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동향2026년 6월 10일· 👀 2

변호사가 AI 쓴다고 광고했다가 징계? 지금 벌어지는 일

한 로펌이 "AI를 쓴다"고 알린 것을 두고 징계와 공정위 신고, 헌법소원이 오가고 있습니다. AI 시대에 변호사가 무엇을 광고할 수 있고 무엇이 막혀 있는지, 지금의 규제 지형을 짚습니다.

"우리 사무소는 AI를 활용합니다." 이 한 문장이 징계 사유가 될 수 있는 시대입니다. 황당하게 들리지만 지금 한국 법률시장에서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일입니다. 변호사가 AI 기술을 쓰는 것 자체가 아니라, 그 사실을 외부에 알리는 행위를 둘러싸고 로펌과 대한변호사협회가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습니다.

"AI 쓴다"는 광고가 막힌 사연

발단은 변협이 신설한 광고 규제입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2024년 10월 임시총회에서 AI 관련 광고 규제 안건을 통과시켰는데, 협회가 인증한 AI 프로그램 외에는 이를 업무에 이용한다는 광고를 금지하고, 소비자가 AI 프로그램을 직접 사용하게 하거나 소비자에게 AI 프로그램을 연결하는 방식의 광고를 못 하게 했습니다.


규정의 구조는 두 겹입니다.
규칙 제5조는 변호사의 AI 광고를 규율하는데, 대한변호사협회가 인증하고 책임변호사가 감독하는 인공지능 프로그램 외에는 업무에 이용한다는 사실을 광고할 수 없도록 했고, 소비자가 AI 프로그램을 직접 사용하게 하거나 소비자에게 AI 프로그램을 연결하는 방식의 광고도 금지됩니다.
여기에 더해
변호사가 AI를 사용한다고 광고할 때는 AI 시스템을 협회에 미리 등록해야 하고, AI 결과물을 검토한 변호사의 이름을 써야 한다는 절차도 따라붙었습니다.


문제는 인증의 실체입니다. 협회 인증을 받아야 광고할 수 있다는데, 정작 그 인증을 받을 통로가 마련돼 있지 않다면 규정은 사실상 전면 금지로 작동합니다. 바로 이 지점이 분쟁의 핵심이 됐습니다.

공정위 신고와 헌법소원으로 번진 갈등

올해 들어 한 대형 로펌이 정면으로 맞섰습니다.
법무법인 대륜은 올해 초 자체 개발한 AI 기반 법률 서비스 'AI 대륜'을 공개하고 운영을 시작했으나, 대한변협은 이 서비스를 인정하지 않고 징계를 내리겠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그러자 로펌은 두 갈래로 대응에 나섰습니다.

먼저 공정거래 카드를 꺼냈습니다.
23일 법무법인 대륜에 따르면 대륜은 전날 대한변협의 공정거래법 위반 정황이 담긴 사업자단체 금지행위 신고서를 공정위에 제출했습니다.
논리는 명확합니다.
대륜은 변협의 AI 광고 규제가 변호사 광고 규제의 핵심 원리인 '최소 규제 원칙'을 위반했다고 판단했고, 2000년 변호사법 전부개정으로 광고 규제 패러다임이 '원칙적 금지'에서 '원칙적 허용'으로 전환됐는데 변협의 행보는 소비자 정보권을 존중하겠다는 흐름에 역행한다는 취지입니다.
또한
변협이 AI 프로그램 사용 사실을 광고할 경우 협회 인증 기준을 반드시 따르도록 규정하면서도 제대로 된 인증 기준이 마련되지 않아 전면 금지와 다름없다는 주장도 제기됐습니다.


신고서를 낸 변호사는 규제의 부작용을 이렇게 짚었습니다.
"AI 기술을 통해 정보 취약계층도 신속하고 정확한 법률 상담을 받을 수 있게 하려 했지만 변협의 규정은 이를 외부에 알릴 수조차 없게 해 소비자의 알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한다는 것입니다.


