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동향2026년 7월 5일· 👀 49

의뢰인이 먼저 AI로 무장했다: 로펌이 일감을 잃기 시작하는 순간

의뢰인이 변호사보다 먼저 AI로 무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사내법무 64%가 "외부 로펌 의존을 줄이겠다"고 답한 지금, 수임 경쟁의 기준은 '누가 더 유명한가'에서 '누가 의뢰인보다 앞선 AI를 증명하는가'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법률시장에서 AI를 둘러싼 논쟁은 오랫동안 "변호사가 AI에 대체되는가"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발표된 조사들은 전혀 다른 질문을 던집니다. 변호사가 아니라, 의뢰인이 먼저 AI로 무장하기 시작했다면 어떻게 되는가. 그리고 그 무장한 의뢰인이 "이제 외부 변호사를 예전만큼 쓰지 않겠다"고 말하기 시작했다면.

이건 가정이 아니라 이미 숫자로 나타난 현실입니다.

의뢰인이 로펌을 앞질렀다

미국 사내변호사협회(ACC)와 리걸테크 기업 에버로가 함께 낸 조사는 그 변화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줍니다.
이 조사에 따르면 기업 법무부서의 생성형 AI 실사용 비율은 2024년 23%에서 1년 만에 52%로 두 배 이상 뛰었습니다.
심지어 다른 통계에서는
기업 법무부서의 87%가 어떤 형태로든 AI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문제는 정작 이들에게 자문을 제공하는 로펌 쪽이 뒤처져 있다는 점입니다.
같은 조사에서 로펌의 절반 남짓만이 조직 차원에서 범용 AI 도구를 도입했고, 54%는 책임 있는 AI 사용에 관한 교육을 전혀 제공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의뢰인이 변호사보다 빠르게 달리는 역전 현상이 벌어진 것입니다.

이 격차는 단순한 기술 유행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것은 곧바로 누가 법률 업무의 경제학을 통제하는가의 문제로 번집니다.
조사 결과, 사내변호사의 64%가 AI 덕분에 외부 변호사 의존을 줄일 것으로 예상했고, 50%는 외부 변호사 비용이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그리고 이 수치는
이전 조사의 58%에서 64%로 오른 것으로, 의존을 줄이겠다는 흐름 자체가 해마다 강해지고 있습니다.


'투명성'이 새로운 수임 조건이 되다

여기서 로펌 마케팅의 관점에서 가장 주목할 지점이 나옵니다. 바로 투명성의 격차입니다.


에버로 최고법무책임자는 모든 법무총괄이 외부 변호사에게 바라는 한 가지는 '더 큰 가치'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지금 의뢰인들은 자신이 돈을 지불하는 로펌이 그 일에 AI를 쓰는지조차 모릅니다.
조사에서 사내법무팀의 59%가 자신의 로펌이 해당 사건에 생성형 AI를 사용하는지 여부를 알지 못한다고 답했습니다.
어느 분석가는 이 지점을 두고, 앞으로는
"투명성이 예의가 아니라 요구사항이 될 것"이며, AI 역량과 투명성을 입증하지 못하는 로펌은 그것을 증명하는 경쟁자에게 일감을 잃을 위험이 있다고 지적합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예전에 로펌이 팔던 것은 '이름값'과 '인력 규모'였습니다. 그러나 의뢰인이 스스로 AI로 반복 업무를 처리할 수 있게 된 순간, 팔아야 할 것이 바뀝니다. 얼마나 유명한가가 아니라, 의뢰인이 이미 가진 AI보다 얼마나 더 앞서 있는지를 증명하는 것. 이것이 새로운 수임 조건입니다. 흥미롭게도 이 압박은 대형 로펌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한 전망은
자동화와 지능형 워크플로가 경쟁의 장을 평평하게 만들면서, 개인 변호사와 소형 로펌이 오히려 더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봅니다.


