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촌·세종은 '자기만의 AI'를 지었다: 개인 변호사가 넘을 수 없는 벽
율촌이 폐쇄형 RAG로 자체 법률 AI를 전사 구축하고 세종은 하비를 도입했습니다. 인프라를 지을 수 없는 개인 변호사는 이 격차 앞에서 무엇을 무기로 삼아야 하는지, 데이터로 짚어봅니다.
2026년 벽두, 국내 법률시장에서 조용하지만 결정적인 선이 하나 그어졌습니다. 대형 로펌이 남의 AI를 '쓰는' 단계를 넘어, 자기만의 AI를 '짓기' 시작했습니다.
대형 로펌은 이제 AI를 '구축'한다
법무법인 율촌이 리걸 AI 기업 BHSN과 함께 지능형 법률 AI '아이율(AI:Yul)'을 만들었습니다. 도입 규모가 인상적입니다.
BHSN이 법무법인 율촌과 함께 지능형 리걸 AI 서비스 '아이율'을 구축하고 전사 도입을 완료했으며, 국내 대형 로펌이 폐쇄형 환경에서 AI와 RAG 방식을 본격 적용한 첫 사례로, 아이율은 BHSN의 법률 특화 멀티 LLM 플랫폼 '앨리비 아스트로'를 기반으로 율촌의 고난도 법률 실무 환경에 맞춰 설계됐다
는 것입니다.
핵심은 '폐쇄형'이라는 세 글자입니다.
아이율은 대형 로펌의 엄격한 보안 요구사항과 접근 통제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폐쇄형 RAG' 아키텍처를 채택했다.
이 구조가 왜 중요한가.
외부로 데이터가 전송되지 않는 독립된 환경 내에서 AI가 내부의 지식 자산을 정밀하게 탐색하고 분석하여 답변을 생성하는 방식으로, 모든 질의 및 대화 과정은 AI 학습에 일절 활용되지 않아 고객 정보 보안과 신뢰를 철저히 보장한다.
로펌이 가장 두려워하던 '의뢰인 자료가 외부 모델 학습에 흘러 들어가는' 위험을 원천 차단한 것입니다.
율촌만이 아닙니다.
법무법인 세종은 글로벌 리걸테크 기업 하비(Harvey)의 생성형 AI를 도입해 해외 자문 업무에 시범 적용 중이며, 하비는 오픈AI 기술을 기반으로 전 세계 250여 개 기업과 로펌이 사용하는 대표적인 법률 전문 AI다.
자체 구축이든 글로벌 솔루션 도입이든, 상위 로펌은 이미 AI를 실무의 상시 인프라로 편입시켰습니다.
이 흐름의 본질은 검색 도구를 사는 게 아니라, 로펌 내부에 수십 년간 쌓인 지식 자산 자체를 무기로 바꾸는 데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대형 로펌과 기업 법무팀을 중심으로 AI 도입이 빨라지고 있으며, 로펌들은 내부 지식관리 시스템(KM)과 결합해 리서치·초안 작성·근거 제시의 속도를 끌어올리는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남들과 똑같은 범용 AI가 아니라, 우리 로펌만 가진 자료로 답하는 AI. 그 격차는 돈으로 살 수 없는 종류입니다.
'AI 쓰는 곳'과 '안 쓰는 곳'의 매출이 두 배로 벌어졌다
여기서 개인 변호사와 소규모 사무소가 진짜 긴장해야 할 데이터가 나옵니다. 미국 법률 소프트웨어 기업 Clio의 2025년 리포트는 성장하는 로펌과 쇠퇴하는 로펌을 가른 결정적 변수를 지목했습니다.
2025년 성장하는 로펌들의 공통점은 실무에 AI를 사용한다는 것이며, 이들은 지난 4년간 의뢰인과 사건 수는 50%만 늘고도 매출은 거의 두 배가 됐다. 반면 쇠퇴하는 로펌은 AI를 사용할 가능성이 낮았고 같은 기간 매출이 50% 감소했다.
사건 수가 아니라 AI 활용 여부가 매출 곡선의 방향을 결정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AI가 만든 효율은 새로운 딜레마도 낳습니다.
많은 로펌이 AI 사용에 맞춰 청구 모델을 바꾸지 않았고, 시간당 청구는 AI로 인한 효율 향상과 양립하지 않는다.
더 빨리 끝내면 청구 시간이 줄어드는 구조에서, 효율은 곧 매출 감소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실제로
한 솔로 가사사건 변호사는 "사건에 쓰는 실제 시간이 크게 줄어든 건 좋지만, 의뢰인을 더 찾을 수만 있다면 열 배는 더 일할 수 있는데 사건 양이 없어서 할 일이 적다"고 말했다.
결론은 명확합니다. AI로 남는 시간을 채울 '새 의뢰인'을 찾지 못하면, 효율은 그저 유휴 시간으로 전락합니다. Clio 리포트가 짚은 시장의 크기는 오히려 이 지점을 뒤집습니다.
전체 법률 문제의 77%가 법률 전문가의 지원을 받지 못한다는 연구 결과는, 로펌에게 방대한 미개척 시장이 존재함을 시사한다.
즉 문제는 사건이 없는 게 아니라, 그 사건들이 나에게 도달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인프라를 못 짓는다면, 마케팅이 곧 인프라다
여기서 개인 변호사의 승부처가 분명해집니다. 율촌처럼 수억 원짜리 폐쇄형 RAG를 전사 구축하는 것은 개인이 흉내 낼 수 없습니다. 그러나 대형 로펌이 AI로 확보한 것의 본질은 내부 업무 속도입니다. 그것만으로 의뢰인이 저절로 찾아오지는 않습니다. 대형 로펌의 AI는 이미 들어온 사건을 빠르게 처리하는 데 강하지만, 정작 시장의 77%를 차지하는 '아직 변호사를 만나지 못한 의뢰인'을 데려오는 문제는 여전히 마케팅의 영역입니다.
그리고 이 영역에서는 시장 규모 자체가 폭발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리걸테크 시장은 2026년 약 141조 원 규모에서 2035년까지 연평균 27% 이상 성장해 약 215조 원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다.
이 성장은 대형 로펌만의 잔치가 아닙니다. 관건은 개인 변호사가 이 흐름의 어느 쪽에 서느냐입니다.
전략은 대형 로펌과 정반대여야 합니다. 그들이 '내부 업무 자동화'에 AI를 쏟는다면, 개인 변호사는 '외부 유입 자동화'에 AI를 써야 합니다. 상담 문의에 5분 안에 응대하는 자동 응대, 검색과 AI 답변 양쪽에 인용되는 전문 콘텐츠, 의뢰인 후기와 프로필의 일관성. 대형 로펌이 폐쇄형 AI로 '이미 들어온 일'을 처리하는 동안, 개인 변호사는 열린 AI로 '들어올 일'을 만드는 싸움을 해야 합니다.
율촌과 세종이 그은 선은 위협이 아니라 신호입니다. AI가 실무 인프라가 된 시장에서, 개인 변호사의 인프라는 대형 로펌의 서버룸이 아니라 의뢰인에게 발견되는 접점 그 자체입니다. 지식은 이제 로펌 규모로 축적되지만, 첫 통화와 첫 검색 결과에서 만나는 사람은 여전히 한 명의 변호사입니다. 그 접점을 자동화하고 최적화하는 쪽이 다음 4년의 매출 곡선을 가릅니다.
작성자
macdee 에디터
macdee 개발팀과 법률 마케팅 전문가가 작성한 인사이트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