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마케팅에 'AI 표시 의무'가 들이닥쳤다: 세 갈래 규제의 충돌
ChatGPT로 블로그를 쓰고 AI로 썸네일을 뽑는 일이 흔해진 사이, 변호사 광고를 겨눈 규제가 세 방향에서 동시에 움직였습니다. AI기본법, 공정위 심사지침, 그리고 헌재로 넘어간 변협 규칙입니다.
변호사 사무소의 마케팅 풍경은 이미 바뀌었습니다. ChatGPT로 블로그 글의 초안을 잡고, 이미지 생성 도구로 썸네일을 뽑고, AI 음성으로 영상 내레이션을 입히는 일이 더는 특별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 일상적인 작업물 위로, 서로 다른 세 개의 규제가 거의 같은 시점에 내려앉았습니다. 하나는 법률, 하나는 행정지침, 하나는 변호사단체의 자치규범입니다. 셋은 출처도 다르고 제재 수단도 다르지만, 겨냥하는 지점은 한 군데로 모입니다. "이 광고, AI가 만든 것인가" 라는 질문입니다.
AI기본법: 표시 의무는 '사업자'를 겨눈다
가장 먼저 짚어야 할 것은 법률입니다.
2026년 1월 22일 시행된 인공지능기본법은 인공지능사업자에게 AI 생성물의 표시 의무를 부과하고 있으며, 위반 시 시정명령과 최대 3,0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여기서 결정적인 구분이 등장합니다. 법은 모든 AI 이용자에게 표시 의무를 지우지 않습니다.
다만 AI를 단순 도구로 활용하는 이용자는 현행법상 의무 대상이 아니므로, 자신이 '사업자'에 해당하는지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즉 ChatGPT로 자기 사무소 블로그 글을 쓰는 변호사 개인은, 그 자체로 표시 의무의 직접 수범자가 되지는 않는다는 해석입니다.
다만 안심하기에는 이릅니다.
법은 인공지능사업자를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합니다. 인공지능개발사업자는 인공지능을 개발하여 제공하는 자이고,
또 한 축은 이를 활용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입니다. AI 챗봇으로 24시간 의뢰인 상담을 받거나, AI 기반 법률 서비스를 직접 운영하는 사무소라면 '도구를 쓰는 이용자'를 넘어 '사업자'의 영역으로 넘어갈 여지가 생깁니다. 경계는 생각보다 모호하고, 그 모호함의 비용은 사무소가 집니다.
제재가 즉시 닥치는 것은 아닙니다.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AI기본법 시행과 함께 사실조사와 과태료 처분에 대해 1년 이상의 유예기간을 두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유예기간은 면죄부가 아니라 정비 기간입니다. 규칙이 자리 잡기 전에 내부 기준을 만들어 두는 사무소와, 유예가 끝나고 나서야 움직이는 사무소의 격차는 그 1년 사이에 벌어집니다.
공정위: 'AI 가상인물'을 광고에 세우면 표시해야 한다
두 번째 갈래는 공정거래위원회입니다. 표시광고법 영역에서 AI를 정조준한 변화가 확정됐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AI로 만든 가상인물을 활용한 광고 규율 내용을 담은 '추천·보증 등에 관한 표시·광고 심사지침' 개정안을 확정해 6월 1일부터 시행합니다.
핵심은 광고의 '주체'를 새로 정의한 데 있습니다.
기존 지침은 추천·보증 주체를 소비자·유명인·전문가·단체기관 4가지로만 규정했고, AI 가상 의사·교수가 전문가인 척 상품을 추천하는 광고가 늘었지만 규제할 근거 자체가 없었습니다. 이번 개정으로 가상 인물이 5번째 추천·보증 주체로 신설됐습니다.
표시 방법도 구체적입니다.
블로그나 카페 등 문자 중심 매체는 제목이나 게시물 도입부에 'AI 기반 가상인물 포함 게시물'임을 명시해야 하고, 사진 및 동영상 매체의 경우 가상인물이 등장하는 화면 내 인물과 근접한 위치에 '가상인물'이라는 문구를 지속적으로 노출해야 합니다.
변호사 마케팅과 무관해 보이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AI로 만든 가상의 '의뢰인 후기 인물', 실제 사람처럼 보이는 가상 대표 캐릭터, 가상의 '전문가' 이미지를 콘텐츠에 쓰는 순간 이 지침의 사정권에 들어옵니다. 위반의 결과는 가볍지 않습니다.
표시 의무 위반 시에는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상 기만적 표시·광고에 해당해 시정명령·과징금 대상이 됩니다.
