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령 조사반이 최근 1년치 진료기록부와 수납대장, 간호인력 근무표를 요구했다고 해 보겠습니다. 원장은 3개월치만 넘기고, 나머지는 양이 많아 어렵다고 답했습니다. 이 사실만으로 업무정지가 정해지지는 않습니다.
건강보험 현지조사에서 요구 자료가 너무 많아 일부만 냈습니다. 나머지를 내지 않으면 어떤 처분을 받나요?
결론은 세 가지에서 갈립니다. 못 낸 자료가 실제로 보관 중인 것인지, 못 낸 이유와 낼 날짜를 조사반에 밝혔는지, 그 날짜에 결국 냈는지입니다. 설명 없이 끝내 내지 않으면 국민건강보험법 제98조 제1항 제2호의 업무정지 사유가 되고, 이 업무정지는 과징금으로 바꿀 수 없습니다.
01 일부만 낸 것은 언제 '명령 위반'이 되나
일부 제출이 위반이 되는 경우는 두 가지입니다. 남은 자료를 내지 않겠다는 뜻이 드러나거나, 정해진 기한을 넘기고도 아무 설명이 없을 때입니다. 국민건강보험법 제97조 제2항은 보건복지부장관이 요양기관에 보험급여에 관한 서류 제출을 명하고, 소속 공무원에게 관계 서류를 검사하게 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현지조사의 자료제출 요구가 바로 이 명령입니다. 그래서 응하지 않으면 제98조 제1항 제2호의 '명령 위반'이나 '검사 거부·방해·기피'로 평가됩니다.
같은 호는 거짓 보고와 거짓 서류 제출도 한데 묶어 둡니다. 모자란 자료를 서둘러 채우려고 진료기록부를 나중에 고쳐 내면, 같은 업무정지 사유에 다른 법 위반까지 더해집니다. 의료법 제22조 제3항은 진료기록부를 거짓으로 작성하거나 고의로 사실과 다르게 추가기재·수정하는 행위를 따로 금지합니다.
기한을 늘려 달라는 요청은 거부가 아닙니다. 차이는 말의 방향에 있습니다. '이 자료는 언제까지 내겠다'는 조사에 응하겠다는 뜻이고, '이만하면 충분하지 않으냐'는 범위를 스스로 정하겠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다만 연장받은 날짜까지 넘기면 처음 요청은 시간을 번 것에 그칩니다. 연기를 되풀이하면 기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결국 선은 얼마나 냈느냐보다 어떻게 응했느냐에 그어집니다.
기한 연장 요청은 거부가 아닙니다. 언제까지 어떤 방식으로 내겠다고 서면으로 남겨 두면 거부와 지연이 갈립니다.
02 조사 거부의 업무정지는 왜 부당청구보다 무거운가
조사 거부로 받는 업무정지는 부당금액과 상관없이 기간이 정해지고, 과징금으로 대신할 수 없습니다. 제98조 제1항은 두 경우 모두 1년의 범위에서 업무정지를 정하지만, 기간을 정하는 방식이 다릅니다.
부당청구로 인한 업무정지(국민건강보험법 제98조 제1항 제1호)는 시행령 처분기준에서 월평균 부당금액과 부당비율로 기간을 계산합니다. 이용자에게 심한 불편을 주는 등의 사유가 있으면 제99조에 따라 과징금으로 바꿀 수도 있습니다.
조사 거부와 서류제출명령 위반(같은 항 제2호)은 금액을 계산하지 않고, 시행령 처분기준이 1년을 정해 둡니다. 제99조는 과징금으로 갈음할 수 있는 경우를 제1호와 제3호로 한정합니다. 그래서 제2호에는 과징금을 택할 길이 없습니다.
자료를 내지 않으면 부당금액이 드러나지 않으니 환수도 없으리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거부는 그 자체로 독립된 처분 사유여서, 청구에 문제가 거의 없던 기관도 1년을 받을 수 있습니다. 실제 부당금액이 작았다면 자료를 다 냈을 때의 결과가 훨씬 가벼웠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조사 거부의 업무정지는 부당금액과 상관없이 1년이 기준이고, 과징금으로 바꿀 수 없습니다.
행정처분과 별개로 형사 책임도 걸려 있습니다. 국민건강보험법의 벌칙 조항은 서류 제출을 하지 않거나 검사·질문을 거부·방해·기피한 자를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합니다.
03 자료가 너무 많다는 사정은 이유로 통하나
양이 많다는 사정은 제출 방식과 기한을 조정할 근거가 됩니다. 하지만 일부를 내지 않아도 되는 이유는 되지 못합니다. 그래서 양이 문제라면 '못 낸다'가 아니라 '이 방식으로, 이 날까지 내겠다'로 말을 바꿔야 합니다. 전산 출력본으로 낼지, 현장에서 열람하게 할지는 조사반과 협의할 여지가 있습니다.
환자 개인정보라서 진료기록을 넘길 수 없다는 이유도 통하기 어렵습니다. 제출 요구가 법률에 근거한 것이어서, 환자 정보 보호를 내세워 거절하면 그대로 거부로 평가될 가능성이 큽니다.
처음부터 없는 자료는 사정이 다릅니다. 국민건강보험법 제96조의2에 따라 요양기관은 요양급여가 끝난 날부터 5년간 요양급여비용 청구에 관한 서류를 보존해야 합니다. 보존기간이 지나 폐기한 자료나 작성 의무가 없어 만들지 않은 자료라면, 그 사실을 서면으로 밝혀 두어 거부와 구별할 근거로 삼을 수 있습니다. 반면 보존 의무 기간 안의 자료가 없다는 설명은 받아들여지기 어렵고, 보존 의무 위반도 따로 문제 됩니다.
