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6.116분 읽기

동성 커플 상간자 위자료 청구, 항소심 1천만 원 인정 판결

동성 커플의 외도에도 상간자 위자료 청구가 가능할까요? 1심 기각을 뒤집고 위자료 1천만 원을 인정한 항소심 판결의 의미를 대구변호사가 설명합니다.

오랜 시간 삶을 공유하며 사실상 부부처럼 지내온 연인이 다른 사람과 바람이 났다면, 그 상간자를 상대로 정신적 피해보상, 즉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을까요?

사실혼 관계를 입증할 수만 있다면 당연히 가능합니다. 사실혼 관계도 법률혼과 마찬가지로 외도 위자료 청구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동성 커플'이라면 어떨까요? 아직 동성혼이 법적으로 인정되지 않았으니 어려운 일일까요?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와 법조계를 뜨겁게 달군 판결이 하나 있었습니다. 동성 배우자의 외도로 관계가 파탄 난 상황에서 불륜 상대방(상간자)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나온 것입니다.

1심 결과를 뒤집은 이번 항소심 판결은 단순히 동성애라는 자극적인 키워드를 넘어, 우리가 주목해야 할 깊이 있는 법적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오늘은 실제 사건의 흐름을 따라가며 이번 판결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동성 배우자의 외도, 위자료 청구 가능할까

두 사람은 5년을 함께한 여성 동성 커플이었습니다.

현행법상 혼인신고를 할 수는 없었지만, 두 사람의 모습은 여느 평범한 신혼부부와 다를 바 없었습니다. 양가 가족을 찾아뵙고 정식으로 인사를 드려 가족으로서 인정을 받았고, 함께 미래를 그리며 아파트 분양권 계약 자금을 마련하는 등 경제적인 부분도 끈끈하게 공유했습니다. 서로의 기쁨과 슬픔을 가장 가까이서 나누며 정신적·육체적·경제적으로 완전한 하나의 '가정'을 이룬 것입니다.

그런데 어느 날 두 사람 사이에 새로운 여자가 나타났고, 부부 사이는 금이 갔습니다.

새로운 관계의 시작과 함께 이별을 당해야 했던 A씨는 그간 함께 이뤄온 경제공동체까지 그냥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결국 상대방이 만난 제3자를 상대로 위자료 청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1심 기각, 그리고 항소심에서 뒤바뀐 판결

우리 민법은 현재 동성 간 법률혼을 인정하지 않고 있고, 기존 판례상 사실혼 역시 혼인 의사가 전제된 남녀 관계를 중심으로 논의되어 왔습니다.

예상대로 1심 법원은 청구할 법리적 이유가 없다며 A씨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우리 법 제도가 인정하는 혼인은 오직 이성 간의 결합이므로 동성 커플은 '사실혼'으로도 인정받을 수 없다는 이유였습니다. 한마디로 법적으로 아무런 관계가 아니니, 제3자가 그 관계를 깨뜨렸다고 해도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취지입니다.

그러나 A씨는 포기하지 않고 항소했고, 서울중앙지법 민사3-2부는 1심 판결을 완전히 뒤집었습니다. 상간자 C씨는 원고 A씨에게 위자료 1천만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린 것입니다.

재판부는 C씨 역시 두 사람이 오랜 시간 동거하며 깊은 유대 관계를 맺고 있었다는 점을 충분히 알고 있었음에도 부적절한 교제를 이어가 관계를 파탄 냈으므로,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동성혼 인정'일까? 판결의 진짜 행간을 읽다

이 판결 소식이 전해지자 온라인에서는 "이제 우리나라도 동성혼을 인정하는 것이냐"는 추측과 논쟁이 무성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판결의 진짜 의미는 '동성혼의 법적 인정'이 아니라 '동성 생활공동체의 실질적 보호'에 있습니다.

판결문에는 매우 정교한 법리적 구분이 등장합니다.

동성 간 법률혼 내지 사실혼 관계의 성립을 인정하는 문제와, 동성 간 '사실혼 유사 생활공동체'를 인정하고 그러한 관계를 법률상 보호할 가치가 있는 이익으로 평가하는 문제는 서로 다른 국면에서 논의되어야 한다

즉, 이 판결은 동성혼을 인정한 것이 아닙니다. 다만 법원은 형식을 넘어 '실질'을 보았습니다. 제도권 안의 혼인은 아닐지라도, 두 사람이 상호 혼인의 의사를 가지고 정신적·육체적·경제적으로 결합해 살아왔다면 그 삶의 형태는 '사실혼과 유사한 생활공동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공동체가 갖는 평화와 신뢰는 제3자가 함부로 침해해서는 안 되는 '법률상 보호할 가치가 있는 이익'이라고 밝혔습니다. 2024년 대법원이 동성 동반자의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며 성적 지향을 이유로 차별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던 법리가, 이제 개인 간의 사적인 권리 보호 영역에까지 자연스럽게 스며든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법의 온기는 어디를 향해야 하는가

현장에서 수많은 가사 사건과 이혼 소송을 마주하다 보면, 법이라는 테두리가 얼마나 차갑고 견고한지 새삼 느끼게 됩니다. 법조문 몇 줄에 담기지 못해 아무런 보호도 받지 못한 채 눈물 흘리는 이들이 여전히 많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번 판결은 법원이 제도의 벽 뒤에 숨지 않고, 사람이 살아가는 '실제 삶의 모습'을 따뜻하게 들여다보았습니다.

형태가 조금 다를지라도 누군가에게는 그 관계가 삶의 전부이자 유일한 울타리였을 것입니다. 그 울타리가 타인의 부당한 행위로 짓밟혔다면, 국가와 법은 마땅히 그 상처를 위로하고 책임을 물어주어야 하지 않을까요?

제도가 현실의 변화를 온전히 따라잡기까지는 아직 많은 시간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번 판결은 소외된 이들의 삶을 보호하고 실질적인 정의를 실현하는 법 본연의 역할에 한 걸음 더 다가선 뜻깊은 이정표입니다.

상처 입은 원고의 마음이 이번 판결로 조금이나마 위로받기를 바라며, 앞으로도 법이 우리 사회의 다양한 삶의 모습을 더욱 따뜻하게 품어줄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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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지은변호사

    이혼/가사대구법무법인 그날

    서울 대형로펌 출신 대한변협 등록 이혼전문변호사/ 민사전문변호사 법무법인 그날 부대표 수성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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