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동향2026년 6월 16일· 👀 70

의뢰인이 AI로 소장 쓰는 시대, 변호사는 무엇을 파는가

민사 본안 10건 중 7건이 변호사 없는 나홀로 소송입니다. 이제 의뢰인은 챗GPT로 소장을 쓰고, 변호사에게는 '검토'만 맡깁니다. 수임 구조가 흔들리는 지금, 무엇을 상품으로 내걸 것인가.

의뢰인이 변호사를 찾아오는 길목이 바뀌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이 사건을 맡아 달라"였다면, 지금은 "제가 챗GPT로 써 본 소장인데 한 번 봐 달라"가 늘고 있습니다. 사소해 보이는 이 한 문장의 변화가, 변호사가 무엇을 팔아 먹고사는지를 통째로 흔들고 있습니다.

민사 10건 중 7건은 이미 '변호사 없는 소송'이다

먼저 숫자부터 봅니다.
2024년 사법연감 기준 민사 본안사건 가운데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은 비율은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년 동안 70% 안팎으로 집계됐고, 3000만 원 이하의 금전을 청구하는 소액 사건의 경우 변호사 미선임 비율은 매년 80%를 넘었습니다.

변호사 없이 직접 소송을 진행하는 이른바 '나홀로 소송'이 민사소송 10건 중 7건에 이를 정도로 보편화된 것입니다.


이 수치 자체는 새롭지 않습니다. 소액 사건에서 변호사를 안 쓰는 흐름은 오래된 구조입니다. 달라진 것은 나홀로 소송의 '품질'입니다. 과거의 나홀로 소송이 인터넷 검색과 양식 베끼기로 버티는 어설픈 자력구제였다면, 지금은 도구가 다릅니다.
소송은 비용 절감 차원에서 선택하는 경우가 많은데, 특히 소액 사건에선 인터넷과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소송서류를 보다 쉽게 작성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법원도 이 흐름에 발을 맞췄습니다.
법원 전자소송포털은 '나홀로 소송' 전용 탭을 마련해 소장 작성법과 피고 대응 방법을 안내하고, 대여금·약정금 등 소송 유형별 예시도 제공합니다.
의뢰인이 변호사 사무실 문을 두드리지 않고도 첫 서면을 완성할 수 있는 인프라가 공공·민간 양쪽에서 동시에 깔리고 있다는 뜻입니다.

변호사의 상품이 '대리'에서 '검토·감수'로 이동한다

현장의 변화는 통계보다 빠릅니다. 최근 보도된 한 사례를 봅니다.
1200만 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준비한 한 의뢰인은 챗GPT의 도움을 받아 소장을 작성한 뒤, 소장 검토만을 위해 변호사를 선임해 1시간 정도의 상담료만 지불했고, 이후 서면도 생성형 AI의 도움을 받아 작성했습니다.


핵심은 변호사의 반응입니다.
소장을 검토한 변호사는 계약서 작성 등에 AI를 사용하는 의뢰인이 많아지고 있으며, 변호사 선임이 어려운 소액 사건에서 이런 경우가 더 생길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한 발 더 나아갔습니다.
정식 수임료보다는 낮고 일반 상담료보다는 높은 중간 가격대의 검토·자문 비용을 추가로 책정해 이 수요에 대응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 한마디에 다음 5년의 답이 들어 있습니다. 의뢰인은 더 이상 '전 과정 대리'만을 사지 않습니다. 사건의 일부, 그것도 가장 불안한 지점만 떼어서 사려고 합니다. 내가 쓴 소장이 법리적으로 맞는지, 청구취지가 빠지지 않았는지, 상대가 어떤 반박을 해올지 — 의뢰인이 정작 돈을 내고 싶어 하는 지점은 '작성 노동'이 아니라 '판단과 책임'입니다.

문제는 대부분의 법률사무소 마케팅이 여전히 '전 과정 수임'만을 전제로 짜여 있다는 점입니다. 상담 전화 → 선임계약 → 착수금이라는 단일 깔때기 하나만 파 놓고 있습니다.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온 '검토만 해주세요' 수요는, 가격표가 없어서 그냥 흘려보내거나 무료 상담으로 소진되고 있습니다.