요구 목록이 조사 대상 기간이나 항목을 넘는다고 보이면, 버티지 말고 그 범위의 근거를 서면으로 물어 답을 받아 두면 됩니다. 버틴 기록은 거부로 남지만, 물은 기록은 응하려 했다는 흔적으로 남습니다.
04 조사반은 못 받은 자료를 두고 어떻게 움직이나
조사반은 대개 못 받은 자료를 항목별로 특정해 다시 요구합니다. 그래도 내지 않으면 경위를 문서로 남겨 처분 절차로 넘깁니다. 현장에서 미제출 경위를 적은 문서에 서명을 요청받기도 합니다. 이 문서가 처분의 근거 자료가 되므로, 연장을 요청한 사실이 빠지지 않았는지부터 읽어야 합니다.
지금 조사반이 남긴 추가 요구 목록을 앞에 두고 무엇부터 낼지 세어 보고 계실 겁니다. 그 목록을 아래 순서로 정리해 두면 '거부'와 '지연'이 문서 위에서 갈립니다.
1. 요구 목록과 이미 낸 자료를 항목별로 맞대어, 낸 것과 못 낸 것을 나눕니다.
2. 못 낸 항목마다 이유를 적습니다. 분량 때문인지, 보존기간이 지났는지, 처음부터 없는 자료인지를 가릅니다.
3. 낼 수 있는 항목은 제출 예정일을 정해 서면으로 연장을 요청하고, 회신을 보관합니다.
4. 원본은 손대지 않은 채 사본으로 냅니다.
요구 자료를 모두 냈고, 조사 말미에 조사반이 정리한 사실확인서에 이견까지 적어 두었다면 사정이 다릅니다. 이때는 처분 사전통지가 올 때까지 따로 움직이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이 사이에 자료를 덧붙여 보내거나 직원 진술을 맞추려 하면 이미 낸 자료와 어긋나는 부분이 생기고, 거짓 제출 의심을 부를 수 있습니다. 다툴 내용은 사전통지 뒤 의견제출 단계에서 한꺼번에 내도 늦지 않습니다.
05 공단 직원이 다녀간 것이라면 기준이 같을까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방문확인이었다면 이 업무정지 기준이 그대로 적용되지는 않습니다. 제98조 제1항 제2호는 제97조 제2항에 따른 보건복지부장관의 명령과 소속 공무원의 검사를 전제로 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끝까지 안심할 일은 아닙니다. 공단이 확인을 마치지 못하면 보건복지부에 현지조사를 의뢰할 수 있고, 그때부터는 앞의 기준이 적용됩니다. 방문확인 때 낸 자료와 이후 현지조사에서 낸 자료가 서로 다르면, 그 차이가 거짓 제출을 의심하는 출발점이 되기도 합니다.
어느 쪽인지는 받은 문서의 명의로 가릴 수 있습니다. 보건복지부장관 명의로 국민건강보험법 제97조를 근거로 든 현지조사라면 이 글의 기준이 적용됩니다. 공단 명의의 방문확인 안내라면 이 조항의 기준 밖에 있습니다. 현장에 온 공무원은 권한을 표시하는 증표와 조사기간·범위를 적은 서류를 보여 주어야 하니, 그 자리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름이 같은 '조사'라도 거절했을 때 따라오는 무게는 같지 않습니다.
06 처분이 예고되면 무엇을 다투고, 무엇이 남나
처분이 예고된 뒤 다툴 지점은 '거부였는가'와 '1년이 지나친가' 두 가지입니다. 처분 전에는 행정절차법에 따른 사전통지와 의견제출 기회가 주어집니다. 의견제출 기한은 필요한 기간을 10일 이상으로 고려해 정하도록 되어 있습니다(제21조 제3항). 앞서 남겨 둔 연장 요청 서면과 실제 제출 일자가 '거부가 아니었다'는 주장의 뼈대가 됩니다.
처분서를 받은 뒤에는 처분이 있음을 안 날부터 90일 안에 행정심판(행정심판법 제27조 제1항)이나 행정소송(행정소송법 제20조 제1항)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소송을 내도 처분의 집행은 멈추지 않으므로(행정소송법 제23조 제1항), 집행정지를 함께 신청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98조는 '명할 수 있다'고 정한 재량처분입니다. 그래서 못 낸 자료의 비중, 늦어진 이유, 끝내 냈는지가 재량권 일탈·남용을 다투는 핵심 사정이 됩니다.
업무정지 기간에는 건강보험 요양급여를 할 수 없습니다(제98조 제2항). 처분의 효과는 그 요양기관을 양수한 사람이나 합병 후 법인에도 승계되고, 절차가 진행 중이면 양수인을 상대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같은 조 제3항). 양수인이 몰랐음을 증명하는 예외가 있을 뿐, 병원을 넘겨 처분을 비켜 가기는 어렵습니다.
정리하면, 일부만 냈다고 업무정지가 정해지지는 않지만 설명 없이 끝내 내지 않으면 1년 업무정지 사유가 됩니다. 못 낸 항목마다 이유와 제출 예정일을 문서로 남기세요.
이 글에 나온 기한 가운데 지금 손에 쥔 것은 처분서의 90일도, 의견제출 기한도 아닙니다. 조사반이 추가 요구 목록에 적어 둔 제출 기한입니다. 목록에 날짜가 적혀 있으면 그 날이, '받은 날부터 며칠'로 적혀 있으면 목록을 받은 날이 셈의 기준이 됩니다. 연장을 요청했다면 기준은 회신에 적힌 새 날짜로 바뀌니, 그 회신이 말이 아닌 문서로 남아 있는지 확인해 보시면 됩니다.
02-2038-91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