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장이 점심시간에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간호조무사가 혼자 주사를 놓았고, 그 일로 보건소 조사를 받게 됐다면 누가 어디까지 처벌받는지부터 궁금할 겁니다. 원장이 없을 때 주사했다는 사실만으로 범죄가 되지는 않습니다. 결론은 그 주사가 원장이 미리 내린 처방을 실행한 것인지, 간호조무사가 약과 용량을 스스로 정한 것인지에서 갈립니다.
원장이 자리를 비운 사이 간호조무사가 혼자 주사를 놓았고, 보건소 조사를 받게 됐습니다. 간호조무사와 원장 모두 처벌받나요?
뒤의 경우라면 간호조무사는 무면허의료행위로 처벌 대상이 됩니다. 원장은 지시나 묵인이 있었다면 공범으로, 몰랐더라도 개설자로서 벌금형을 질 수 있습니다.
01 간호조무사의 주사는 언제 무면허의료행위가 될까
간호조무사의 주사는 진료 보조의 범위를 넘는 순간 무면허의료행위가 됩니다. 의료법 제27조 제1항은 의료인이 아닌 사람의 의료행위를 금지합니다. 의료인은 의사·치과의사·한의사·조산사·간호사뿐이어서 간호조무사는 여기에 들지 않습니다.
법이 열어 둔 예외가 진료 보조입니다.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간호조무사는 의사의 지도 아래 진료의 보조를 할 수 있습니다. 진료 보조란 의사가 진찰하고 처방한 의료행위의 일부를 의사의 지도·감독 아래 실행하는 일입니다. 무엇을 어떻게 할지 정하는 판단은 끝까지 의사의 몫으로 남습니다.
보조의 범위를 벗어나면 의료법 제87조의2 제2항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의료행위를 한 사실 자체가 처벌 대상이므로, 환자에게 탈이 없었다는 점은 형을 정할 때 참작될 뿐입니다.
02 원장이 자리를 비웠다는 사실은 얼마나 결정적일까
원장의 부재는 그것만으로 결론을 정하지 않습니다. 법원은 진료 보조마다 의사가 현장에 입회해 일일이 감독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행위의 성질과 위험성에 따라서는 일반적인 지도·감독으로 족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다만 의사가 주도해 의료행위를 하면서 그 일부를 맡긴 경우에 한해서입니다.
원장이 오전에 한 환자의 근육주사를 약 이름과 용량까지 처방해 두고 외출했고, 간호조무사가 그대로 주사했다고 가정해 봅시다. 판단은 원장이 이미 내렸고 간호조무사는 실행만 했으므로, 진료 보조로 볼 여지가 큽니다.
같은 날 원장이 없는 사이 열이 난다는 새 환자에게 간호조무사가 해열 주사를 골라 놓았다면 사정이 다릅니다. 환자 상태를 보고 어떤 약을 쓸지 정한 일 자체가 진찰과 처방이기 때문입니다. 원장이 평소 '열 나면 이 주사'라고 일러두었더라도, 눈앞의 환자를 판단한 사람이 간호조무사라면 보조로 보기 어렵습니다.
주사 한 대는 같아도, 그 앞에 처방이 있었느냐에서 두 장면이 갈라집니다.
원장이 자리에 없었다는 사실만으로 무면허의료행위가 되지는 않습니다. 주사 전에 원장의 구체적인 처방이 있었는지가 갈림길입니다.
행위의 종류가 처음부터 결론을 정하기도 합니다. 정맥 진정이나 마취, 보톡스·필러, 레이저 같은 시술은 법원이 진료 보조를 넘는 의사의 영역으로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원장이 옆 진료실에 있었더라도 간호조무사가 직접 했다면 무면허의료행위가 될 수 있습니다.
03 원장이 시킨 적이 없다면 책임에서 벗어날까
시키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원장의 책임이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자리를 비울 때마다 간호조무사가 알아서 주사하는 운영을 알면서 이어 왔다면, 명시적인 지시가 없었어도 원장은 같은 조항 위반의 공범으로 판단될 수 있습니다. 법원은 의료인도 비의료인의 무면허의료행위에 공모·가담하면 공범으로 처벌된다고 봅니다.
그렇다면 처방 없는 주사가 있었는지조차 몰랐던 원장은 어떨까요. 의료법 제91조의 양벌규정은 종업원이 업무에 관해 위반행위를 하면 사업주에게도 해당 조문의 벌금형을 과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개인 의원에서는 개설자인 원장이 그 사업주입니다. 징역이 아니라 벌금형이라는 점이 공범과의 차이입니다.
다만 원장이 위반을 막으려고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하지 않았다면 양벌규정으로도 처벌하지 않습니다. 평소 조심하라고 했다는 말로는 부족합니다. 부재 시 처방 없는 처치를 금지한 지침과 교육 기록, 대진 의사를 두었는지 같은 흔적이 있어야 합니다.
몰랐다는 말과 막으려 했다는 증거는 같은 무게로 읽히지 않습니다.
원장이 몰랐더라도 양벌규정으로 벌금형을 질 수 있습니다. 부재 시 처방 없는 처치를 막은 지침과 교육 기록이 있어야 벗어날 수 있습니다.
04 원장이 시켜서 했다면 간호조무사는 처벌을 피할까
원장의 지시는 간호조무사의 책임을 없애지 않습니다. 고용된 처지라 거절하기 어려웠다는 사정은 죄의 성립이 아니라 처벌 수위를 정할 때 고려됩니다. 그 사정이 크게 반영되면 기소유예나 선고유예로 끝나기도 합니다.
