계없이 내 몫으로 남습니다.
세 물건은 주고받은 이유부터 다릅니다
법원은 결혼 준비 물품을 하나로 묶어 보지 않습니다. 누가 누구에게, 무엇을 위해 건넸는지로 나눕니다. 이 구분이 흐려지면 돌려받을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이 뒤섞입니다.
예물과 예단은 법적으로 증여, 쉽게 말해 선물입니다. 남편 쪽이 보낸 꾸밈비처럼 이름이 달라도, 혼인을 전제로 상대 쪽에 건넨 돈과 물건이면 같은 자리에 놓입니다. 혼수는 내 돈으로 마련해 함께 쓰던 내 재산이죠. 선물은 받은 사람에게 넘어가고, 재산은 주인에게 남습니다.
결혼이 성립하면 예물과 예단은 받은 사람 것이 됩니다
법원은 예물과 예단을 결혼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효력을 잃는 선물로 봅니다. 판결은 이를 '혼인의 불성립을 해제조건으로 하는 증여와 유사한 성질'이라고 표현합니다. 거꾸로 말하면 결혼이 성립한 뒤에는 그 조건이 더는 작동하지 않고, 선물은 받은 사람에게 확정됩니다.
이 원칙은 누가 잘못했는지에 따라서도 잘 바뀌지 않습니다. 법원은 혼인이 상당 기간 이어졌다면, 결혼이 깨진 원인이 며느리에게 있더라도 시댁에서 받은 예물은 며느리 소유라고 봅니다. 잘못은 위자료에서 따지고, 선물을 되돌리는 문제와 섞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시댁에 보낸 예단도 같은 논리로 시부모의 것이 됩니다. 이혼한다는 사실만으로는 이불과 그릇, 예단비를 돌려 달라고 할 근거가 생기지 않습니다. 이혼 소장에 예단 반환을 적어 넣더라도, 아래에서 설명할 예외 사정을 보여 주지 못하면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억울하게 들릴 수 있습니다. 다만 이 원칙에는 '상당 기간'이라는 단서가 붙어 있고, 1년이 채 안 된 결혼은 그 단서 바로 곁에 있습니다.
결혼이 성립하면 예물과 예단은 받은 사람의 것이 됩니다. 함께 산 기간이 아주 짧거나, 상대가 처음부터 결혼할 뜻이 없었을 때만 예외입니다.
함께 산 날이 짧을수록 예외 쪽으로 기웁니다
결혼 기간이 아주 짧으면 법원은 혼인이 성립하지 않은 경우에 준해 반환을 인정하기도 합니다. 다만 몇 개월이라는 선은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법원은 함께 산 기간의 길이와 함께, 그동안 실제로 부부로서 생활이 이어졌는지를 봅니다.
결혼식 날짜부터 세고 계실 텐데요. 식을 올린 뒤에도 각자 집에서 지낸 기간이 길었다면, 달력으로는 1년이라도 실제로 함께 산 날은 그보다 짧습니다. 혼인신고를 했는지도 여러 사정 가운데 하나일 뿐이고, 그것만으로 결론이 정해지지는 않습니다.
몇 달 만에 끝났고 함께 지낸 날이 손에 꼽을 정도라면 예외에 가깝습니다. 반대로 1년 가까이 같이 살았다면 기간만으로 예단을 돌려받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때는 결혼이 깨진 이유가 결론을 가릅니다.
결혼식 전에 파혼한 경우는 다릅니다. 혼인 자체가 성립하지 않았으니 예물과 예단은 돌려주는 것이 원칙입니다. 다만 파혼에 책임이 있는 쪽은 자기가 건넨 예물을 돌려 달라고 할 수 없다고 법원은 봅니다. 예단을 돌려받았다는 주변 이야기를 들었다면, 그것이 파혼이었는지 결혼 뒤였는지부터 나눠 봐야 합니다.
기간보다 무거운 것은 결혼이 깨진 이유입니다
받은 쪽이 처음부터 결혼을 성실히 이어갈 뜻이 없었고 그 때문에 결혼이 깨졌다면, 법원은 신의칙과 형평을 근거로 반환을 인정합니다. 신의칙은 민법 제2조가 정한 신의성실의 원칙입니다. 이 사안에서는 결혼을 이어갈 뜻 없이 선물을 받은 사람이 그것을 그대로 갖지 못하게 하는 근거가 됩니다. 이를테면 결혼 전부터 이어 온 다른 이성 관계를 정리하지 않은 채 식을 올렸다면 '처음부터'라는 조건에 해당하는지 따져 볼 만합니다.
1년 가까이 함께 살았다면, 성격 차이나 양가 갈등처럼 살면서 생긴 불화는 '처음부터'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이때는 책임이 상대에게 더 있더라도 예단은 원칙대로 시댁에 남습니다. 상대의 잘못은 위자료로 따지게 됩니다.
같은 잣대는 반대 방향에도 적용됩니다. 결혼이 깨진 책임이 예단을 보낸 쪽에 있다면, 기간이 짧아도 자기가 보낸 것을 돌려 달라고 하기 어렵습니다. 책임 있는 사람이 선물부터 회수하겠다는 주장은 형평에 맞지 않는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남편이 예물 반지를 돌려 달라고 할 때 줘야 하느냐는 질문이 바로 따라옵니다. 같은 기준이 방향만 바꿔 적용됩니다. 1년 가까이 함께 살았고, 내가 처음부터 결혼할 뜻이 없었다고 볼 사정이 없다면 반지는 내 것입니다.
