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동향2026년 6월 14일· 👀 0

AI 쓴 로펌은 매출 2배, 안 쓴 곳은 반토막: 양극화의 진짜 분기점

"AI를 쓴 로펌은 매출이 거의 2배가 됐고, 안 쓴 로펌은 절반으로 줄었다." 해외 데이터가 가리키는 분기점은, 이미 상위 10%가 시장의 77%를 가져가는 한국 변호사 시장에 더 날카롭게 꽂힙니다.

숫자 두 개가 같은 표 안에 나란히 놓이면, 어떤 설명보다 강합니다. 올해 공개된 글로벌 법률 소프트웨어 업체 Clio의 연례 리포트가 그런 표를 내놨습니다.
성장한 로펌은 지난 4년간 매출이 거의 두 배가 됐고, 이는 고객과 사건 수가 50% 늘어난 것에 그친 결과였습니다. 반면 위축된 로펌은 AI를 쓸 가능성이 더 낮았고, 같은 기간 매출이 50% 감소했습니다.


같은 시장, 같은 기간인데 한쪽은 매출이 2배가 되고 다른 쪽은 절반이 됐습니다. 그 갈림길 위에 놓인 변수 하나가 AI였습니다.

매출을 가른 건 노동량이 아니라 운영 방식이었다

이 데이터에서 가장 곱씹을 대목은 '어떻게' 두 배가 됐느냐입니다. 성장한 로펌은 변호사를 두 배로 늘려서, 야근을 두 배로 해서 매출을 키운 게 아닙니다.
가장 빠르게 성장한 로펌들은 4년간 인력을 25% 늘리는 데 그치면서 매출을 두 배로 만들었습니다. 더 오래 일해서가 아니라 더 영리하게 일했고, 그 핵심은 상담 접수(intake) 자동화였습니다.


상관관계는 더 직접적입니다.
AI를 폭넓게 도입한 로펌은 그렇지 않은 로펌보다 매출 성장을 보고할 가능성이 거의 3배 높았고, AI로 매출이 늘어난 로펌의 77%는 그 원인을 문서 생성과 업무 흐름 같은 운영 개선에 돌렸습니다.


핵심은 AI가 새로운 일감을 마법처럼 끌어온 게 아니라, 기존 업무의 군더더기를 깎아내 변호사가 가치 있는 일에 시간을 쓰게 만들었다는 점입니다. 채택 속도도 가파릅니다. 미국변호사협회 자료를 인용한 업계 정리에 따르면
법률 전문가의 AI 사용은 2023년 19%에서 2024년 79%로 뛰었고, 이는 업계가 경험한 가장 빠른 기술 도입이었습니다.


물론 이 수치들은 북미 시장 표본에 기반합니다. 한국에 그대로 대입할 순 없습니다. 그러나 방향성은 무시하기 어렵습니다. AI를 운영에 녹인 곳과 그렇지 못한 곳 사이의 격차가, 시간이 갈수록 벌어진다는 신호이기 때문입니다.

한국 시장은 이 격차에 더 취약하다

이 데이터가 유독 한국 변호사에게 아프게 읽히는 이유가 있습니다. 우리 시장은 이미 양극화의 끝단에 와 있기 때문입니다. 올해 국회에 제출된 자료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변호사 상위 10%가 전체 시장의 77% 이상을 점유하는 반면, 22%는 월평균 매출이 400만 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천장도 바닥도 없는 레드오션이라는 표현이 과장이 아닙니다. 대형 로펌은 더 커지고 있습니다.
2025년 매출액 기준 상위 4개 로펌인 김·장, 태평양, 세종, 광장의 국내 변호사 수가 모두 600명을 넘어서며 대형 법인이 더 대형화하는 추세가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이런 구조에서 AI는 양날의 칼입니다. 자본과 인력을 갖춘 대형 로펌이 운영 자동화에 먼저 올라타면 격차는 더 벌어집니다. 하지만 거꾸로, 소형·개인 사무소에게 AI는 인력 격차를 일부 메워주는 도구이기도 합니다. Clio 데이터가 보여준 '인력은 25%만 늘리고 매출은 2배'라는 공식은, 사람을 더 못 뽑는 작은 사무소가 오히려 더 절실하게 가져가야 할 레버리지입니다. 상담 접수, 초기 문의 응대, 반복 문서 작성 — 이 영역의 시간을 줄이는 것만으로도 한 사람이 감당하는 사건의 질이 달라집니다.

검색의 문법도 바뀌고 있다 — 그리고 한국엔 규제 변수가 있다

마케팅 측면에서도 분기점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해외 업계는 전통적 SEO를 넘어 'GEO(Generative Engine Optimization, 생성형 검색 최적화)'를 새로운 화두로 올렸습니다.
2025년에서 2026년으로 넘어가는 AI 기반 법률 마케팅의 변화는 세 가지 축으로 압축됩니다. 업무 엔진으로서의 AI, 개인화 조언자로서의 AI, 그리고 새로운 검색 전략으로서의 GEO입니다.


검색 행동 자체가 달라졌습니다.
잠재 고객은 이제 '최고의 상해 전문 변호사'를 검색해 첫 번째로 뜬 사무소에 전화하지 않습니다. 유튜브 쇼츠를 보고, 링크드인을 스크롤하고, 법률 블로그를 읽고, 구글 렌즈로 검색하며, 종종 이 모든 걸 동시에 합니다.
의뢰인이 사무소를 발견하는 경로가 한 줄의 검색 결과에서 여러 채널의 누적된 흔적으로 옮겨갔다는 뜻입니다. AI 검색은 그 흔적이 일관되고 최신인지를 교차 검증합니다.

다만 한국에는 해외에 없는 변수가 하나 더 있습니다. 규제입니다. 대한변협은 광고 규정을 개정했고, AI 관련 광고에 대한 제동이 실제 분쟁으로 이어졌습니다.
헌법재판소는 법무법인 대륜이 청구한 대한변협의 AI 광고규제 헌법소원을 전원재판부에서 심리하기로 결정했으며, AI 기반 법률 서비스의 광고를 금지한 규정이 변호사의 직업 수행 자유를 침해하는지를 본격 심사합니다.
AI를 활용한 마케팅이 효율적인 것과, 그것을 어떻게 노출하고 광고하느냐는 별개의 문제라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한국 변호사에게 이 데이터가 주는 시사점은 단순한 'AI를 도입하라'가 아닙니다. 정리하면 세 가지입니다. 첫째, AI는 새 일감을 끌어오는 마법이 아니라 운영의 시간을 깎는 도구이며, 그 깎인 시간이 매출 격차로 누적된다는 것. 둘째, 이미 상위 10%가 시장의 77%를 가져가는 구조에서, 작은 사무소일수록 자동화 레버리지를 늦게 잡으면 격차의 아래쪽에 고정될 위험이 크다는 것. 셋째, 효율은 운영의 뒷단에서 조용히 가져가되, 광고와 노출의 앞단은 변협 규정과 진행 중인 헌재 심리의 결론을 지켜보며 신중하게 다뤄야 한다는 것.

성장한 쪽과 위축된 쪽을 가른 건 더 많은 노동이 아니었습니다. 같은 시간을 어디에 쓰기로 결정했느냐였습니다. 그 결정은 올해도, 내년에도 계속 누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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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macdee 에디터

macdee 개발팀과 법률 마케팅 전문가가 작성한 인사이트 콘텐츠입니다.