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원 병상 40개 가운데 30개에 환자가 있는 병원이 관할 보건소에서 업무정지 1개월 15일의 사전통지서를 받았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정지가 시작되면 환자를 모두 다른 병원으로 옮겨야 합니다. 그래서 원장은 돈으로 대신할 수는 없느냐부터 묻게 됩니다.
입원 환자가 있는데 보건소에서 업무정지 사전통지서를 받았습니다. 정지 대신 과징금으로 바꿀 수 있나요?
의료법은 업무정지를 과징금으로 바꾸는 길을 열어 두었지만, 바꿀지는 행정청이 정합니다. 결론을 가르는 것은 언제 요청하느냐, 그리고 그때 환자 쪽 사정을 얼마나 구체적으로 내놓느냐입니다.
01 업무정지를 과징금으로 바꾸는 근거는 무엇일까
근거는 의료법 제67조 제1항입니다. 의료기관이 제64조 제1항 각 호의 사유로 의료업 정지를 받게 될 때, 행정청은 정지 대신 10억 원 이하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습니다. 사전통지서에 업무정지가 '의료업 정지'로, 근거가 '의료법 제64조'로 적혀 있다면 이 조문이 다루는 처분입니다.
업무정지를 갈음하는, 곧 대신하는 과징금은 같은 위반에 대한 제재의 형태만 바꾸는 제도입니다. 의료업 정지는 그 기간 동안 진료를 멈추게 합니다. 과징금은 진료를 계속하게 하는 대신 그에 상응하는 금액을 내게 합니다. 어느 쪽이든 위반이 인정된다는 전제는 같습니다.
조문의 서술어는 '부과할 수 있다'입니다. 요건을 갖추면 자동으로 바뀌는 것이 아니라, 행정청이 정지와 과징금 중 하나를 고르는 재량이라는 뜻입니다. 병원이 할 수 있는 일은 과징금을 골라야 할 이유를 행정청 앞에 내놓는 것입니다.
업무정지를 과징금으로 바꿀지는 행정청의 재량입니다. 요건을 갖췄다고 저절로 바뀌지 않습니다.
갈음할 수 있는 대상에는 한계가 둘입니다. 과징금은 의료업 '정지'만 갈음하므로 개설 허가 취소나 폐쇄 명령은 대신할 수 없습니다. 또 과징금은 3회까지만 부과할 수 있어서, 그 뒤에는 정지 처분만 남습니다.
02 보건소는 무엇을 보고 과징금을 받아들일까
실무에서 결론을 가장 크게 움직이는 것은 정지가 환자에게 남길 공백입니다. 의료법 제67조는 어떤 경우에 과징금을 골라야 하는지 기준을 따로 적어 두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행정청은 정지가 실제로 가져올 결과를 따지게 됩니다. 의료법이 의료업 정지 때 입원 환자를 다른 의료기관으로 옮기는 등의 보호 조치를 행정청에 의무로 지운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처음 장면의 병원이라면 입원 환자 30명의 전원 문제가 가장 강한 근거입니다. 중증 환자나 장기 입원 환자가 얼마나 되는지, 가까이에 받아 줄 병원이 있는지가 여기에 더해집니다. 반대로 외래만 보는 의원 근처에 같은 진료과 의원이 여럿 있다면 같은 논리는 힘을 잃습니다.
병원이 잃을 매출보다 환자가 잃을 진료가 먼저 읽힌다는 뜻입니다.
그다음은 위반의 성격과 사후 조치입니다. 환자 안전과 직접 닿는 위반일수록 행정청은 진료를 계속하게 하는 데 신중해집니다. 위반을 이미 바로잡았다면 그 사정은 판단을 과징금 쪽으로 기울게 합니다. 지난 과징금 횟수도 이때 확인됩니다.