또 하나의 전선은 헌법재판소입니다.
대륜은 변협의 규칙과 징계 시도가 헌법상 직업 수행의 자유, 표현의 자유 등을 침해한다고 보고 헌법소원을 제기했으며, 이 사건은 전원재판부로 회부돼 심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규제 당사자인 변협도 일부 물러섰습니다.
변협은 'AI 프로그램을 업무에 이용한다는 사실을 광고할 수 없다'는 일부 조항을 삭제했지만, 소비자가 AI 프로그램을 직접 사용할 수 없도록 하는 5조 2항은 아직 유효합니다.
즉 "AI를 쓴다"는 표시의 빗장은 일부 풀렸지만, 소비자가 AI를 직접 만지게 하는 형태의 서비스·광고는 여전히 막혀 있는 절반의 해소 상태입니다.

검색서비스 가이드라인까지, 경계는 더 촘촘해졌다

AI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로톡 사태의 연장선에서 플랫폼 노출 방식 자체에 새 기준이 생겼습니다.
지난 5월 27일 법무부는 '변호사검색서비스 운영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는데, 이는 법률사무 취급과 관련해 일정 조건에 부합하는 변호사를 검색하는 일체의 서비스 운영 기준을 담고 있으며 규범적 효력이 없음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효력은 없다지만, 실무에서는 사실상의 가이드라인으로 작동합니다.

핵심은 노출 정렬의 방식입니다.
가이드라인은 공직자의 영향력 행사를 암시하는 광고를 금지하고, 유료 회원 변호사만을 선순위로 정렬하는 방식은 허용하되 광고비 액수 순으로 정렬하는 방식은 금지하는 등 대체로 변호사제도의 취지에 부합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돈을 많이 낸 순서'로 줄 세우는 모델은 막고, 유료 회원이라는 자격으로 우선 노출하는 모델은 허용한다는 선 긋기입니다. 변호사 입장에서는 어떤 플랫폼에 어떤 조건으로 올라타느냐가 곧 규정 위반 여부를 가른다는 뜻입니다.

이렇게 규범은 네 겹으로 쌓였습니다. 변호사법 제23조라는 큰 틀 위에,
2024년 10월 21일 대한변호사협회가 신설한 규칙(규칙 제45호)이 상위 규범으로 추가됐고, 기존 「변호사 광고에 관한 규정」 위에 「규칙」이 얹힌 구조가 됐습니다.
여기에 2025년 2월 개정된 광고 규정과 5월의 검색서비스 가이드라인이 더해졌습니다. 광고 한 줄을 쓰기 전에 확인해야 할 규범이 그만큼 늘었습니다.

그래서 지금 변호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당장의 실무 판단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AI 활용 사실 자체를 콘텐츠나 소개 페이지에 단순 언급하는 수준은 변협의 조항 삭제로 운신의 폭이 넓어졌습니다. 다만 의뢰인이 직접 AI 챗봇을 두드려 상담을 받게 하는 형태, AI를 전면에 내세워 상담을 연결하는 구조는 여전히 5조 2항의 사정권 안에 있습니다. 이 경계를 모르고 화려한 'AI 상담' 랜딩페이지를 만들었다가는 징계 리스크를 떠안게 됩니다.

더 본질적인 메시지는 따로 있습니다. 이번 충돌은 '기술이 규제보다 빨리 달릴 때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의 한국판 사례입니다. 공정위 신고, 헌법소원, 협회의 부분 후퇴가 동시에 진행 중이라는 사실은, 규제의 윤곽이 아직 굳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경쟁이 가장 치열한 시점은 규칙이 확정되기 직전입니다. 지금 AI를 마케팅의 전면에 내세울 수 없다면, 승부처는 결국 검증 가능한 실력과 사례, 그리고 소비자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는 정직한 정보로 돌아옵니다.

규제가 막은 것은 'AI를 쓴다는 말'이지, AI로 더 정확하고 빠른 상담을 제공하는 역량 자체가 아닙니다. 떠들썩한 한 줄 광고가 막힌 자리에서, 콘텐츠의 깊이와 신뢰의 축적으로 승부하는 사무소가 결국 살아남습니다. 변호사 마케팅의 무게중심이 '무엇을 외치느냐'에서 '무엇을 증명하느냐'로 옮겨가는 흐름은, 규제의 향방과 무관하게 이미 시작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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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macdee 에디터

macdee 개발팀과 법률 마케팅 전문가가 작성한 인사이트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