한국은 이미 이 흐름의 초입에 있다

이 변화가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은 국내 상황이 증명합니다. 국내 리걸테크 시장은 이미 대형 로펌들의 경쟁 무대가 됐습니다.
법무법인 세종은 오픈AI 기술 기반의 글로벌 법률 AI '하비(Harvey)'를 도입해 일부 자문 업무에 활용하고 있고, 김앤장은 법률 용어에 특화된 번역 AI를 자체 개발하며 고객 정보 보호를 위해 온프레미스 기반 솔루션 구축을 추진 중입니다.

광장, 지평 등 주요 로펌들도 자체 법률 AI 시스템을 도입하며 기술 투자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율촌의 경우
리걸AI 기업 BHSN과 '아이율(AI:Yul)' 구축을 완료하고 1월부터 본격적으로 AI를 업무에 적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시장의 크기도 이 경쟁이 일시적 유행이 아님을 말해줍니다.
글로벌 리걸테크 시장은 2026년 약 965억 달러 규모에서 2035년 약 1470억 달러, 한화 200조 원을 웃도는 규모로 확대될 전망입니다.
효율의 실체도 구체적입니다.
톰슨로이터 보고서에 따르면 AI를 활용할 경우 법률 전문가 1인당 연간 약 240시간, 하루 8시간 기준 약 30일에 해당하는 업무 시간을 절감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다만 국내에는 반드시 짚어야 할 변수가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규제입니다.
2026년 1월 시행된 한국의 AI 기본법은 오는 7월 개정을 앞두고 있으며, 정부가 계도 기간을 두는 가운데 지속적으로 개정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한 가지 실무적으로 중요한 해석도 나왔습니다.
현재 AI를 내부적으로만 활용하는 기업은 '이용자'로 분류되며, 로펌은 리걸테크 기업이 개발한 서비스를 쓰는 이용자에 그치기 때문에 AI 사업자로 분류되지 않는다는 설명입니다.
그러나
법률 산업은 비밀 보호가 핵심인 만큼, AI가 생성한 결과물이 내부에서만 활용되고 외부로 노출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조건이 붙습니다.


그래서 변호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한 가지 위안이 되는 사실은, AI가 변호사의 자리를 없애는 방향으로 가고 있지는 않다는 점입니다.
하버드 로스쿨 조사에 따르면 AmLaw 100대 로펌 중 어느 곳도 AI로 인한 생산성 향상에도 불구하고 변호사 인력을 줄일 계획이 없다고 답했습니다.
즉 이 변화의 본질은 '대체'가 아니라 '증명'입니다.

문제는 그 증명의 무대가 바뀌었다는 것입니다. 과거에는 수임 경쟁이 브랜드와 평판, 소개(referral)의 영역에서 벌어졌습니다. 이제는 의뢰인이 먼저 던지는 질문 — "당신들은 이 사건에 AI를 어떻게, 얼마나 안전하게 쓰는가" — 에 명확히 답할 수 있느냐가 첫 관문이 됩니다.

이 지점에서 마케팅과 실무는 분리되지 않습니다. AI를 실제로 도입하는 일과, 그 역량을 의뢰인에게 보이게 만드는 일은 하나의 과제가 됩니다. 홈페이지에 "AI를 활용합니다"라고 한 줄 적는 수준으로는 부족합니다. 어떤 업무에 어떤 방식으로 쓰고, 의뢰인의 비밀은 어떻게 지키며, 그 결과 의뢰인이 얻는 시간과 비용의 절감이 무엇인지를 언어로 정리해 두는 것 — 그것이 새로운 시대의 프로필이자 수임 자료입니다.

의뢰인은 이미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지금 변호사에게 필요한 것은 그 속도를 따라잡는 일이 아니라, 반 걸음 앞서 있음을 눈에 보이게 만드는 일입니다.

#사내법무#리걸테크#AI 로펌#법률 마케팅#수임전략

작성자

macdee 에디터

macdee 개발팀과 법률 마케팅 전문가가 작성한 인사이트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