법원은 행정청이 정지를 골랐다는 사정만으로 처분을 위법하다고 보지 않습니다. 다만 고려해야 할 사정을 아예 살피지 않고 처분했다면, 법원은 그 자체를 재량을 잘못 쓴 위법, 곧 재량권 일탈·남용으로 보아 왔습니다. 의견제출서에 환자 사정을 구체적으로 남겨 두면, 나중에 행정청이 무엇을 지나쳤는지 다툴 근거가 됩니다.
03 과징금 요청은 어느 단계에서 할까
요청할 자리는 사전통지를 받은 뒤 의견제출 기한 안입니다. 행정절차법 제21조에 따라 행정청은 불이익 처분 전에 처분 내용과 의견제출 기한을 알려야 하고, 그 기한은 10일 이상을 고려해 정해야 합니다. 같은 법은 제출된 의견에 상당한 이유가 있으면 처분에 반영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전체 흐름에서 보면 아래의 세 번째 단계입니다.
1) 현지조사·점검: 위반 사실을 확인하고 확인서에 서명을 받아 갑니다.
2) 사전통지: 처분 사유, 정지 기간, 의견제출 기한이 적혀 옵니다. 조사 뒤 몇 주에서 몇 달 사이에 오는 일이 많습니다.
3) 의견제출: 기한 안에 과징금 요청과 그 근거를 서면으로 냅니다.
4) 처분: 정지 처분서나 과징금 부과 통지가 도착합니다.
5) 불복: 처분이 있음을 안 날부터 90일 안에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을 냅니다.
이 단계에서 흔한 실수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기한을 넘기는 것입니다. 정당한 이유 없이 기한까지 의견을 내지 않으면 의견이 없는 것으로 봅니다(행정절차법 제27조 제4항).
둘째는 기한을 지키고도 위반을 부인하는 주장과 과징금 요청을 뒤섞어 쓰는 것입니다. 다툴 부분과 인정할 부분을 나누고 과징금이 맞는 이유를 따로 세워야 설득력 있는 서면이 됩니다.
사전통지서를 받고 입원 환자 명단과 병상 가동률부터 뽑아 보고 계셨다면, 그 숫자가 의견제출서의 중심이 됩니다. 환자 수와 중증도, 전원할 병원까지의 거리처럼 공백을 숫자로 보여 주는 편이 '불편이 크다'는 말보다 힘이 있습니다.
현지조사만 받았고 사전통지서가 아직 오지 않았다면, 보건소에 먼저 과징금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처분 사유와 정지 기간이 정해지기 전이라 무엇을 갈음해 달라는 것인지 특정할 수 없고, 위반을 다툴 여지까지 스스로 좁힐 수 있거든요.
과징금을 요청할 자리는 사전통지 뒤 의견제출 기한 안입니다. 입원 환자 수와 전원할 병원까지의 거리처럼 공백을 숫자로 보여 주세요.
04 처분서를 이미 받았다면 길이 닫힌 걸까
닫히지는 않았지만 길이 바뀝니다. 처분 뒤에도 변경을 요청할 수는 있지만 행정청이 받아들일 의무는 없습니다. 이때부터는 불복 절차가 주된 길이고, 두 절차는 도착하는 결론의 모양이 다릅니다.
행정심판은 처분이 있음을 안 날부터 90일, 처분이 있었던 날부터 180일 안에 청구합니다. 행정심판위원회는 처분을 취소할 뿐 아니라 다른 처분으로 변경하거나 변경을 명할 수도 있습니다. 정지를 과징금으로 바꾸는 결론이 이 절차 안에서 나올 수 있다는 뜻입니다.
행정소송은 안 날부터 90일, 있었던 날부터 1년 안에 제기합니다. 법원은 처분이 위법한지만 판단하므로 정지를 과징금으로 직접 바꾸지 않고, 처분이 취소되면 행정청이 다시 처분할 수 있습니다. 소송에서 이기려면 앞에서 본 재량권 일탈·남용을 보여야 합니다.
같은 불복이라도 내려 주는 답의 종류가 다릅니다.
