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이나 교제폭력, 그리고 스토킹으로 고통받는 피해자들이 신고를 결심하기까지 가장 주저하는 원인은 단연 '보복에 대한 두려움'입니다. 내가 경찰에 전화를 걸거나 지구대를 방문하는 순간 가해자에게 곧바로 통보가 가고, 이에 격분한 가해자가 자신을 찾아와 더 큰 해를 가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실무 현장에서 만나는 수많은 피해자가 공통으로 호소하는 현실적인 공포입니다.
최근 경찰청이 112 스토킹 신고에 대해 원칙적으로 예외 없이 정식 수사에 착수하겠다는 방침이 전해졌습니다.
오늘은 경찰청의 스토킹 전원수사 방침의 의미와, 스토킹 피해자가 자신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당장 준비해야 할 실무적 대응책을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스토킹 신고하면 무조건 정식 수사', 어떤 의미인가요?
과거 스토킹 신고는 현장 종결 비율이 상당히 높았습니다. 연인 간 다툼이나 감정 문제로 보는 시각이 강했고, 피해자가 신고를 취소하거나 처벌 의사를 명확히 밝히지 않으면 사건이 적극적으로 진행되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20일 언론 보도에 따르면 경찰청은 스토킹 신고 중 스토킹 범죄에 해당하는 건에 대해 '전건 입건', '즉일(당일) 조사'를 원칙으로 하는 내부 지침을 마련했습니다. 이 지침은 다음 주 중 전국 경찰서와 지역 관서에 공문 형태로 배포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우선 한두 개 시·도청에서 시범 운영한 뒤 전국으로 확대 시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정식수사'는 실제로 무엇이 달라진다는 의미일까요?
가장 큰 차이는 신고 이후 상대방에 대한 경찰 접촉 가능성이 훨씬 빨라진다는 점입니다. 사건 내용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경찰이 신고 내용을 토대로 연락 경위·접근 여부·반복성 등을 확인하기 위해 상대방 조사를 진행하거나 출석 요구를 하는 방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실제 현장에서는 경찰이 직접 연락을 해왔다는 사실 자체가 일정한 억제 효과로 작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스토킹 가해자 상당수는 자신의 행동을 범죄가 아니라 관계 회복 시도로 인식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경찰 조사 가능성이 현실화되면 태도가 급격히 달라지는 사례도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여기서 중요한 점은, 전원수사가 곧 모든 사건의 구속이나 처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경찰 역시 사건의 반복성·위협성·피해자 불안 정도·접근 위험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게 됩니다.
결국 이번 변화의 핵심은 일단 위험 신호가 들어오면 초기에 적극 개입하겠다는 방향에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
스토킹 신고하면 가해자에게 바로 연락이 가나요?
피해자가 112에 신고를 하거나 고소장을 접수한다고 해서, 수사기관이 아무런 안전조치 없이 가해자에게 전화를 걸어 "스토킹으로 신고가 들어왔으니 조사받으러 오라"고 곧바로 통보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수사기관 역시 피의자에게 신고 사실이 알려졌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증거 인멸의 가능성과 피해자에 대한 위해 우려를 인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통상적인 초동 수사 단계에서는 피해자의 진술을 먼저 청취하고 확보된 증거를 검토하는 과정이 선행됩니다. 경찰은 신고를 접수하면 피해자가 거주하거나 주로 머무는 장소 주변의 치안을 강화하고, 피해자의 의사를 확인하여 신변보호 조치를 먼저 논의합니다.
가해자에게 공식적으로 연락이 가는 시점은 피해자 조사가 완료되고 사안의 윤곽이 잡힌 후, 정식 출석요구서를 발송하거나 피의자 조사를 위한 일정을 조율할 때입니다.
다만 현행범 체포가 필요한 긴박한 상황이거나 가해자가 현장에 함께 머무르고 있는 가사 사건(가정폭력) 등의 경우에는 현장 출동 경찰관에 의해 즉각적인 분리 조치와 동시에 피의자 인지 절차가 진행됩니다.
가해자의 보복이 두렵다면 즉시 취해야 할 피해자 보호조치는 어떤 게 있나요?
경찰청의 '전원 정식 수사' 방침에 따라 사건이 공식화되면, 피해자는 가해자에게 연락이 가기 전 자신의 안전을 지킬 수 있는 법적 방패를 선제적으로 구축해야 합니다. 신고 당시 또는 초기 조사 과정에서 수사관에게 적극적으로 요청해야 할 실효적인 신변 보호 조치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긴급응급조치 및 잠정조치의 신속한 신청
스토킹 범죄의 재발 우려가 인정될 때 경찰은 직권으로 또는 피해자의 신청에 의해 가해자에게 100미터 이내 접근금지와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금지를 명하는 '긴급응급조치'를 취할 수 있습니다. 한 단계 더 나아가 법원의 결정을 거치는 '잠정조치'를 통해 가해자에게 위치추적 전자장치(스마트 발찌 등)를 부착하도록 하거나, 사안이 중대할 경우 유치장 등에 구금하는 조치까지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가해자가 조사를 받기 전 이러한 법적 제약이 먼저 걸려야 보복 행동을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습니다.
둘째, 신변보호조치(피해자 보호 시스템) 등록
경찰 단계에서 112 시스템에 피해자의 전화번호를 신변보호 대상자로 등록해야 합니다. 이 조치가 완료되면 향후 가해자가 다시 접근하여 위협을 가할 때, 112에 신고하는 즉시 과거 피해 이력과 위치 정보가 출동 경찰관에게 실시간으로 전달되어 최우선 순위로 현장에 출동하게 됩니다. 또한 위험도가 높다고 판단될 경우 경찰을 통해 긴급 신고 기능이 탑재된 스마트워치를 지급받거나 주거지 인근 폐쇄회로(CC)TV 설치를 지원받을 수 있습니다.
안전한 사법 절차 진행을 위해 피해자가 숙지해야 할 행동 수칙
수사기관의 철저한 개입과 별개로, 피해자 스스로도 가해자에게 빌미를 주지 않고 법적 절차를 안전하게 진행하기 위해 반드시 지켜야 할 현실적인 수칙이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신고 이후 가해자가 보내오는 어떠한 연락에도 감정적으로 대응하거나 답변하지 않는 것입니다. 가해자가 회유하거나 협박할 때, 이에 대응하는 문장을 보내는 행위는 수사기관이나 법원으로 하여금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극심한 공포심을 느끼고 있는 상태가 맞는지'에 대해 불필요한 의문을 갖게 만들 수 있습니다. 가해자의 모든 연락 시도는 답변 없이 그대로 캡처하거나 녹음하여 추가적인 증거로 수사기관에 제출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또한, 이혼 소송이나 교제 관계 청산 과정에서 주거지를 분리해야 한다면 주민센터를 통해 가해자가 본인의 주민등록등본이나 초본을 열람할 수 없도록 '주민등록표 열람 및 등·초본 교부 제한 신청'을 반드시 진행해야 합니다.
사법당국의 수사 의지가 어느 때보다 확고한 만큼, 초기 단계부터 객관적인 증거를 바탕으로 체계적인 방어책을 세운다면 가해자의 보복 우려를 최소화하면서 안전하게 일상을 회복할 수 있습니다. 진행 과정 전반에 걸쳐 신뢰할 수 있는 법률 전문가의 조력을 구하여 진술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필요한 보호조치를 빠짐없이 확보하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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