규제 공백은 위험이자, 신뢰를 파는 변호사의 기회다

이 시장이 빠르게 커지는데도 제도는 따라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일반인이 생성형 AI로 직접 소장을 작성해 송사에 대응하는 시대가 열렸지만, 이를 규율할 정부의 법적 기준은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 있습니다.

최근에는 일반인이 생성형 AI로 소장을 작성해 승소한 사례까지 나오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규제 공백은 곧 품질 공백입니다.
현재 가이드라인은 변호사 검색서비스에만 한정돼 있어 AI 기반 법률서비스나 B2C 리걸AI는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 있고, 변호사법상 '법률사무'의 개념을 AI 시대에 맞춰 다시 정립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렇게 되면 이용자들은 가짜 법률 정보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됩니다.


여기에 변호사가 설 자리가 있습니다. AI는 그럴듯한 소장을 빠르게 뽑아내지만, 그것이 '맞는지'는 보증하지 못합니다. 존재하지 않는 판례를 지어내는 환각, 청구원인과 청구취지의 불일치, 소멸시효·관할의 함정 — 이 지점에서 무너지는 나홀로 소송은 앞으로 쌓일 수밖에 없습니다. 변호사가 파는 것은 문장이 아니라 "이 서면을 들고 법정에 가도 된다"는 확신입니다. 그 확신에는 가격을 매길 수 있습니다.

배경에는 외면할 수 없는 공급 압력도 있습니다.
변호사 수의 과도한 확대로 수임 경쟁이 심화되고 법률 서비스의 내실 저하가 초래된다는 우려가 업계 안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모두가 같은 '전 과정 수임' 시장에서만 경쟁하면 가격은 바닥으로 향합니다. 그러나 검토·감수·전략 자문이라는 새 층위는 아직 가격표조차 제대로 붙지 않은 빈 시장입니다.

그래서 지금 무엇을 바꿔야 하는가

실무로 옮기면 세 가지가 됩니다.

첫째, 상품을 쪼개십시오. 전 과정 수임 외에 '소장 검토', '서면 1회 감수', '소송 전략 1시간 자문' 같은 중간 단가 상품을 만들고, 홈페이지와 상담 채널에 그 가격대를 명시하는 것이 출발입니다. 의뢰인이 'AI로 썼는데 봐 달라'고 했을 때 흘려보내지 않는 깔때기가 있어야 합니다.

둘째, 콘텐츠의 주어를 바꾸십시오. "이런 사건은 변호사에게 맡기세요"가 아니라 "직접 소장을 썼다면, 반드시 이 다섯 가지를 확인하세요"가 지금 검색·AI 답변에서 인용되는 콘텐츠입니다. 나홀로 소송을 하려는 사람을 적이 아니라 잠재 검토 의뢰인으로 보는 순간, 콘텐츠의 폭이 넓어집니다.

셋째, AI가 못 하는 것을 전면에 거십시오. AI는 '평균적인 서면'을 만들지만, 상대의 반박을 예측하고 사건의 약점을 먼저 짚는 일은 경험의 영역입니다. 그 차이를 구체적인 사례 언어로 보여 주는 사무소가 검토 시장의 신뢰를 가져갑니다.

의뢰인이 AI로 소장을 쓰는 흐름은 막을 수 없습니다. 막을 수 없다면, 그들이 결국 가장 불안해하는 마지막 한 걸음 — '이게 맞나'를 확인하는 자리에 변호사가 가격표를 들고 서 있어야 합니다. 수임 경쟁이 가장 치열한 지금, 남들이 비워 둔 그 자리가 가장 덜 붐비는 시장입니다.

#나홀로소송#변호사마케팅#리걸테크#AI법률서비스#수임전략

작성자

macdee 에디터

macdee 개발팀과 법률 마케팅 전문가가 작성한 인사이트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