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동향2026년 7월 19일· 👀 50

변호사가 5,000명 남는다: '정원 감축'으로는 못 막는 진짜 변수

'적정 변호사 수'를 처음으로 계량 모델로 도출한 연구가 나왔습니다. 핵심은 감축 숫자가 아니라, AI를 '구조적 변수'로 못 박았다는 점입니다. 정원 논쟁 뒤에 숨은 개인 변호사의 생존 방정식을 짚습니다.

법조계의 오랜 '체감'이 처음으로 숫자가 됐습니다. 서울지방변호사회가 의뢰한 연구에서
2024년 기준 실제 등록 변호사 수는 구조적 변수를 반영해 예측된 적정 변호사 수보다 5000명 이상 과잉 공급된 것으로 산출됐습니다.
'변호사가 너무 많다'는 오래된 정서적 주장을, 계량·통계 모델이 처음으로 구체적 규모로 뒷받침했다는 점에서 이 발표는 무게가 다릅니다.

주목해야 할 건 감축 숫자 자체가 아닙니다. 이 모델이 무엇을 '변수'로 집어넣었는가입니다.

이 연구가 처음인 이유: AI를 '숫자'에 넣었다

기존의 변호사 수 논쟁은 대개 인구 대비 비교로 흘렀습니다. 변협은 일본과 비교해 많다고 하고, 로스쿨협의회는 미국·영국·독일과 비교해 적다고 반박하는 식이었습니다. 결론이 나지 않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비교 기준을 고르는 순간 답이 정해지기 때문입니다.

이번 연구는 접근이 다릅니다.
적정 변호사 수는 한국·미국·영국·독일·프랑스·일본 등 주요 6개국의 15년(2010~2025년)치 데이터를 활용한 '차분 회귀 모형'으로 도출했고, 인구수, 1인당 국내총생산(GDP), AI 인프라 투자액을 독립 변수로 설정해 통계 분석을 진행했습니다.
인구와 경제뿐 아니라 AI 인프라 투자액을 독립 변수로 넣었다는 점이 이 모델의 성격을 규정합니다.

그리고 연구진은 이 변수를 부차적인 것으로 다루지 않았습니다.
연구진은 변호사 수급 논쟁의 핵심 변수로 '리걸 AI(법률 인공지능)' 확산을 지목했고, AI가 반복적인 계약 검토와 판례 검색을 자동화해 저연차 변호사 중심의 업무 수요가 구조적으로 감소했다고 분석했습니다.
즉 AI는 시장이 회복하면 사라질 일시적 충격이 아니라, 수요 곡선 자체를 아래로 끌어내린 구조적 상수로 취급됐습니다.

이 지점이 개인 변호사에게 던지는 함의는 냉정합니다. 저연차가 담당하던 리서치·문서검토·초안 작성은 시장이 좋아진다고 돌아오는 일감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한 사람당 사건'이 3분의 1로 줄었다는 냉정한 지표

숫자 하나가 이 진단의 무게를 요약합니다.
등록 변호사 1인당 연간 민사 본안사건 수가 2012년 73.1건에서 지난해 22.4건으로 급감한 점, 물가와 최저임금이 대폭 인상된 점 등을 감안하면 이미 적정 변호사 수보다 5000명 이상이 과잉 공급됐다는 것입니다.
한 명이 맡던 일이 12년 만에 3분의 1 아래로 떨어졌다는 얘기입니다. 파이가 커진 게 아니라, 같은 파이를 훨씬 많은 사람이 나눴습니다.

공급 측 증가는 더 가파릅니다.
변호사 수는 로스쿨 도입 당시인 2009년 약 1만 명에서 2026년 4월 기준 3만8234명에 이를 정도로 급증했습니다.
반면 수요 기반은 반대로 움직입니다.
법률서비스의 주된 수요층인 생산연령인구(15~64세)는 이미 감소 국면에 있으며 2040년대까지 그 속도가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공급은 3.8배로 늘고, 수요층은 줄어드는 방향입니다.

현직 변호사들의 체감도 이 진단과 정확히 겹칩니다. 변협이 회원 252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
응답자의 약 97%(2450명)가 변호사 시험 합격자 수가 과잉이라고 봤고, 75.9%(1914명)는 '매우 과잉'이라고 답했습니다.
그리고 이 경쟁은 이미 단가에 반영됐습니다.
응답자의 38.2%(962명)가 최근 5년간 평균 사건 수임료가 30% 이상 심하게 감소했다고 답했습니다.


정원 감축은 최선책이라도, 지금 내 문제를 풀어주진 않는다

연구진의 처방은 명확합니다.
더 이상 단년도 협의와 정치적 타협에 의존하지 말고, 인구·GDP·사건 수·AI 도입률을 포함한 수급 예측 모형에 근거한 동태적 정원 산정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구체적으로는
한 해 변호사시험 합격 인원을 즉시 1200명 수준으로 줄이고, 중장기적으로는 600∼900명 수준으로 감축해야 한다는 제언입니다.


방향은 타당합니다. 다만 두 가지 현실을 직시해야 합니다.

첫째, 이건 정책 시간표입니다. 합격자 수를 조정한다 해도 이미 시장에 나온 3만8천여 명의 경쟁 강도는 당장 바뀌지 않습니다. 감축이 효과를 내려면 수년이 걸립니다. 그사이 오늘의 경쟁은 오늘의 변호사가 감당해야 합니다.

둘째, 연구진 스스로 모델의 한계를 인정했습니다.
이번 예측 모형의 설명력(정확도)은 약 20% 수준이었고, 남재영 교수는 후속 연구가 더 필요하지만 사상 처음으로 과학적·통계적 모델을 통해 적정 변호사 수를 도출하려 한 첫 시도라는 데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정치적 논쟁의 출발점으로는 강력하지만, 개인의 생존 전략을 대신 설계해주는 도구는 아닙니다.

그렇다면 이 연구가 개인 변호사에게 남기는 실무 신호는 하나로 모입니다. 정원이 줄든 안 줄든, AI가 지운 자리는 채워지지 않는다. 저연차가 하던 반복 업무가 수요 곡선에서 구조적으로 빠졌다면, 살아남는 축은 AI가 대체하지 못하는 영역 — 판단, 관계, 그리고 '이 사건을 이 변호사에게 맡기고 싶다'는 신뢰 — 으로 옮겨갑니다.

숫자로 증명된 초과공급 시장에서 의뢰인이 3만8천 명 중 한 명을 고르는 방식은 점점 더 '누가 검색과 AI 답변에서 먼저 보이고, 먼저 응대하고, 먼저 믿음을 주는가'로 좁혀집니다. 정원 감축이 시장 전체의 압력을 낮춰줄 몇 년을 기다리는 동안,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자기 이름이 발견되고 선택되는 경로를 지금 손보는 것뿐입니다. 과잉의 시대에 마케팅은 홍보가 아니라 생존의 문법이 됩니다.

#변호사 과잉공급#법률시장#리걸AI#변호사 마케팅#수급불균형

작성자

macdee 에디터

macdee 개발팀과 법률 마케팅 전문가가 작성한 인사이트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