게다가
공정위는 2026년 업무 계획에서 SNS 광고 모니터링 범위를 AI 악용 광고로 확대하고, 소비자원의 AI 부당광고 모니터링 및 차단 체계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감시의 그물이 촘촘해지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뜻입니다.
변협 규칙: AI 광고 규제는 헌재로 넘어갔다
세 번째 갈래는 변호사단체 내부의 싸움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AI를 둘러싼 변호사 광고 규제의 경계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발단은 변협의 자치규범이었습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지난해 10월 신설된 변호사 광고 규칙에서 인공지능 프로그램 관련 내용을 금지하는 규정을 삭제했습니다. 임시총회에서 '변호사 광고에 관한 규칙' 제5조의 1항과 3항을 지우는 개정안을 의결했고, 개정안은 그날 바로 공포돼 즉시 시행됐습니다.
변협이 스스로 물러선 이유도 분명합니다.
협회 차원의 인증 기준 등이 마련돼 있지 않아 혼동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
이었습니다. 규제를 만들어 놓고 정작 그 규제를 운영할 기준은 없었던 셈입니다.
그러나 핵심 조항은 살아남았습니다.
변협은 '변호사 등은 소비자가 AI 등 프로그램을 직접 사용하게 하거나 소비자에게 AI 등 프로그램을 연결하는 방식·내용의 광고를 할 수 없다'는 광고 규칙 5조 2항은 존치했습니다.
의뢰인을 AI 서비스로 직접 연결하는 형태의 마케팅은 여전히 막혀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 다툼은 결국 헌법재판소로 올라갔습니다.
올해 1월 생성형 AI 기술을 활용한 무료 법률 서비스 '대륜AI'를 출시한 법무법인 대륜은 광고 규칙 5조 등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했고, 대륜 측은 이 조항이 표현의 자유와 직업 수행의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입장입니다.
절차도 한 단계 더 나아갔습니다.
헌재는 이 사건을 전원재판부에 회부하고 심리에 돌입한 상태입니다.
전원재판부 회부는 헌재가 해당 사건을 본안 심리 대상으로 인정하고 위헌 여부를 다룬다는 의미입니다.
여기에 한 가지 변수가 더 있습니다. AI 활용을 광고에 명시하는 것이 오히려 방패가 될 수 있다는 해석입니다.
한 변호사는 AI 기본법 31조에 따라 AI를 활용했다고 명시적으로 고지한 경우 AI 기본법상 투명성 의무를 준수한 것으로 볼 수 있으며, 소비자의 오인 가능성이 감소하므로 허위광고로 인정될 가능성이 낮아진다고 설명합니다.
다만 같은 맥락에서
고지 사실만으로 허위광고 책임이 면제되는 것은 아니며, 광고 내용 자체가 사실과 다르거나 과장된 경우 여전히 허위광고에 해당할 수 있다
는 단서가 따라붙습니다.
세 규제가 한 점에서 만나는 곳, 그곳이 실무다
세 갈래는 출처가 다릅니다. AI기본법은 과기정통부, 가상인물 지침은 공정위, 광고 규칙은 변협입니다. 제재도 과태료, 과징금, 징계로 제각각입니다. 그러나 변호사 한 사람의 책상 위에서는 결국 같은 결정으로 수렴합니다. 콘텐츠에 AI를 어디까지, 어떻게 쓰고, 무엇을 표시할 것인가.
지금 점검할 것은 세 가지로 좁혀집니다. 첫째, 사무소가 AI를 단순 도구로 쓰는 '이용자'에 머무는지, 아니면 챗봇 상담이나 AI 법률 서비스를 직접 제공하는 '사업자'에 가까운지 스스로 자리매김해야 합니다. 둘째, 후기·전문가·대표 이미지 등에 AI 가상인물을 쓰고 있다면 6월 이후 표시 방법을 콘텐츠 포맷별로 손봐야 합니다. 셋째, 의뢰인을 AI로 직접 연결하는 형태의 광고는 변협 규칙 5조 2항이 살아 있는 한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헌재 결론이 나오기 전까지는 더욱 그렇습니다.
규제가 동시에 움직인다는 건 시장이 그만큼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AI를 마케팅에 끌어들이는 것 자체는 막을 수 없는 흐름입니다. 차이를 만드는 것은 '쓰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쓰되 표시 의무와 광고 규칙의 경계 안에서 정교하게 설계하느냐입니다. 그 설계를 유예기간 안에 끝낸 사무소만이, 규제가 칼끝을 세우는 날 흔들리지 않습니다.
작성자
macdee 에디터
macdee 개발팀과 법률 마케팅 전문가가 작성한 인사이트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