반대로 원장의 지시가 구체적인 처방이었고 주사가 보조의 범위 안에 있었다면, 간호조무사의 행위는 처음부터 위법하지 않습니다. 그러면 원장에게 무면허의료행위 책임을 물을 근거도 함께 사라지죠.
수사기관도 이 구조를 알기에 두 사람을 따로 부릅니다. 원장은 시킨 적이 없다고, 간호조무사는 시켜서 했다고 말하기 쉬운데요. 진술이 갈리면 수사기관은 진료기록의 처방 입력 시각과 직원 메신저 대화를 맞춰 보며 사실을 가립니다. 책임을 미루는 진술이 기록과 어긋나면 그 사람의 나머지 진술까지 믿기 어려워집니다.
주사를 맡기는 일이 상시로 반복되어 의원 수익의 일부가 되었다면 문제가 커집니다. 영리를 목적으로 무면허의료행위를 업으로 했다고 평가되면 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제5조가 적용될 수 있습니다. 이 조항의 법정형은 무기 또는 2년 이상의 징역이어서, 벌금형만으로는 끝나지 않습니다.
05 보건소 조사가 끝나면 다음 단계는 무엇일까
보건소 조사는 형사 절차와 행정 절차가 함께 시작되는 지점입니다. 위반이 의심되면 보건소는 수사기관에 고발하고, 면허 처분은 대개 형사 결과를 본 뒤 따로 진행됩니다. 통상의 흐름은 이렇습니다.
1) 보건소 현장 조사: 진료기록 사본을 받아 가고 원장과 간호조무사에게 각각 확인서를 받습니다.
2) 고발과 경찰 수사: 송치 여부가 정해지기까지 몇 달이 걸리는 일이 흔합니다.
3) 검찰 처분: 기소유예, 약식명령 청구, 정식 기소 가운데 하나로 정해집니다.
4) 행정처분 사전통지: 형사 결과가 나오고 한참 뒤에 보건복지부가 처분 내용을 미리 알리고 의견을 낼 기회를 줍니다.
첫 단계에서 흔한 실수는 보건소가 써 온 확인서에 그대로 서명하는 일입니다. '원장 부재 중 간호조무사가 단독으로 주사함'이라는 한 줄은 처방이 있었는지에 대한 설명 없이 수사의 출발점이 되거든요. 확인서는 사실과 다르거나 빠진 부분을 바로잡아 달라고 요청한 뒤 서명할 수 있습니다.
보건소 직원이 돌아간 뒤 그날 진료기록을 몇 번이고 다시 열어 보고 있는 원장님이라면, 그 기록은 지금 상태로 두어야 합니다. 의료법 제22조 제3항은 진료기록부를 고의로 사실과 다르게 추가기재·수정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뒤늦게 덧붙인 처방은 전자 기록에 수정 이력으로 남습니다. 그러면 다툼은 주사 한 대에서 기록 조작이라는 별개의 위반으로 옮겨 갑니다.
진료기록에 처방이 주사보다 앞선 시각으로 남아 있고 확인서도 사실대로 정리되었다면, 보건소가 고발 여부를 검토하는 동안에는 해명서를 연이어 보내기보다 지켜보는 편이 낫습니다. 이 단계의 서면은 고발 판단을 바꾸는 힘이 크지 않습니다. 반면 고발장에 함께 넘어가면 이후 진술을 묶는 기준이 됩니다.
06 형사 결과와 별개로 원장 면허에는 무슨 일이 생길까
원장에게는 형사처벌과 따로 면허 자격정지가 남아 있습니다. 의료법 제66조 제1항 제5호는 의료인이 아닌 사람에게 의료행위를 하게 한 때 1년의 범위에서 면허 자격을 정지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의료관계 행정처분 규칙은 그 기준을 자격정지 3개월로 둡니다.
형사에서 기소유예를 받았다고 이 처분이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기소유예는 혐의가 인정되지만 재판에 넘기지 않는다는 처분이어서, 보건복지부는 이를 근거로 자격정지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원장이 단독 행위를 전혀 몰랐고 양벌규정으로만 벌금을 받았다면, 의료행위를 하게 한 때에 해당하는지부터 다툴 여지가 있습니다.
진료비도 따라옵니다. 처방 없이 간호조무사가 놓은 주사를 건강보험에 청구했다면 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의 부당이득 징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같은 방식이 몇 달 이어졌다면 환수 범위도 그 기간 전체로 넓어집니다.
정리하면, 처방 없이 간호조무사가 약과 용량을 정했다면 무면허의료행위이고, 원장은 공범이나 양벌규정 책임에 면허 자격정지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진료기록은 지금 상태 그대로 두세요.
그날 진료기록에서 주사보다 앞선 시각에 원장의 처방이 약 이름과 용량까지 적혀 있는지가 첫 번째 갈림길입니다. 그 주사가 애초에 간호조무사에게 맡길 수 있는 종류였는지, 원장이 자리를 비울 때 처방 없는 처치를 막아 둔 지침이 있었는지가 그다음입니다. 이 세 가지를 차례로 대 보면 간호조무사와 원장의 책임이 각각 어느 쪽에 서 있는지 스스로 가늠할 수 있습니다.
02-2038-91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