어느 쪽이든 불복을 냈다는 것만으로 정지가 멈추지는 않습니다(행정소송법 제23조 제1항, 행정심판법 제30조 제1항). 그래서 정지 개시일 전에 집행정지, 곧 판단이 나올 때까지 처분을 멈춰 달라는 신청을 따로 해야 합니다. 실제 일정을 정하는 것도 90일이라는 기한보다 그 개시일입니다. 법원은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막을 긴급한 필요가 있는지를 보는데, 입원 환자를 옮겨야 한다는 사정이 바로 그 손해를 설명합니다.
05 건강보험 업무정지와 원장 면허정지도 같은 방식일까
둘 다 의료법상 의료업 정지와는 다른 처분이어서, 과징금 규칙도 따로 봐야 합니다. 국민건강보험법 제98조의 요양기관 업무정지는 이름만 비슷할 뿐이므로, 처분서의 근거 조항부터 확인합니다.
이 처분은 과징금으로 바꾸는 요건이 조문에 적혀 있습니다. 국민건강보험법 제99조 제1항은 부당청구로 업무정지를 해야 할 때, 그 정지가 이용자에게 심한 불편을 주거나 보건복지부장관이 정하는 특별한 사유가 있으면 과징금으로 갈음할 수 있게 합니다. 금액은 부당하게 부담하게 한 금액의 5배 이하이고, 12개월 범위에서 나눠 낼 수 있습니다.
원장 개인의 면허 자격정지는 사정이 다릅니다. 의료법 제66조의 자격정지는 의료인 개인에게 내려지고, 의료법에는 이를 과징금으로 갈음하는 규정이 없습니다. 병원은 과징금으로 문을 열어 두어도 원장 본인은 그 기간 진료할 수 없게 되는 거죠.
진료비 거짓 청구가 문제 되면, 한 가지 사실을 두고 요양기관 업무정지와 원장 자격정지가 각자의 근거로 따로 진행될 수 있습니다. 하나를 과징금으로 바꿨다고 다른 처분이 따라 바뀌지는 않습니다.
06 과징금은 얼마로 정해지고, 낸 뒤에는 무엇이 남을까
액수는 의료법 시행령이 별표로 정한 과징금 산정 기준에 따릅니다. 의료업 정지 일수에 의료기관의 연간 총수입액 구간별 1일당 금액을 곱하는 방식이고, 정지 1개월은 30일로 셉니다. 수입이 큰 병원일수록 1일당 금액도 커집니다.
처음 장면의 1개월 15일은 30일에 15일을 더해 45일입니다. 그 병원의 1일당 금액이 가령 70만 원인 구간이라면, 45일 × 70만 원으로 과징금은 3,150만 원입니다. 70만 원은 계산을 보이려는 가정이고, 실제 금액은 병원 수입이 별표의 어느 구간에 드는지로 정해집니다.
과징금을 내면 기록도 없어지느냐는 질문이 뒤따르기 쉬운데요. 과징금도 위반을 이유로 한 행정처분이어서 처분 이력은 남고, 3회 한도의 횟수에도 들어갑니다. 같은 위반이 되풀이되면 처분기준상 가중의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납부 기한을 넘기면 강제 징수 절차로 넘어갑니다.
정리하면, 의료업 정지는 10억 원 이하 과징금으로 바꿀 수 있지만 3회까지이고 원장 면허 자격정지는 대상이 아닙니다. 처분 뒤라면 90일 안에 불복하면서 집행정지를 함께 신청해야 합니다.
1개월 15일이 적힌 그 사전통지서는 처분서가 아니라 병원의 답을 기다리는 문서입니다. 거기 적힌 기간은 입원 환자 30명의 사정이 아직 행정청에 전해지기 전의 숫자입니다. 돈으로 대신할 수 있느냐는 원장의 물음은, 처음부터 그 답장에 무엇을 적느냐는 물음이었습니다.
02-2038-91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