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들이 전용 법률AI를 버리고 ChatGPT로 돌아갔다, 그 위험한 역주행
전용 법률AI 사용률이 1년 사이 58%에서 40%로 주저앉았습니다. 무료로 쓰기 쉬운 ChatGPT로의 이동은 효율을 주지만, 법률 데이터로 학습되지 않은 도구는 변호사에게 다른 종류의 위험을 안깁니다.
법률 AI 도입률이 오른다는 이야기는 익숙합니다. 그런데 정작 변호사들이 쓰는 '종류'를 들여다보면 방향이 뒤집혀 있습니다. 글로벌 법률 소프트웨어 기업 Clio가 발표한 2025년 리걸 트렌드 리포트에 따르면
법률 전용 AI 솔루션을 쓰는 법률 전문가는 40%에 그쳐, 2024년의 58%에서 떨어졌습니다. 이는 무료 이용 구간 덕분에 도입이 쉬운 ChatGPT, Gemini, Claude, Perplexity 같은 범용 도구에 대한 의존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전용 도구에서 범용 도구로의 이동. 숫자만 보면 사소한 변화 같지만, 변호사라는 직역에서는 의미가 다릅니다.
왜 변호사들은 전용 AI를 떠났나
이유는 단순합니다. 진입장벽입니다. 정교하게 만들어진 법률 전용 플랫폼은 구독료가 있고, 도입과 학습에 시간이 듭니다. 반면 범용 챗봇은 무료 구간만으로도 당장 초안을 뽑아냅니다. 바쁜 실무자에게 '지금 당장 쓸 수 있는 무료 도구'의 매력은 강력합니다.
문제는 이 선택이 공짜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법률 전문가가 직면한 핵심 선택은 범용 AI 도구와 법률 전용 플랫폼 사이의 갈림길이며, 전용 AI 사용률이 58%에서 40%로 하락한 이 흐름이 우려스러운 이유는 범용 도구가 법률 데이터베이스로 학습되지 않아 심각한 위험을 안고 있기 때문입니다.
판례, 법령, 개정 이력으로 훈련되지 않은 모델은 그럴듯한 문장을 만들지만 그 문장이 사실인지는 보장하지 못합니다. 미국에서 변호사가 AI가 지어낸 가짜 판례를 인용했다가 제재를 받은 사례가 반복적으로 보도된 배경이 여기에 있습니다.
흥미로운 건, AI를 적극적으로 쓰는 곳일수록 성과가 다르게 나타난다는 데이터입니다.
성장하는 로펌은 지난 4년간 매출을 거의 두 배로 늘렸지만 의뢰인과 사건 수는 50%만 증가했고, 반대로 위축된 로펌은 AI를 덜 쓰는 경향을 보이며 같은 기간 매출이 50% 감소했습니다.
AI를 쓰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쓰느냐가 격차를 만들고 있다는 뜻입니다.
한국 변호사의 AI 활용은 어디로 향하나
국내 흐름도 결이 비슷합니다. AI를 써야 한다는 인식은 이미 자리 잡았고, 실제 활용 우선순위는 경력과 조직에 따라 갈립니다. 국내 한 조사를 정리한 분석에 따르면
5년 이하 초년 차 변호사는 리서치 다음으로 '법률사무 관리' 기능을 원했고, 5~20년 차 중견 변호사는 '법률분석 및 통계'를, 20년 이상 베테랑은 반복적인 집필 노동을 줄여줄 '법률문서 자동 생성'을 2순위로 꼽았습니다.
조직 형태에서도 차이가 드러났는데,
분업화된 대형 법무법인은 전략 수립을 돕는 '법률분석·통계'에 주목한 반면, 변호사 개인이 행정 업무까지 직접 감당하는 법률사무소 소속 변호사들은 '법률사무 관리'의 효율화를 원했습니다.
이 지점이 중요합니다. 1인·소규모 사무소일수록 행정과 문서 업무에 치이고, 그래서 손쉬운 범용 챗봇으로 빨려 들어가기 쉽습니다. 하지만 법률에서 가장 치명적인 실수가 바로 이 영역에서 나옵니다.
법률처럼 전문 지식이 중요하고 최신성이 요구되는 산업에서는 잘못된 정보나 개정된 최신 법을 놓치는 실수가 치명적일 수 있어, 정확하고 최신의 정보를 담보하는 것이 필수입니다.
그래서 답변 생성 전에 법령·판례 데이터베이스를 먼저 검색해 근거를 가져오는 RAG 방식이 법률 분야에서 특히 가치가 큽니다.
RAG는 AI가 답변을 만들기 전에 법률 데이터베이스에서 관련 법령과 판례 등의 문서를 신속히 검색하도록 합니다.
요약하면, 무료라서 쓰는 도구와 정확해서 쓰는 도구는 같은 'AI'라는 이름을 달고 있어도 변호사에게 주는 결과물이 다릅니다.
규제도 '활용'을 향해 정리되는 중
도구를 어떻게 쓸지의 문제는 광고·윤리 규제와도 맞물립니다. 한동안 변호사의 AI 활용을 광고로 알리는 것 자체가 막혀 있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변화가 있었습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임시총회에서 '변호사 광고에 관한 규칙' 제5조 1항과 3항을 삭제하는 개정안을 의결했고, 개정안은 즉시 공포·시행됐습니다.
광고 규칙 5조 1항은 '변호사 등은 협회가 인증하고 책임변호사가 감독하는 AI 등 프로그램 외에는 이를 업무에 이용한다는 사실을 광고할 수 없다'고 규정했던 조항입니다.
변협은
두 조항을 삭제한 이유에 대해 협회 차원의 인증 기준 등이 마련돼 있지 않아 혼동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빗장이 다 풀린 것은 아닙니다.
AI 활용을 제한하는 핵심 조항은 존치된 채 일부만 철회된 형태입니다.
즉, 'AI를 쓴다'고 알리는 길은 일부 열렸지만, 무엇을 어떻게 쓰는지에 대한 책임은 여전히 변호사 본인에게 있습니다. 도구를 자랑하기는 쉬워졌으나, 그 도구가 만든 결과물의 정확성에 대한 부담은 그대로라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무엇을 점검해야 하나
지금의 흐름을 한 문장으로 줄이면, 시장은 'AI를 쓰는 변호사'와 'AI를 안 쓰는 변호사'가 아니라 '검증된 도구를 제대로 쓰는 변호사'와 '무료 챗봇에 초안을 맡긴 채 검수를 건너뛴 변호사'로 갈리고 있습니다.
범용 챗봇을 쓰지 말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리서치의 출발점, 아이디어 정리, 문장 다듬기에서 범용 도구는 충분히 유용합니다. 핵심은 역할을 나누는 것입니다. 사실관계와 법령·판례의 정확성이 결과를 좌우하는 영역에는 법률 데이터로 검증되는 도구를, 그 외 보조 영역에는 범용 도구를 두는 분리. 그리고 어떤 경우에도 최종 검수는 변호사가 한다는 원칙. 비용을 아끼려다 가짜 판례 한 줄로 신뢰를 잃는 거래는 변호사에게 가장 비싼 거래입니다. 도입률이 아니라 도입의 질이 향후 몇 년의 매출 곡선을 가른다는 데이터가, 이미 그 답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작성자
macdee 에디터
macdee 개발팀과 법률 마케팅 전문가가 작성한 인사이트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