그렇다면 반지를 서둘러 돌려주거나 팔지 말고 지금 그대로 보관해 두면 됩니다. 이혼 조건을 정할 때 다른 재산과 함께 정리해도 늦지 않습니다.
혼수는 기간과 상관없이 마련한 사람에게 남습니다
혼수는 누군가에게 준 물건이 아니어서 예물과는 다른 조문이 적용됩니다. 민법 제830조 제1항은 혼인 전부터 가진 재산과 혼인 중 자기 이름으로 얻은 재산을 각자의 특유재산으로 정합니다. 결혼 전에 내 돈이나 부모님께 받은 돈으로 산 냉장고와 소파가 여기에 들어갑니다. 그래서 이 조문에 따라 혼수는 내 몫으로 남습니다.
특유재산은 원칙적으로 재산분할 대상이 아닙니다. 물건을 가져가면 되고, 상대가 내주지 않으면 소유권을 근거로 돌려 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누가 샀는지 분명하지 않은 물건은 같은 조 제2항에 따라 부부 공유로 추정되므로, 결제한 카드 명세나 이체 내역이 내 몫을 보여 주는 근거가 됩니다. 친정 부모님이 가전 대금을 직접 결제했다면, 그 돈을 딸에게 준 것인지 부부에게 준 것인지가 다툼이 되기도 합니다.
값으로 정산할 때는 흔한 오해가 하나 있습니다. 혼수를 1,200만 원에 샀더라도 1년 쓴 가전과 가구의 중고 시세가 450만 원이라면, 상대가 물건을 갖고 내가 돈으로 받을 때의 기준은 450만 원입니다. 법원은 영수증 금액이 아니라 지금의 시가로 평가하죠.
내 돈으로 산 혼수는 선물이 아니라 내 재산입니다. 결혼 기간과 상관없이 내 몫으로 남고, 결제 기록이 근거가 됩니다.
혼수를 둘이 함께 모은 돈으로 샀다면 사정이 다릅니다. 그때는 부부 공동재산이 되어 재산분할에서 나눕니다. 결혼 기간이 짧을수록 기여도는 각자 낸 돈의 비율에 가깝게 정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시댁의 첫 대답은 대개 '이미 쓴 선물'입니다
예단 이야기를 꺼내면 시댁은 보통 받은 선물이라 돌려줄 이유가 없다거나 이미 다 썼다고 답합니다. 듣는 쪽에선 야속한 말이죠. 그런데 1년 가까이 이어진 결혼이라면 앞의 원칙상 틀린 말도 아닙니다. 반환을 다투려면 짧은 기간이나 처음부터의 사정 같은 예외를 내 쪽에서 보여야 합니다.
예외가 인정되더라도 보낸 돈 전부를 돌려받는 것은 아닙니다. 예단비 1,000만 원을 보내고 시댁이 답례로 400만 원을 돌려줬다고 해 보면, 다툴 수 있는 금액은 남은 600만 원에서 시작합니다. 이불이나 그릇처럼 이미 쓴 물건은 새 물건 값이 아니라 남아 있는 물건이나 지금의 가치가 기준이 됩니다.
예단을 받은 사람이 시부모이므로 반환 청구의 상대방도 시부모입니다. 가사소송법은 이혼을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과 원상회복 청구를 가정법원이 맡는 사건으로 정해 두었고, 이런 사건은 소송에 앞서 조정을 거칩니다. 예단 문제도 이혼 조정에서 금액을 맞춰 함께 정리할 수 있습니다. 예단 자체를 돌려받지 못하더라도, 결혼이 짧게 끝났고 책임이 상대에게 분명하다면 법원이 위자료 액수를 정하면서 그 사정을 고려하기도 합니다.
협의이혼으로 끝낼 생각이라면 합의서 문구를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이후 서로 어떠한 청구도 하지 않는다'는 조항에 서명하면 예단과 혼수 문제도 나중에 따로 꺼내기 어렵습니다. 자녀가 없고 임신 중도 아니라면, 민법 제836조의2에 따라 가정법원에서 이혼 안내를 받은 날부터 1개월이 지나야 이혼 의사를 확인받습니다.
합의서를 다듬을 시간은 그 사이에 있습니다. 그런 조항 없이 이혼했다면, 함께 마련한 혼수 같은 공동재산의 분할은 민법 제839조의2 제3항에 따라 이혼한 날부터 2년 안에 청구해야 합니다.
정리하면, 예물과 예단은 원칙적으로 돌려받기 어렵고 혼수는 내 몫으로 남습니다. 협의이혼 합의서에 '어떠한 청구도 하지 않는다'는 조항이 있는지 서명 전에 확인하세요.
함께 산 날을 달력으로 세어 보면 몇 달인지, 1년 가까이인지가 먼저 나옵니다. 그다음은 이 결혼이 깨진 까닭이 상대가 처음부터 품고 있던 사정인지, 살면서 쌓인 갈등인지입니다. 혼수를 산 돈이 누구 계좌에서 나갔는지까지 짚어 보면, 세 물건이 각각 어느 쪽에 남을지가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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