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4년, 매출은 두 배 vs 반토막: 로펌을 가른 단 하나의 변수
같은 시장, 같은 4년. 어떤 로펌은 인원을 크게 늘리지 않고도 매출을 두 배로 키웠고, 어떤 곳은 매출이 반토막 났습니다. 두 집단을 가른 변수는 하나였습니다.
같은 시장에서 같은 시간을 보냈는데 결과가 정반대로 갈렸습니다. 최근 공개된 법률 소프트웨어 기업 클리오(Clio)의 연례 보고서가 이 격차를 숫자로 보여줍니다.
가장 빠르게 성장한 로펌은 지난 4년간 사건과 의뢰인 수를 크게 늘리지 않고도 매출을 거의 두 배로 키웠고, 반대로 위축된 로펌은 AI를 덜 쓰면서 같은 기간 매출이 절반으로 줄었습니다.
인원을 두 배로 뽑아서 나온 성장이 아니라는 점이 핵심입니다.
두 배와 반토막을 가른 건 '사람 수'가 아니었다
성장한 로펌의 공통점부터 짚겠습니다.
가장 빠르게 성장한 곳은 인력을 25% 늘리는 데 그쳤지만 4년 만에 매출을 두 배로 만들었습니다. 더 오래 일해서가 아니라 더 영리하게 일했기 때문이고, 그 출발점이 인테이크(초기 상담·접수) 자동화였습니다.
반대편의 그림은 냉정합니다.
위축된 로펌은 매출과 사건이 절반 이상 꺾였고 인력도 21% 줄었습니다. 그 결과 변호사 한 명당 업무량과 기여도가 시간이 갈수록 더 작아졌습니다.
일감이 줄어 사람을 내보내고, 남은 사람의 생산성마저 떨어지는 악순환입니다. 보고서의 진단은 담백합니다.
성공한 로펌은 단순히 사람을 더 붙여서 성장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운영의 모든 단계에서 팀을 뒷받침하는 다른 수단에 투자했습니다.
여기서 오해하기 쉬운 지점이 있습니다. 이 격차는 대형 로펌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AI 도입의 상대적 효과는 오히려 인력과 예산이 빠듯한 소형·개인 사무소에서 더 크게 나타납니다. 마케팅 담당자를 따로 둘 여력이 없는 곳일수록, 반복 업무를 덜어내는 도구 하나가 만드는 시간의 차이가 매출로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AI가 '시간당 청구'라는 뿌리를 흔든다
성장의 이면에는 불편한 질문이 딸려 옵니다. 일을 빨리 끝낼수록 시간당 청구 매출은 줄어든다는 모순입니다. 클리오 보고서는 이 문제를 정면으로 겨냥합니다.
AI 도입이 전통적인 시간당 청구 방식에 도전하고 있으며, 보고서는 "AI가 몇 분 만에 끝내는 일을 두고 변호사가 어떻게 여러 시간을 청구할 수 있는가"라고 물었습니다.
시간당 청구는 효율을 억제하고 의뢰인에게 비용 불확실성을 안기며, AI로 일을 빨리 끝낸 변호사에게 오히려 불이익을 줄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규모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클리오 보고서는 시간당 청구 업무의 74%가 AI로 자동화될 수 있고, 이는 변호사 1인당 연 약 2만 7천 달러의 매출이 위험에 놓인다는 의미라고 추정합니다.
일하는 방식은 이미 바뀌었는데 청구서만 예전 그대로라면, 효율화가 곧 매출 감소로 되돌아옵니다. 성장한 로펌은 이 함정을 정액제 같은 다른 청구 구조로 우회했습니다. 효율화의 열매를 시간이 아니라 결과로 값 매기는 전환이 매출 두 배의 숨은 조건이었던 셈입니다.
의뢰인은 이미 앞서 있다, 변호사만 침묵한다
시장의 무게중심이 어디로 이동하는지도 분명합니다.
이미 소비자의 14%가 법률 질문에 AI를 써봤고, 아직 안 써본 사람의 43%는 쓸 의향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밀레니얼(26%)과 Z세대(23%)가 AI로 법률 질문을 해결하는 데 가장 적극적입니다.
젊은 의뢰인일수록 변호사를 찾기 전에 먼저 AI에게 묻는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정작 변호사 쪽의 태도는 어긋나 있습니다.
변호사가 AI를 쓸 경우 의뢰인의 78%는 그 사실을 밝혀주기를 원하지만, 놀랍게도 법률 전문가의 35%는 AI 사용을 거의 또는 전혀 공개하지 않는다고 답했습니다.
신뢰를 사고파는 직업에서 이 간극은 위험합니다.
그럼에도 법조계의 AI 도입은 빠르게 확산될 전망으로, 법률 전문가의 82%가 그렇게 내다봤습니다.
한국 시장에 대입하면 신호는 더 선명해집니다. 변호사 수는 계속 늘고 사건은 정체된 국내 환경에서, 이 보고서가 보여주는 '두 배와 반토막'의 격차는 남의 나라 통계가 아닙니다. 자동화된 상담 접수, 빠른 초기 응대, 결과 기반의 명료한 비용 제시 — 성장한 로펌이 손댄 지점들은 하나같이 의뢰인이 변호사를 처음 만나는 접점에 몰려 있습니다.
실무적으로 지금 점검할 것은 세 가지로 좁혀집니다. 첫째, 문의가 들어온 뒤 첫 응대까지 몇 분이 걸리는지. 둘째, 그 응대와 문서 작업 중 반복적인 부분을 얼마나 자동화하고 있는지. 셋째, AI로 시간이 줄어든 업무를 여전히 시간 단위로만 청구하고 있는지. 이 셋에 대한 답이 곧 앞으로 4년의 매출 곡선을 어느 방향으로 그릴지 결정합니다. 격차는 이미 벌어지기 시작했고, 따라잡는 비용은 시간이 갈수록 커집니다.
작성자
macdee 에디터
macdee 개발팀과 법률 마케팅 전문가가 작성한 인사이트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